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조금 '4%'로 조정 예고에 업계 긴장↑삼성전자·SK하이닉스 보조금 축소 가능성정부간 협상 추이 촉각···지연 시 현지화 차질 불가피
5일 로이터에 따르면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제공키로 한 보조금 일부에 대해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 제공키로 한 보조금 중 몇몇에 지나치게 많은 액수가 책정된 만큼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발언의 요지다.
특히 러트닉 장관은 대만 기업 TSMC를 지목해 "650억달러(약 88조6275억원)의 건설 계약으로 60억달러(약 8조1810억원) 보조금을 받는 계약을 맺었는데, 조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액수 대비 보조금 비율이 '4%' 수준이면 적정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는 곧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보조금 역시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각각 현지 투자의 대가로 총 투입금의 10%에 육박하는 지원을 약속받은 바 있어서다. 먼저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37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이와 맞물려 미 상무부로부터 47억450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입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4억5800만달러의 지원을 확정한 상태다.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13%, SK하이닉스는 12%에 이른다. 러트닉 장관이 언급한 4%보다 높을 뿐 아니라, 미국 인텔(8%)을 크게 웃돈다.
따라서 양국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당사자들은 조만간 테이블에서 얼굴을 맞대고 추가 협상을 벌여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가운데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미국 측이 반도체 보조금 건을 화두로 꺼내든 시점이다. 그 동안 따로 언급하지 않다가 이재명 정부가 문을 열자마자 논쟁에 다시 불을 지핀 모양새여서다. 즉, 우리나라에 컨트롤타워가 재건된 지금부터 보조금 재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는 의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갑작스럽게 반도체 보조금 이슈를 끌어올리기까진 나름의 정치적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며 "관세·방위비 등 사안에 보조금을 엮어 한국의 새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나"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어떻게 주도권을 쥐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선 반도체법의 본질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가 위축될 필요 없다는 의견이 앞선다. 당초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지원을 늘린 것은 어디까지나 자국의 이익을 위한 조치였지 막연히 혜택을 주려던 게 아니었다는 인식에서다. 들여다보면 현지 설비 투자를 장려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반도체 해외 의존도를 줄여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통상 문제에 대해 "쌍방에 득이 되는 길로 타협과 조정을 해야 한다"며 "한국과 미국은 서로 주고받을 카드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걱정스러운 대목은 협상 진행 경과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지화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현재 이들은 불확실성을 의식해 공장 건설이나 가동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한미 정부가 평행선을 달린다면 그 시점이 더 미뤄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파운드리 사업의 추이나 인건비 등 여건을 고려했을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지 투자로 자칫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는 한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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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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