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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제왕적 권위의 민낯, 권한 내려놓기 금융권 분수령 돼야

오피니언 기자수첩

제왕적 권위의 민낯, 권한 내려놓기 금융권 분수령 돼야

등록 2024.10.17 17:16

수정 2024.10.17 17:22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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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올해 전 금융권을 뒤흔든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 우리은행이 전임 회장 친인척에게 350억원의 부당대출을 내준 이 사건은 금융권 내부통제 부실을 여실히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고구마를 캐니 왕릉이 나왔다' 철 지난 유머 게시판 표현처럼,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십 수백억대 배임·횡령 사례들은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건의 전주곡 같았다.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태를 기점으로 금융권은 금융지주 회장의 '제왕적 권한'이라는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계열사 대표를 비롯한 수백 명의 인사권을 가진 금융지주회장이 가진 권한이 권력으로 작용해, 누구도 쉽게 회장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구조가 부실한 내부통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수십 차례 열린 5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한 사례는 단 한 건이었단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금융지주 회장의 제왕적 권력 문제는 하루 이틀 거론된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금융권을 호령하던, 이른바 '4대 천왕' 시절에도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의 지휘로 진행된 일도 자회사 CEO가 책임지는 등 부당한 일이 고착화되자 이를 개선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같은 개선이 본격화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였다. 전 정부의 패착을 고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이다. 당시 금융위는 2013년 4월 금융지주 회장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모든 지시를 문서화하는 등 지배구조 개혁을 단행했다. 지주사 회장이 자회사 인사를 주무르는 행태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금융사들은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금융 사태를 두고 금융권은 또다시 회장의 '제왕적 권한'을 근본적 문제로 지목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 전 회장 부당대출 건에는 우리은행 뿐 아니라 계열사가 엮여 있었다.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캐피탈도 조건이 안 되는 손 전 회장 친인척 회사에 대출 14억원을 부당하게 내준 것이다. 이면을 더 살펴보면 부당대출을 승인한 우리금융저축은행 여신심사1부장, 우리캐피탈 부동산금융팀장은 손 전 회장 친인척 회사의 재무이사(CFO)와 '우리은행'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은행 퇴임 이후 손 전 회장 친인척 회사로 취업한 재무이사가 은행에 인맥으로 줄을 댄 셈이다. 그야말로 금융의 사조직화다.

이에 감독당국은 우리금융을 상대로 연일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금융 경영진을 향해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질타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강력한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표명을 위해서라도 부실 대출과 관련한 사건을 자체적으로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 사태에 뜨끔한 다른 금융지주들도 자세를 낮추고 '책무구조도' 짜기에 돌입하는 등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금융에서 일어난 사건이 회장의 제왕적 권위에 따른 것이라면, 그들 역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한 당국 관계자들은 "수면으로 드러난 게 우리금융이라서 그렇지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사실상 한 끗 차이"라고 상황을 진단하기도 했다.

사태가 커지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역대 금융지주 회장으로는 처음으로 국정 감사장에 섰다. 그는 부당대출 사태에 거듭 사과하며 금융지주 회장의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의 선언이 우리금융에서 그쳐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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