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고객사 성능 검증 중···2027년 상용화CATL·파나소닉 등 글로벌 경쟁사 속도 조절무음극 기술로 차별화···국내 마더라인 구축 계획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샘플 제공 단계까지 도달해 고객사와 성능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 로드맵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에 매달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세계 최초 양산 타이틀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최초이자 최고'를 강조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S라인'을 착공했고, 전고체 배터리 중 가장 난도가 높은 황화물계 개발에 곧바로 착수했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일본 도요타에 이어 다수의 특허를 확보했으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일본 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또 대표이사 직속 '공정·설비 R&D센터'를 '생산기술연구소'로 개편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 역량을 강화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 상태인 배터리를 말한다. 이에 배터리가 절단돼도 화재, 폭발 등의 위험성이 낮은 측면에서 최고로 꼽힌다. 또한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높아 부피가 같더라도 더 많은 용량을 담을 수 있다. 단점으로 지적돼온 전기차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어 '꿈의 배터리'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난관도 뚜렷하다. 고체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보다 가격이 100배 비싸다. 기술 고도화와 양산으로 비용을 낮춘다 해도 기존 리튬이온 전지보다 저렴해지기는 어렵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고체가 양산된다 하더라도 당분간 수익성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완성차 업체들이 LFP 등 저가형 배터리 채택을 늘리는 분위기도 부담 요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실익을 고려해 2030년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의 발걸음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지난해 CATL, BYD, 이치, 상치 등 중국 자동차 기업 6곳에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비용 60억 위안(약 1조3000억원)을 지원했다. 삼성SDI와 글로벌 선도주자인 일본 도요타보다 중국이 한발 앞서 개발하기 위해 사활을 건 것이다.
그러나 중국 배터리 업계의 맏형 격인 CATL부터 주춤하는 분위기다. 지원에 힘입어 전고체 연구개발팀을 1000명 이상으로 확대했지만, 올해 열린 '테크데이' 행사에서는 "우리는 전고체를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라는 짧은 언급만 내놨다. 대신 LFP, 나트륨 배터리 등 중저가형 제품만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CATL이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고체 성과를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았거나, 기술 진척 속도가 예상보다 늦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파나소닉 또한 2029년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지만, 전기차 시장에는 섣불리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파나소닉 기술총괄 임원은 내부 메시지를 통해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는 몇 년 내 불가능하다"며 "설령 개발되더라도 수요처는 전동공구 등 소형 기기에 국한될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역시 가격 경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반에는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공략해 시장에 진입하고, 양산을 지속하며 점진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쟁사들의 조심스러운 행보가 오히려 삼성SDI의 독주를 강화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SDI는 자체 개발한 무(無)음극 기술을 적용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5개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했다. 이 기술은 음극 부피를 줄이고 양극재를 늘려 기존 각형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40% 이상 끌어올린 방식이다. 동일 차량에 탑재할 경우 공간 절약과 경량화 효과까지 기대된다.
응용처 다변화와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고객사 협의를 통해 로봇, UAM(도심항공교통) 등 신규 분야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국내에 전고체 배터리 '마더라인'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로 프리미엄 완성차 시장을 겨냥하는 동시에 엔트리 시장에도 진입하며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며 "앞선 양산 성공은 기술 주도권 확보와 산업 표준 선점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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