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CJ 식품 향후 10년 구상 실현 '첫발'정교한 수익 추구형·대담한 외연 확대형···투트랙 전략
20일 업계에 따르면 CJ는 지난 17일 CJ제일제당 대표이사에 윤석환 바이오사업부문 대표를, CJ푸드빌 대표이사에 이건일 CJ프레시웨이 대표를 각각 선임했다. 두 사람 모두 기존 직을 유지하며 식품 계열사까지 총괄하게 된다.
CJ그룹의 이번 조기 인사는 이재현 회장의 글로벌 경영 철학이 본격적으로 실행 국면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 회장은 올해 들어 일본과 유럽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K푸드 산업화를 통해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왔다. 이번 인사는 그 지침을 가장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식품 부문에 대해 선제적으로 실행력을 부여한 결정으로 보인다.
CJ그룹 관계자도 "본격적인 글로벌 성장을 이끌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책임경영 차원의 조기 인사"라고 설명했다.
윤석환 신임 CJ제일제당 대표는 CJ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 부문을 이끌며 글로벌 공급망 최적화와 연구개발 효율화를 진두지휘해 온 전략통이다. 이번에는 그 전문성을 식품 전체로 확장해 흔들리고 있는 수익 구조를 바로세우는 내실 강화의 키플레이어가 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CJ제일제당은 연결 기준 매출 8조2870억원, 영업이익 48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12% 감소한 수치다. 식품 부문이 북미 시장에서 '비비고 만두' 등을 앞세워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내수 침체와 원가 부담, 여기에 바이오 부문의 실적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전사 수익성이 하락했다.
윤 대표는 CJ제일제당과 바이오 부문을 동시에 총괄하며 양 부문 간의 시너지를 복원하고 수익 구조를 정교하게 재설계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반면 CJ푸드빌을 이끌게 된 이건일 대표는 글로벌 외형 성장을 위한 적임자다. CJ제일제당 미국법인과 투썸플레이스 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글로벌 시장 감각과 브랜드 운영 노하우를 두루 갖춘 인물로 꼽힌다.
CJ푸드빌은 지난해 매출 9092억원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었으며 올해는 매출 1조원 재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매출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대표는 2030년까지 뚜레쥬르 미국 매장 1000개 출점이라는 청사진을 내걸고 이를 뒷받침할 조지아주 제빵공장 가동도 연말 시작할 계획이다. 완공 시 연간 1억개 이상의 냉동생지를 현지 매장에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매장 수 확대를 넘어 현지 생산-유통-소비를 하나로 잇는 K푸드 밸류체인 구축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이번 윤석환-이건일 체제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CJ제일제당은 수익 구조의 효율화를 통해 글로벌 식품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CJ푸드빌은 미국 시장을 거점으로 외형 성장을 가속화하는 투트랙 전략에 들어갔다.
이는 K푸드를 단순한 한류 소비재를 넘어 산업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로 고도화하겠다는 이재현 회장의 비전을 뒷받침하는 실행 단계이기도 하다.
CJ그룹은 한때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K푸드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했지만 글로벌 시장 내 경쟁 심화, 수익성 저하, 공급망 불안정 등으로 대응이 필요했던 시점이다. 이번 인사는 단순히 조직 정비를 넘어 CJ 식품사업 전체의 체질 개선과 방향 재설정을 위한 초석이다.
'수익'의 윤석환, '확장'의 이건일이라는 각기 다른 미션을 부여받은 두 CEO는 이제 CJ식품의 다음 10년을 좌우할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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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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