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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쉬운 영업' 반성문 쓴 진옥동 신한금융회장···'조직 혁신 실험' 성공할까

금융 금융일반

'쉬운 영업' 반성문 쓴 진옥동 신한금융회장···'조직 혁신 실험' 성공할까

등록 2025.09.30 13:40

수정 2025.09.30 14:36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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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담보 중심 영업 관행을 공개적으로 반성

신한금융, 미래산업 전문가 영입 및 애자일 조직 신설로 혁신 추진

제도적 규제와 조직문화가 실질적 변화의 걸림돌로 지적

프로세스

신한은행, 미래산업 분야 외부 전문가 심사 인력으로 영입

애자일 조직 도입해 프로젝트 단위로 유연하게 협업

산업연구와 신용지원 파트 분리해 전문성 강화

맥락 읽기

전통 금융권, 담보 위주 심사 관행 고착

신한금융의 혁신 시도는 산업 전문성 반영과 조직문화 변화 목표

글로벌 금융사들도 애자일 도입 과정에서 내부 저항과 규제 문제 경험

숫자 읽기

정부 선정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 지원

신한금융, 5년 이상 경력의 신용평가·벤처캐피털 전문가 채용

주목해야 할 것

금산분리 등 제도적 제약이 혁신의 핵심 장애물로 작용

수평적 조직문화와 평가·보상 체계 개편이 성공의 관건

CVC 규제 완화 없이는 신한금융의 체질 개선 한계 불가피

담보 위주 영업 자성···미래산업 전문가 영입·애자일 신설ING·HSBC 사례처럼 성과평가·내부통제 혼선 반복 우려체질개선 최대 변수는 금산분리 규제와 경직된 조직문화

'쉬운 영업' 반성문 쓴 진옥동 신한금융회장···'조직 혁신 실험' 성공할까 기사의 사진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담보 위주의 쉬운 영업을 해왔다"는 반성문을 내놓은 뒤 신한금융의 조직 혁신에 속도가 붙고 있다. 미래산업 분석 전문가를 영입하고 정부의 초혁신경제 프로젝트를 지원할 전담 애자일 조직을 신설하며 체질 개선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이 같은 시도가 이미지 쇄신을 넘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제도적 규제와 경직된 조직문화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 회장은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이른바 '반성문'을 발표했다. 당시 진 회장은 "담보 위주의 쉬운 영업을 해 왔다는 국민적 비난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이는 선구안이 없기 때문이고, 선구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확한 신용평가 방식을 개척하고 산업 분석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CVC(기업형 벤처캐피탈)의 금산분리 완화로 위탁운용사(GP)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은행권에서 같이 들어가고 파이가 굉장히 커질 수 있다"며 "CVC를 금산분리로 묶어놓은 곳은 한국뿐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영업 관행을 반성하고 제도 완화까지 공개적으로 건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신한금융, 인재 영입과 조직 재편으로 체질개선 시동


신한금융은 곧바로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우선 신한은행은 첨단소재, 신재생에너지, 디지털 전환 등 미래산업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심사 인력으로 영입해 여신·투자 심사 역량을 강화했다. 또 정부가 선정한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지주사 내 전담 애자일 조직도 신설했다.

애자일 조직은 프로젝트 단위로 팀을 구성해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으로 금융권에서 신용·여신 부서가 단독으로 기업 평가를 맡던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 분석, 투자 전략, 리스크 관리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산업연구 파트와 신용지원 파트를 분리해 각각 에너지·AI·바이오·의료·화학 분야 전문가와 5년 이상 경력을 갖춘 신용평가·벤처캐피털 전문가를 채용한다. 이 같은 인력 구성은 기존 여신 부서와 차별화된 프로젝트 단위의 애자일 방식으로 운영돼 신한금융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네트워크형 협업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신한금융의 조직 혁신은 단순한 구조 개편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문성을 여신·투자 심사 과정에 체계적으로 반영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전통적으로 담보 위주로 흘러온 금융권 심사 관행을 바꾸려는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ING·HSBC도 내부 저항·규제에 '한계'···성과평가·보상 개편 동반돼야


글로벌 금융사들도 앞서 애자일 전환을 시도했다. 네덜란드 ING는 2015년부터 애자일 조직으로 전환하며 IT와 리스크 부서를 통합 운영했지만 초기부터 내부 저항이 거셌다. 성과 평가 체계와 권한 배분 문제에서 혼선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HSBC도 디지털 혁신을 위해 애자일 방식을 도입했으나 규제당국의 까다로운 내부통제 요구와 리스크 관리 우려로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다.

전문가들은 신한금융 역시 비슷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본다. 애자일은 속도와 유연성이 장점이지만 자본규제와 금산분리 등 한국 특유의 제도 환경에서는 운영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서다.

신한금융의 조직 혁신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수평적 조직 문화 구축이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애자일 조직이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국내 금융권 조직문화와 맞물릴 경우 정착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산업 전문가와 심사 부서가 동등하게 협력하는 구조가 뿌리내리려면 평가와 보상 체계까지 모두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제도적 제약도 걸림돌이다. 금융회사가 산업 분석 역량을 키우고 미래산업에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의지가 있더라도 현행 금산분리 규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모험자본 공급은 구조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이 금융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막는 제도다. 현재 대기업이 운영하는 CVC는 자기자본 위주의 투자만 허용되고 계열사 자금 투자는 금지돼 있다.

실제로 해외 은행들은 자체 CVC를 통해 핀테크와 신재생에너지 같은 분야에 직접 투자하고 있지만 국내 은행권은 제한적으로 출자하는 데 그치고 있다. CVC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신한금융의 체질개선 전략은 결국 담보대출 관행의 울타리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진 회장의 반성문은 선언적 의미에서 충분히 파장이 크지만 실제 체질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제도와 문화라는 이중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며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모험자본 공급은 구조적으로 제약될 수밖에 없고, 애자일 전환도 성과평가와 보상체계 개편이 동반되지 않으면 조직 내부에서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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