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동박 영업비밀 침해' 법정 공방 본격화 전기차 시장 회복 조짐에 주도권 잡으려는 포석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동부연방지방법원은 SK넥실리스가 솔루스첨단소재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주장을 정식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SK넥실리스가 솔루스첨단소재와 그 계열사를 상대로 영업비밀보호법(DTSA), 텍사스 영업비밀법(TUTSA) 위반 혐의를 추가해 제출한 수정 소장에 따른 조치다. 회사 측은 소장에 동박 제조 공정의 핵심인 첨가제 레시피, 전해액 운전 조건, 드럼 관리 방법 등 영업비밀을 솔루스첨단소재가 부정하게 취득·사용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수차례 소송과 관련한 입장을 내비친 SK넥실리스 측은 이번에도 "배터리 산업의 건강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타인의 권리를 도용하는 행태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솔루스첨단소재도 반격에 나섰다. 같은 법원에 SK넥실리스 측 2차 소장에 대한 '반박서'를 제출하는 한편, 국내에서도 특허심판원에 부가기간 지정 신청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심판원 결정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정식으로 제소하기 위한 준비 절차다. 이 회사는 맞대응 차원에서 SK넥실리스를 상대로 6건의 특허침해 소송을 냈는데, 심판원은 오히려 솔루스가 보유한 특허 4건을 무효로 판정한 바 있다. 따라서 솔루스는 이 부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솔루스첨단소재 측은 동박 제조 공정에 관한 ▲첨가제 레시피 ▲전해액 운전 조건 ▲드럼 관리 방법 등은 이미 시장에서 범용적으로 사용했던 기술이라며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실이 전혀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SK넥실리스와 솔루스첨단소재는 유럽에서도 특허침해와 관련한 소송을 병행하는 중이다.
업계에선 이번 갈등을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을 담은 상징적 사건으로 본다. 한쪽에선 '전기차 캐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다른 편에선 판매량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상반된 시그널 속에 법적 공방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경쟁사의 발을 묶고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얘기다.
SK넥실리스와 솔루스첨단소재의 악연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LG와 SK가 미국 ITC에서 배터리 관련 특허·영업비밀 침해 의혹으로 맞붙은 게 그 출발점이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합의금 2조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소송은 끝났지만, 이들 대기업의 앙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은 SK넥실리스와의 공급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에 이르렀는데, 공백 물량 중 상당량을 챙긴 곳이 바로 솔루스첨단소재였고, 그 여파에 SK넥실리스와의 관계도 불편해졌다는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계약 만료로 SK넥실리스가 책임지던 물량이 고스란히 시장에 나왔는데, 솔루스첨단소재가 그 중 많은 일감을 따냈다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이 가운데 회사 직원이 속속 솔루스로 이직하면서 품질을 크게 개선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다보니 SK넥실리스로서는 견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설상가상 SK온 부진에 SK넥실리스 역시 고전하는 상황"이라며 "최근엔 가격 경쟁력을 부각시켜 일감을 따내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SK넥실리스의 궁극적인 목적이 결국 LG에너지솔루션과의 거래를 회복하는 데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전기차 시장이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LG 측에서도 소송으로 비롯된 '악감정'이 차츰 희석됨에 따라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두 회사는 거래를 지속하고 있으며, 실무자 차원에서도 협업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분쟁은 단순한 특허 다툼이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의 일환으로 읽힌다"면서 "시장의 성장세와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공급처 확보를 사이에 둔 이들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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