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점검 나선 권대영···은행권에 예금자 안내·만기분산 당부24년 만의 상향, 분산예치 불편 해소·수신 기반 강화 기대예보 재원 부담·보험료율 격차·중소형사 소외 등 과제 산적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예금보호한도 1억원 시행 현장방문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예금자보호 한도 1억원 시행 현장 점검'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비롯해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소상공인 예금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권 부위원장은 직접 은행 창구를 찾아 신규 예금계좌를 개설하며 통장에 찍힌 '예금보호 한도 1억원' 문구를 확인했다. 권 부위원장은 창구 직원으로부터 "오늘부터 원금과 이자를 합해 1억원까지 보호된다"는 설명을 들은 뒤 "그럼 1억원을 그대로 가입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직원이 "이자를 감안해 9200만원 정도 예치해야 한다"고 답하자 "국민들이 혼동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정기예금에 가입하며 금리 수준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직원이 "1년제 상품 금리가 2.75%"라고 설명하자 권 부위원장은 "기준금리가 2.5%인데 낮은 수준은 아니구나"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이 대부분 12개월 만기에 몰리면 연말에 자금이 한꺼번에 도래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10개월, 11개월, 13개월, 16개월 등 다양한 만기 상품을 마련해 시장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예금보호한도 1억원 시행 현장방문에서 예금상품에 가입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권대영 "국민 신뢰 얻은 은행권, 이자장사 벗어나야"
권 부위원장은 고객 확인 절차와 안내 문구도 꼼꼼히 살폈다. "보이스피싱 방지, 가상자산 거래 여부 확인, 예금자보호 제도 안내 등은 국민들이 명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장에서 안내와 홍보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언급했다.
계좌 개설을 마친 권 부위원장은 금융권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권 부위원장은 "머니무브로 시장이 불안해질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특별한 징후는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금융회사들은 국민의 신뢰라는 가장 값진 자산을 얻게 된 만큼 이자 마진 중심 영업에서 벗어나 혁신과 미래 성장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했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파산하거나 영업정지에 빠져 예금 지급이 불가능할 때 예금자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금융시스템 전반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다. 실명으로 예치된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한해 1인당 1기관별로 5000만원까지 보호받았다.
2001년 이후 24년간 유지돼온 예금자보호 기준은 금융위기 이후 '부분 보장 원칙'을 반영한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과의 괴리가 커졌다. 그간 국내 1인당 GDP와 예금 잔액 등 경제 규모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인당 GDP 대비 보호 한도는 102%에 그쳤다. 미국(291%)이나 유럽연합(251%)은 물론 주요국 중위값인 20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한 데 이어 이달부터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지난 24년간 유지돼온 한도가 두 배로 늘게 되면서 금융권 안팎의 기대감이 적지 않다. 예금자의 분산예치 관행이 완화되고 금융권 수신 기반 안정성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저축은행·인뱅 수혜 기대···대형사 쏠림 우려는 여전
저축은행은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의 대표적 수혜 업권으로 꼽힌다. 기존 5000만원 한도에 막혀 자금을 나눠 예치해야 했던 예금자들이 더 큰 금액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저축은행의 수신 경쟁력이 커졌다. 수신 기반 확대를 통한 자산 운용 안정성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저축은행 예금이 16~25% 증가할 수 있다"며 "저축은행 수신 확대와 자금조달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면 기반의 인터넷은행은 소액 거래 중심의 성장 모델을 바탕으로 고객 기반을 넓혀왔지만 앞으로는 1억원 규모의 큰 돈도 쉽게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젊은층과 직장인을 중심으로 신규 고객도 한층 늘어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이 갖는 의미가 분명하지만 한계와 과제도 분명하다. 우선 예금보험기금의 재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보호 범위가 넓어진 만큼 부실 금융사 발생 시 예보가 책임져야 할 금액도 늘어난다. 특히 전체 수신의 90% 가까이 보호예금으로 구성된 저축은행의 경우 보험료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상위 저축은행이나 시중은행은 브랜드 신뢰도와 채널 경쟁력으로 예금 유입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중소형사는 추가 유입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기존 고객 이탈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기적으로 은행과 저축은행 업권 간 대규모 자금 이동(머니무브)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조달과 운용의 불균형 문제도 지적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일부 저축은행은 수신 확대 효과를 곧바로 여신 확대로 연결시키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늘어난 자금이 운용처를 찾지 못하면 초과 유동성 부담이 커지고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드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수신 확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예금보호한도 1억원 시행 현장방문에서 예금상품 가입을 마친 뒤 직원으로부터 통장을 수령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중소형사 수익성 '부담'···보험료율 체계 개편 시급
향후 과제로는 보험료율 체계 개편이 꼽힌다. 현행 요율은 은행 0.08%, 저축은행 0.40%로 업권 간 격차가 크다. 특히 차등요율 구조는 건전성이 취약한 중소형사일수록 더 높은 부담을 떠안는 구조라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금융당국은 2028년부터 새로운 요율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업권 간 형평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불균형 문제는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은행업권은 전반적으로 유동성 여력과 자본력이 충분해 단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일부 중소형은행은 수신 경쟁 여건 변화에 따라 조달 비용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중장기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저축은행 역시 조달 여건 개선에 비해 자산 운용 역량이나 수익성 구조가 받쳐주지 못할 경우 유동성 확보가 오히려 비용 부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은 동일 업권 내에서도 자금 조달 구조와 운용 전략에 따라 그 효과의 방향성과 강도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자금 유입 여부 자체보다는 유입 자금을 안정적 조달 기반으로 전환하고 운용 효율성과 수익성 확보로 연결시키는 구조적 역량이 기관별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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