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대글로비스, 현대차·기아 덜 싣고 돈 더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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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현대차·기아 덜 싣고 돈 더 벌었다

등록 2025.12.15 08:30

수정 2025.12.15 09:26

김제영

  기자

3분기 누적 해운 부문 영업익, 전년比 98%↑비계열 비중 약 52%···현대차·기아 운임 증가내부거래 비중 77% '압도적'···물류 확대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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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가 올해 해상운송 부문에서 그룹 계열사보다 외부 고객 차량을 더 많이 실어 나르며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현대차·기아 수출 물량 비중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대신 해외 완성차제조사(OEM)와의 계약을 확대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비계열 매출 확대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해상운송 부문의 외형과 수익성은 추가 개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의 해운 부문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이 5329억원으로 전년 동기(2694억원) 대비 9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9398억원으로 4.6%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해운 부문은 완성차해상운송(PCTC)과 벌크해상운송 사업으로 구성되며, 매출의 약 80%가 PCTC에서 발생한다.

수익성 급증의 핵심 배경으로는 비계열 매출 비중 확대가 꼽힌다. 현대글로비스의 비계열 매출 비중은 2023년 48%, 2024년 43%로 낮아졌다가 올해 3분기 기준 약 52%까지 올라섰다.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점은 비계열 물량 증가와 운임 구조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비계열 비중 증가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말 현대차·기아와의 PCTC 계약을 갱신하며 현대차·기아 전체 수출 물량 중 담당 비중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췄다. 계약 기간은 올해부터 2029년 말까지 5년이다.

다만 계약 금액 자체는 크게 늘었다. 현대차 계약금액은 3조3655억원, 기아는 3조3340억원으로 총 6조6695억원이다. 연평균 기준으로는 1조3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직전 계약의 연평균 계약금액(6547억원)보다 외형상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하나증권은 환율 차이를 감안할 경우 달러 기준으로는 약 65%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수출 물량은 최근 정체 국면에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수출 대수는 2023년 219만대, 2024년 217만대를 기록했으며,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165만대로 전년 동기(164만대)와 유사한 수준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 공백을 해외 OEM 물량으로 채우고 있다. 올해 다수의 중국 완성차 업체와 해상운송 계약을 체결했고, 유럽과 미주 OEM과의 거래도 확대 중이다. 중국 OEM 물량은 운임 단가가 낮지만 대량 수주를 통해 선대 가동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선박은 유휴 상태가 길어질수록 고정비 부담이 커지는 구조인 만큼, 가동률 확보는 수익성 방어에 결정적이다.

실제 선대 운영 현황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적재 능력 6500RT 환산 기준 용선 선박은 2023년 48척, 2024년 57척에서 올해 1분기 62척까지 늘었다. 3분기에는 59척을 운영했다. 단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탄력적 선대 운용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계열사 의존도가 완전히 낮아진 것은 아니다. 현대차·기아 물량 비중은 줄었지만, 계열 전체로 보면 내부거래 비중은 여전히 높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특수관계자 매출은 16조9850억원으로, 전체 연결 매출의 76.9%를 차지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중장기적으로 비계열 매출 비중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사업 전략에서 2030년까지 전체 비계열 매출 비중을 4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으며, PCTC 부문의 비계열 매출 비중 50% 목표는 사실상 달성한 상태다. 해외 OEM 고객 확대가 이어질 경우 비계열 물량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대글로비스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신공장 가동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중국 완성차 수출 수요 확대를 언급하며, 비계열 고객 중심의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향후에는 물류 부문에서도 외부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유통·해상운송을 핵심 사업으로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유통 부문은 구조상 계열사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물류와 해상운송을 중심으로 비계열 확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 일환으로 현대글로비스는 인천국제공항 내 글로벌 물류센터(GDC)를 준공하고 항공 물류 사업 확장에 나섰다. 연내 설비 공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항공 포워딩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한 에어제타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지분 45.2%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선매수권도 확보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가 에어제타를 인수하지 않더라도 지분을 통한 간접 투자를 유지하고 있어 항공 물류사업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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