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비트코인 ETF 도입 기대와 달리 신중론 부상토큰증권 중심의 정책 방향성 발표에 업계선 관망론 우세금융위·기재부 신중론 부각··· 정책 추진 동력 약화 우려도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이억원 후보자의 발언 이후 업계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발행 메인넷에 이더리움, 트론 등이 있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고 한국에 맞는 블록체인 메인넷을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면 질의에서는 "가상자산은 내재적 가치가 없다"고 밝히면서 도마에 올랐다.
이날 이 후보자는 "이는 예금·증권 등 전통적 금융상품과 같은 내재가치는 없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하면서 "글로벌 정합성, 즉 세계의 흐름과 같이 가야 한다. 세계적 트렌드에 맞게 가상자산 정책을 정비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자칫 '코인 공개 발행(ICO)'과 관련해 혼동할 소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ICO는 행정 지도에 의해 중단된 상태다. 2017년 금융위 주도하에 법률상 명시적 금지 규정 없이 단속 대상에 올랐다. 정부 주도의 '한국형 메인넷'을 하려면 국내에서 사실상 토큰을 발행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뒤따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업계의 결론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한국형 메인넷'이라고 하면 발행 재단이 한국에 위치한 것인지, 주요 인원이 한국인인 것인지 아니면 보유자 대부분이 한국인인지에 대한 구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메인넷 운영을 위해서는 코인이 필요하다. ICO 행정지도를 깨면서 코인을 발행할 것인지 의도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모처럼 기대했던 친화적 정책에 대한 바람이 역풍으로 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내비쳤다. 자칫 금융위가 다시금 당국 중심의 드라이브를 걸게 되면 과거 토큰증권(STO) 가이드라인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추진하면서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당시 업계에서는 현실성을 외면한 규제라는 비판이 거셌다. 샌드박스 규제로만 풀어주면서 산업 육성이 저하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이억원 후보자는 토큰증권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했으나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토큰증권 제도화 등 정무위 법안소위에 상정된 자본시장법 개정안들의 경우 그간 논의가 성숙한 측면이 있는 만큼 우선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블록체인 산업의 육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새로운 혁신이나 부가가치, 새로운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여기서 구체적인 부분을 다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스테이블코인 샌드박스에 대해) 생각도 있고, 준비도 돼 있다"며 "원칙이나 철학은 말씀드리지만, 실행 계획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살펴봐야 한다"는 신중론에 가까운 입장을 피력했다.
정치권에서는 후보자 발언의 배경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야당의 공격에 방점을 두고 청문회가 진행됐다. 막상 정책 관련 답변에 두루뭉술 넘어간 상황이라 아쉬움이 크다"며 "하지만 김병환 위원장 체제보다는 보다 열려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 관료 출신들의 보수적 관점이 힘을 얻고 있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2일 열린 '2025 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금융 전환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당국의 입장이 신중론에 가깝게 변했다는 해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기재부와 한은이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해 긴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중론에 가까운 입장으로 의견이 모아졌을 수 있다"며 "새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한은, 기재부의 수장이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기재부에 있었던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들 모두 비슷하게 보수적 관점을 견지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반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신중에 가까운 입장을 견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디지털자산 확립이 대통령 국정과제 48번에 있는 만큼, 추진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방향성에 대해서는 계속 숙의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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