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회의 땅' 美서 고전하는 K배터리···"中 높은 장벽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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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美서 고전하는 K배터리···"中 높은 장벽 넘어라"

등록 2025.12.10 15:46

고지혜

  기자

10일 'SNE리서치 애널리스트 데이 2025' 개최동남아·유럽도 中 주도, K배터리 대응 방안 관건ESS 투자 등 생존 전략 가속···'26년부터 효과 가시화

사진=고지혜 기자사진=고지혜 기자

"국내 배터리 3사와 소재 업체가 LFP배터리 때처럼 한참 뒤에서 쫓아가는 흐름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번에는 동시에 따라붙을 수 있을 만큼 속도감 있게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는 10일 서울 노보텔앰배서더 강남에서 '애널리스트 데이 2025'를 열고 올해 배터리·전기차 산업 흐름과 향후 전략 방향을 공유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0월(누적) 기준 글로벌 전기차(EV)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업체 CATL·BYD의 합산 점유율은 54%로 절반을 넘어섰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3사의 점유율이 16%로 쪼그라든 것과 대조적이다.

격차는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됐다. CATL과 BYD는 글로벌 시장으로 손을 뻗은지 6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2019년 2%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약 50%까지 끌어올렸다. 중국 내수 시장을 장악한 게 원동력이었다. 지난해 중국 완성차 기업의 자국 시장 점유율은 89%였고, 올해는 92%에 달한다. 현지에서 유일하게 선전한 테슬라마저도 올해 점유율이 4%까지 떨어졌다.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내수를 넘어 해외 판매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며 "특히 동남아, 기타 지역, 유럽에서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데 침투율이 50%에 육박해 고성장 국면을 지나 정체기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던 우리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이 37%(중국 제외)까지 쪼그라든 것은 미국 내 사업환경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 국내 3사에 미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쇼어링 기조와 강한 반중 정책으로 중국산 배터리의 미국 입지가 좁아지고 국내 배터리 기업에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지난 10월부터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폐지가 발목을 잡았다. 배터리 기업의 고객사는 공급량을 대폭 줄였다. 그 영향으로 유럽의 배터리 탑재량이 33%, 중국이 40%, 기타 지역은 48.5%씩 뛰어오르는 동안 북미는 고작 1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은 "트럼프 정부 정책이 시장의 숨통을 줄이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이 북미에 진입하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북미는 한국·일본·테슬라 3파전이 형성될 것"이라며 "이 안에서 K배터리가 시장 성장과 함께 다시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익환 부사장은 북미 외에도 아시아, 기타 시장을 함께 겨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시아는 전기차 전환 분위기 속 올해 120만대에서 오는 2035년 930만대로 65%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부사장은 "아시아(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시장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인도 또한 서서히 전기차가 늘고 있다"며 "해당 시장을 배터리 3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지역들 역시 이미 '제2의 중국화'가 진행된 곳이라는 점이다. 오 부사장은 "기타 시장에서 중국 업체 점유율이 47%, 사실상 50%에 육박한다. CATL이 약 29~30%, BYD가 자체 차량 판매를 기반으로 8%까지 올라왔고 다른 중국 계열 업체들도 10% 안팎까지 치고 올라왔다"며 "가격에 민감한 시장이기 때문에 저가형 전기차 공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폼팩터 측면에서는 앞으로 '각형'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 부사장은 "4680배터리가 확대될 것으로 봤지만 테슬라, 벤츠등의 도입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며 "파우치는 안전성 문제로 위태로운 상황으로 결국 시장이 각형으로 많이 넘어가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ESS 시장에서도 국내 배터리의 반등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부사장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ESS 생산능력(80GWh) 중 중국산이 65GWh를 차지, 한국산은 13GWh 수준에 불과했다"며 "올해도 미국발 상호관세나 국내 배터리 생산 기지 준비 부족 등으로 순조롭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수요 부진의 타개책으로 ESS사업을 꼽으며 힘을 쏟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산 17GWh 규모 ESS용 LFP 생산공장을 가동,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인디애나주 합작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용 LFP 생산 체계로 전환, SK온은 조지아주 단독공장(SKBA)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재배치하는 등 특히 생산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익환 부사장은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점유율이 64%, 2027년에는 86%까지 올라설 것"이라며 "그럼에도 나머지 유럽·중남미·동남아·중동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역 또한 중국 업체와 정면으로 경쟁할 수 있느냐를 계속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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