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다수 주주 보호" 기조에 증권가, 지주사 수혜 기대
다만 재계는 이 같은 법안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와 자금 운용 전략을 흔드는 조치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는 이미 국회 발의된 법안을 바탕으로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자사주 소각 공시 기업 수가 전년도 전체 수준을 넘어선 만큼 제도화 흐름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직접 언급하면서 개정안의 연내 처리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상법 개정은 압도적인 다수 주주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더 센 상법을 통해 일부 악덕기업 지배주주의 과도한 영향력을 바로잡고 주주 보호와 기업 경영 강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을 단순 보유하거나 경영권 방어용 우호지분으로 활용해온 관행을 차단하고,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가치(EPS)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침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자사주를 많이 보유한 지주사들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지목된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차 상법개정안이 예고된 8월 25일부터 자사주 비중이 높은 지주사 및 금융 업종 종목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표 지주사인 SK와 LS, HD현대의 주가가 각각 14.0%, 9.5%, 7.0% 상승하면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기대감이 반영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장기적으로 기업 주가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세제 측면에서도 자사주 소각은 배당과 차이가 있다. 개인 투자자가 배당금을 받을 경우 배당소득세 14%와 지방소득세 1.4%를 합한 15.4%가 원천징수된다. 여기에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초과하면 종합과세 대상이 돼 최고 49.5%의 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회계 처리로 분류돼 주주에게 현금이 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과세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으며, 남은 주주의 지분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일부 기업은 제도 시행 전 자사주를 매각하거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매각·활용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DB하이텍은 10일 공시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 및 지속가능경영 실천을 위한 자기주식 소각, 교환사채(EB) 발행, 종업원 보상 및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등의 자기주식 활용계획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자금 운용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자사주는 그간 M&A 재원, 임직원 보상,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쓰여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방어 장치가 없는 우리 기업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라며 "주요 선진국처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을 도입해 경영권 방어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입장에 관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자사주 소각은 주주 보호와 기업 투명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타당하지만, 기업 규모와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 시행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단계적 적용이나 유예기간을 두는 방식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문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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