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실적 회복의 현장 점검 나서신동빈, 경쟁사 이마트 잠행 방문장남 신유열 부사장, 젊은 경영 네트워크 확장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강동구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별도 의전이나 수행원 없이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만이 동행했던 현장 방문에 대해 사실상 경쟁사의 운영 전략을 점검하기 위한 '잠행'으로 평가된다. 특히 참치 특화 매장과 위스키 코너 등 핵심 MD를 꼼꼼히 살펴본 뒤, 같은 건물 내 롯데하이마트 매장까지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고덕점은 최근 식료품 중심의 미래형 매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매장이다. 롯데마트 또한 이와 유사한 그로서리 특화 전략을 시도 중이나, 실적 반전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482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0% 증가했으나, 할인점 부문(롯데마트)만 떼어보면 영업이익은 281억으로 전년보다 34.8% 급감했다.
반면 이마트는 올해 1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1333억원으로 전년 대비 43.1% 증가했다. 전년도 임금 판결 영향이 컸던 4분기를 제외하면 2023년 내내 이익 개선 흐름을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에도 실적 반등의 속도가 다르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는 4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지난해 이마트의 연결기준 연매출은 27조6933억원으로 롯데쇼핑(15조1202억원)의 약 2배에 육박한다.
오너 3세 신유열 부사장 역시 최근 행보에서 적극적인 교류와 협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청담동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크리머리'의 선공개 행사에 참석해 김승연 한화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부사장과 만났다. 이 매장은 김 부사장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브랜드다. 신 부사장의 방문은 단순한 친분을 넘어 유통과 콘텐츠를 잇는 젊은 재계 네트워크로 읽힌다. 숫자와 전략으로 승부하는 아버지와 달리, 감각과 브랜드 안목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아들의 접근법은 방식은 달라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매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의지다.
앞서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방한 당시에도 신 부사장은 단독 면담 일정을 소화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도 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트럼프 주니어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으며, 신 부사장과는 별도 일정을 통해 환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전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등이 트럼프 주니어를 먼저 만났다.
이처럼 롯데 총수 부자는 각각 실적 중심의 유통 전략과 브랜드 안목 중심의 미래 포트폴리오를 분담해 유통 명가의 반등을 도모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연휴 기간에도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과 롯데호텔 김해, 롯데워터파크 김해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일선 점검에 나섰다. 올해만 해도 수차례 국내외 현장을 직접 누빈 그는 지난 3월 주총을 통해 12년 만에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에 복귀하며 유통전선에 직접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롯데쇼핑은 오카도와 손잡고 약 1조원을 투입해 '제타'라는 이름의 자동화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기대했던 건 '롯데식 아마존'이었지만, 결과는 아직 물류 자동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시스템 안정화와 효율 개선이라는 내부적 성과는 있었지만, 소비자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거래액 지표에서도 뚜렷한 상승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유통업계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롯데쇼핑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다. 롯데쇼핑의 2024년 연간 영업이익은 4731억으로 전년대비 6.9% 감소했고, 매출도 15조1202억원으로 이마트(27조6933억원) 대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1분기 할인점 부문 영업이익은 281이며, 오프라인 부문마저 경쟁력을 잃어가는 양상이다.
신 회장의 고덕 방문과 관련해 롯데쇼핑 관계자는 "해당 일정은 비공식 일정으로, 주말 행보에 대해서는 별도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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