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검토했지만 야당 필리버스터 예고에 철회금감원 노조도 연일 집회로 압박···"감독 독립성 훼손"'소비자보호 강화' 집중···현행 체제 보완책 단기 과제로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대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고위 회의를 열고 금융위원회 정책·감독 기능 분리, 금융소비자원(금소원) 신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등이 포함된 조직개편안을 이번 회기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회의 후 브리핑을 열고 "여야 대립으로 소모적 정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며 "금융 조직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하게 놔두는 것은 경제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노조는 감독 기능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고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 감독 독립성 훼손, 권한 축소, 외부 정치 압력 증가, 조직 분할에 따른 효율 저하 등을 이유로 조직개편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금감원 직원들은 매일 집단 시위를 벌였고, 총파업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야당은 정부가 충분한 협의 없이 개편안을 밀어붙이려 한다며 절차적 정당성 부족을 문제 삼았다. 또 금융당국의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는 '관치금융' 회귀 우려 등을 지적해왔다.
특히 야당의 필리버스터 예고는 조직개편 철회의 주요 배경이 됐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편안을 밀어붙였다며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을 통해 저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정으로서는 금융위·금감원 개편안을 강행할 경우 정부조직법 전체가 표류할 수 있다는 부담을 감수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당초 여당은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담은 정부조직법이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보고 본회의에서 직접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금감위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면 최대 180일간 자동 심사 절차를 거쳐 본회의 표결이 가능해서다. 하지만 야당이 본회의 필리버스터까지 예고하면서 당정은 결국 개편안을 철회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정부는 금융당국의 조직을 현행 체제로 유지하면서 소비자보호 강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개편안에 담겼던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은 철회됐지만 금융소비자 보호 필요성 자체는 이미 사회적 합의로 자리 잡은 만큼 제도 보완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특히 금융 소비자보호 강화와 감독 효율화는 한계가 뚜렷해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언제든 재부상할 수 있는 잠재적 쟁점으로 남게 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와 금감원이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긴급 대책이나 감독 지침 개정 등이 단기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동시에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정치적 협의를 거쳐 후속 입법 과제로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정책 컨트롤타워가 반년 이상 공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개편안이 철회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본다"며 "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는 정부의 중요한 정책 과제인 만큼 정치적 환경이 바뀌거나 국회 논의가 다시 진전되면 언제든 개편 논의가 재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협력해 소비자보호 장치를 보완하고 조직 내부를 진정시키는 데 집중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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