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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륙별 동맹' 구축 나선 정의선 회장의 큰 그림

산업 자동차 NW리포트

'대륙별 동맹' 구축 나선 정의선 회장의 큰 그림

등록 2024.11.28 06:01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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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우선주의·중국 업체 공세 맞서기 위한 전략 GM과 협력 美 생존 도모···토요타와는 미래 협력합종연횡 더 커질 듯···BMW와 협업 여부도 주목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글로벌 자동차 시장 내 위기 대응과 지속 생존을 위한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동맹 네트워크 구축 행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대륙별로 협업 파트너를 별도 구성해 맞춤형 생존 전략을 꾸리는 모양새가 돋보인다. 생존 전략의 핵심은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의 벽을 넘고 중국 업체의 공세에 맞서는 것이다.

이는 이익 증대를 위해서라면 외부의 사업자와도 아낌없이 손을 잡고 협력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부터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전략적 제휴에 나선 데 이어 지난 24일에는 일본 토요타자동차와 수소 관련 사업에서 힘을 합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협업 선언의 현장에는 모두 정의선 회장이 있었다.

돌아온 '트럼프 시대'···美 터줏대감 GM 역할 기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과 메리 바라 GM 회장이 지난 9월 미국 뉴욕 제네시스 하우스에서 만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과 메리 바라 GM 회장이 지난 9월 미국 뉴욕 제네시스 하우스에서 만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그룹이 가장 먼저 손을 잡은 곳은 GM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대 규모의 친환경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차·기아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GM과 손을 잡았다.

아직까지 자세한 제휴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지분 투자나 합작법인 설립 등의 제휴를 제외한 꽤 넓은 범위의 사업 제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는 서로의 요구조건이 맞은 덕에 손을 잡을 수 있었다. GM은 자타공인 '미국의 터줏대감'이고 현대차는 인도와 중동 등 신흥 시장의 강자다. 미국 내 영향력 확대가 절실한 현대차와 신흥 시장 내 점유율 확장을 희망하는 GM의 요구조건이 맞아떨어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GM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것을 계기로 '미국 우선주의' 정책 부활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미국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GM이 현대차의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또 현대차는 중·소형 스포츠 다목적 자동차(SUV)에 강점이 있는 대신 픽업트럭이 없고 GM은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대형 SUV와 픽업트럭 분야의 명가인 반면 중·소형 SUV 시장에서는 다소 존재감이 떨어진다. 이 요건 역시 두 회사가 협업을 추진한 이유가 됐다.

이처럼 현대차와 GM의 제휴는 서로의 부족함을 메꿔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생존할 수 있는 기회의 모색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미래 위해 손잡은 현대차-토요타···보호무역·中 공세 극복 위한 협공 나서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4일 오후 일본 아이치현 토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WRC 최종 라운드 일본 랠리 시상식 후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4일 오후 일본 아이치현 토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WRC 최종 라운드 일본 랠리 시상식 후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와 토요타의 협업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협업보다는 미래 인프라 구축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만하다.

현재 두 회사는 수소와 로봇 등 미래 사업에 대한 장기적 시각의 협력이 이어가고 있다. 수소 이외의 협업 사례로는 현대차그룹 로봇 개발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토요타의 연구 부문인 토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의기투합한 바 있다.

하지만 수소 사업과 로봇 사업은 단기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장기 프로젝트다. 따라서 단기적인 협업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또 다른 분야에서 협업 사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는 협업 전망은 미국에서의 사업 관련 규제 대응 문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취임 직후부터 미국 자동차 회사가 아닌 외국 자동차 회사에 대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규제로 사업에 훼방을 놓을 가능성이 크기에 모종의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와 토요타의 미국 내 자동차 생산 능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토요타는 약 200만대의 완성차 생산이 가능하고 현대차·기아는 약 70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미국 친환경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생산 능력(연산 약 30만대)까지 더하면 약 100만대의 완성차 생산이 미국에서 가능하기에 현대차와 토요타의 생산량을 더하면 약 300만대의 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진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비(非)미국계 자동차 업체의 완성차 생산량이 연간 약 800만대인 점을 고려하면 약 40%가 현대차와 토요타의 생산량으로 채워지는 셈이다. 제아무리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라도 두 회사의 영향력을 간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국계 자동차 업체들과 비미국계 자동차 업체들의 고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현대차와 토요타가 전면에 나서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규제에 맞설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저가 물량 공세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석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공세도 두 회사가 함께 막아낼 공산이 크다.

표면적 기술 수준이나 조립 상태 등은 중국 업체가 현대차와 토요타에 밀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업종에서 보여준 것처럼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대량으로 시장에 풀어놓는다면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공유가 가능한 기술을 서로 제휴해 중국 업체가 쉽게 만들 수 없는 첨단 자동차 개발 등이 앞으로 예측할 만한 제휴 사례다.

특히 두 회사 모두 전통적 자동차 생산 업체로서 오랫동안 쌓아온 기술 업적이 충분하고 중국 업체들보다 자동차 본연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의 수준이 뛰어난 만큼 기술적 우위를 앞세워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으로 동맹 확장 가능성 커···BMW가 적임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9월 19일 체코 오스트라바시 인근 노소비체 소재 현대자동차 체코공장을 방문해 현지 직원들을 격려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9월 19일 체코 오스트라바시 인근 노소비체 소재 현대자동차 체코공장을 방문해 현지 직원들을 격려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이제 관심은 현대차의 동맹 러브콜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다. 미국과 아시아에서 GM과 토요타라는 거물급 파트너와 협업 의지를 다진 만큼 유럽에서도 협업 파트너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현대차는 이탈리아 이베코 그룹, 체코 스코다 그룹 등 다른 유럽 자동차 업체와 협력을 추진한 바 있지만 대부분 상용차 사업 협력에 그쳤다. 승용차와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위한 유럽 자동차 브랜드와의 협업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업계 안팎에서는 BMW와의 협업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BMW는 대한민국에 진출한 유럽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 한국 시장과 가장 우호적인 업체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해서는 가장 업황 파악이 밝고 전문적인 성과를 내는 업체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현대차와 BMW 간의 정식 협업 사례는 없다. 2010년대 초반 커넥티드 카의 개발 과정에서 협업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지만 실제로 협업의 연결고리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과 주요국 자동차 시장 내 영향력 제고 차원의 양사 협력 추진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앞서 BMW와 '수소 동맹'을 구축한 바 있는 토요타가 현대차를 돕기 위해 동맹 구축의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국 우선주의와 이에 기반을 둔 보호무역주의의 벽을 넘고 신생 브랜드의 공세에 맞서기 위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간 합종연횡은 앞으로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현대차의 글로벌 동맹 구축 전략도 이에 대한 일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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