금융 함영주 "이대로는 안 된다"···판을 바꾸는 근본적 혁신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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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이대로는 안 된다"···판을 바꾸는 근본적 혁신 주문

등록 2026.01.02 09:54

박경보

  기자

AI·머니무브 가속에 금융 패러다임 재편 은행·비은행 모두 '위기'···생산적 금융 강조청라 이전 기점으로 '하나금융 대전환' 시동

함영주 "이대로는 안 된다"···판을 바꾸는 근본적 혁신 주문 기사의 사진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기존 방식에 머무는 대응으로는 다가오는 변화의 파고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머니무브 가속, 소비자보호 강화 등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봉책이 아닌 판을 바꾸는 수준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함 회장은 생산적 금융과 디지털금융 주도, 내부통제 고도화를 축으로 하나금융의 대전환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2일 발표한 2026년 신년사에서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함 회장은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인용해 "2028년까지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규모가 3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이 같은 천문학적 투자가 가져올 변화의 규모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세돌 9단의 발언을 언급하며 AI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업의 본질과 역할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산업 내부의 구조 변화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함 회장은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 상품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자산 운용의 무게중심이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등 안전자산 중심의 운용에서 벗어나 실물경제와 혁신산업 성장에 기여하는 자금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체계가 한층 엄격해지고, 규정 준수를 넘어 모든 업무를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다시 해석해야 하는 환경이 됐다는 점 역시 중요한 변화로 제시했다.

함 회장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이대로는 안 된다"며 "가계대출이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고, 기업대출과 투자 부문에서는 보다 정교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룹의 맏형 역할을 해온 은행이 더 이상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위기에 놓여 있다"며 "지난날의 성과와 막대한 규모가 내일의 생존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자산관리 역량 강화와 생산적 금융 추진을 위한 조직 전환을 제시했다. 함 회장은 머니무브 흐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자산관리 경쟁력 확보와 함께, IB·기업금융 심사와 리스크 관리 전반에 대한 재설계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불완전판매 근절과 보이스피싱 선제 대응 등 사전 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 강화, 내부통제의 개혁 수준 고도화 역시 필수 과제로 제시했다. 포용금융 확대를 통해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비은행 부문에 대해서도 직설적인 평가를 내놨다. 증시 활황 등 우호적인 시장 환경에도 그룹 비은행 부문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본업 경쟁력 강화와 리테일 분야 확대 등 추진 중인 과제들이 보다 빠르게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바이온트 댐 붕괴 사례를 언급하며 '판을 바꾸는 혁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변화의 징후를 감지하고도 수위를 몇 미터 조절하는 수준의 대응에 그친 판단 착오가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점을 들어, 현재 금융산업이 처한 상황 역시 미봉책으로는 버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어떤 변화의 격랑에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배를 띄우는 것처럼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함 회장의 생각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도 판을 바꾸는 변화의 사례로 제시됐다. 함 회장은 안정성과 신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실생활 연계 파트너십 확보와 AI 기술 연계, 정부 정책과의 공조를 통해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어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참여자가 아니라 새로운 룰을 만드는 설계자가 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청라 이전을 하나금융 대전환의 출발점으로 내세웠다. 통합데이터센터와 글로벌캠퍼스에 이어 그룹 헤드쿼터 이전이 마무리되는 만큼, 이는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총체적 변화라는 설명이다.

함 회장은 "새로운 공간에서 우리의 역량을 재정비하고 낡은 관행을 탈피해 더 나은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디지털금융을 주도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이끌어 낼 것"이라며 "올 한 해,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이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그룹의 새로운 100년을 힘차게 열어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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