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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휴젤, 美 '보툴리눔 톡신' 소송 승리···연내 레티보 론칭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휴젤, 美 '보툴리눔 톡신' 소송 승리···연내 레티보 론칭

등록 2024.10.11 13:10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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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제337조 위반 사례 없음···예비 심결 확정"메디톡스 "끝까지 진실 밝힐 것"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휴젤과 메디톡스 간 '보툴리눔 톡신 제제 소송' 최종심결에서도 휴젤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 리스크가 해결되며 휴젤의 '레티보' 제품 론칭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ITC는 10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주재 행정 판사의 예비 심결을 부분적으로 검토한 후 수정해 확정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위원회는 또한 불만 제기자의 구두 변론 요청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미국으로 수입하는 특정 보툴리눔 톡신 제품과 제조 공정 관련 1930년 개정된 관세법 제337조를 위반한 사례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결정한 예비심결을 최종심결에서도 인용한 결과다. 미국 관세법 337조는 특허, 상표,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물품의 불공정 수입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2022년 3월 휴젤의 보툴리눔톡신이 자사의 하이퍼 홀 A균주를 도용해 만들어졌고, 이를 미국에 수출하려 시도한다는 취지로 휴젤 및 휴젤 아메리카, 크로마파마를 상대로 ITC에 제소했다.

메디톡스는 소장에 '휴젤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을 도용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 및 생산했으며, 해당 불법 의약품을 미국에 수출하려 한다'고 명시했다.

또 'ITC가 휴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해야 하며, 해당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ITC는 해당 제품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수입 배제를 명령하거나, 불공정 행위에 제제를 가할 수 있는 기관이다.

메디톡스가 ITC에 제소한 이유는 크게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절취 ▲균주와 관련한 영업비밀 도용 등 두 가지다.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 메디톡스는 디스커버리 절차를 통해 휴젤이 제출한 증거들을 확인한 후, 2023년 9월과 10월 보툴리눔 균주에 대한 영업비밀 유용 주장을 철회했다. 이어 지난 1월 보툴리눔 독소 제제 제조공정에 관한 영업비밀 유용 주장까지 철회했다.

ITC는 메디톡스 측 요청에 따라 균주 절도와 관련한 심리에 집중했으나 예비 심결에 이어 이번 최종 심결에서도 균주 절도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최종판결에 따라 메디톡스가 소송을 제기한 이후 지난 2022년부터 3년여간 벌여온 양사 소송전에서 휴젤이 승리하게 됐다.

휴젤 관계자는 "메디톡스의 휴젤에 대한 균주 절취 주장에 근거가 없음이 ITC 최종 판결을 통해 밝혀지면서 휴젤의 미국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며 "휴젤은 앞으로도 기업 신뢰도 및 주주 가치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전사적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며,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미국 ITC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전체 위원회(full Commission)의 이번 결정은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 생각한다"며 "대응 방안을 검토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보툴리눔 독소를 기반으로 한 의약품이다. 근육 마비를 유발하는 특성을 활용해 다양한 의료, 미용 목적으로 사용된다. 보툴리눔 독소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혐기성 세균에 의해 생성되는 신경독소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차단해 근육 수축을 억제한다. 이를 통해 주름 개선, 근육 경련 완화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11조1925억원 규모다. 미국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6조원 이상 규모로 추산돼 가장 큰 시장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보툴리눔 톡신 기업은 미국 진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먼저 미국 시장에 진출한 건 대웅제약의 '나보타'다. 현재 대웅제약은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와 함께 나보타(미국명: 주보)를 미국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7%에서 2022년 9%, 지난해 11%까지 가파르게 성장했다.

앞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을 상대로 ITC에 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분쟁은 '나보타'의 미국 내 21개월 수입 금지 최종 판정이 내려지며 메디톡스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 3자 간 합의에 따라 나보타는 미국에서 수입금지 없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메디톡스는 미국에 현지법인 '루반타스(Luvantas)'를 설립하고 2025년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었으나 지난 2월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MT10109L'에 대한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본심사가 거절됐다.

메디톡스 측은 연내 협의사항을 보완해 신청서를 다시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휴젤은 지난 2018년 미국과 유럽 사업 파트너사인 '크로마파마'의 미국 자회사 '크로마USA'와 함께 '휴젤아메리카'를 설립했다. 지난 2022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자사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국내명: 보툴렉스)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지난해 4월 FDA에 보완요구서한(CRL)을 받는 등 삼수 끝에 지난 3월 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어 지난 7월 초도 물량을 선적하고 9월 추가 물량을 선적하는 등 미국 진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최종 심결에 따라 소송 리스크가 해소되며 연내 미국 시장 내에 레티보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메디톡스는 휴젤과 가진 소송에서는 패소했지만 식약처나 대웅제약과 벌인 소송전에서는 반대로 승기를 잡은 상황이다.

지난달 10일 대전고등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김병식)는 메디톡스가 식약처를 상대로 낸 '메디톡신 허가취소처분 등 취소소송'에 대한 식약처의 항소를 전부 기각하고 메디톡스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메디톡스 전 직원이 성분이 변경된 원료로 메디톡신을 생산했다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메디톡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무허가 원액을 사용하고도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 약사법을 어겼다며 2020년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메디톡스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품목허가 취소 처분은 과도하다며 식약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는 재판 과정에서 "원료 변경 사실은 인정하되, 동일한 균주로 제조방법만 바꿔 만들어진 원료"라는 점을 강조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메디톡신 전단위(50,100,150,200단위)와 코어톡스주(100단위)에 대한 허가취소 및 판매 업무정지 등의 처분을 모두 취소한 1심 판결을 전부 취소해 달라는 식약처 항소에 대해 1심과 같이 품목허가취소 처분, 회수폐기 사실 공표 명령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식약처가 내린 판매업무정지 1개월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메디톡스 측이 판매 업무정지 1개월 처분에 대한 위법성을 밝힌다는 이유로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히며 소송 종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의 2심은 지난달 변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에 대해서도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 여부를 둘러싼 영업비밀 침해금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측을 상대로 낸 500억여원 규모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소송 1심에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에 대한 동일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대웅제약 측이 메디톡스에 4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또 대웅제약에 해당 균주 기술 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활용해 만든 완제품 '나보타'의 제조·판매금지를 명령했다.

대웅제약은 이에 항소를 제기하고 1심 판결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항소심 판결 시점까지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지난달 25일 항소심 첫 변론이 열렸다.

1심 판결 당시 메디톡스는 "법원의 판결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로 내려진 명확한 판단"이라며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일부 소송이 아직 진행 중이긴 하지만 이번 ITC 판결을 계기로 대부분의 소송 리스크가 종결되며 톡신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제약사 간 소송전은 기업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메디톡스는 지난해 소송에 따른 지급수수료만 504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같은 기간 매출의 23% 수준이다.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지급수수료만 1481억원을 넘겼고, 같은 기간 합산 영업이익은 871억원이다. 메디톡스의 지급수수료는 대부분 소송 비용으로 알려졌다.

메디톡스는 올해 상반기 지급수수료도 271억원을 지불했다. 휴젤 역시 올해 상반기 지급수수료로 192억원을, 대웅제약도 올해 상반기 지급수수료로 773억원을 지출하는 등 소송 리스크에 따른 지출은 상당한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판정 결과로 휴젤이 북미 시장 진출에 탄력을 받으며 큰 외형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현지 시각 10/10일 진행된 메디톡스와의 ITC 최종 판결 승소로 법무 리스크가 해소됐다"면서 "휴젤은 국내 톡신 3사 중 미국과 유럽, 중국을 포함한 메이저 판매 국가에 품목 허가를 획득한 유일한 업체로서 매출 업사이드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서미화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휴젤 레티보 수출관 관련해 "미국 수출에 따른 첫 매출액이 3분기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 레티보 런칭은 빠르면 연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메디톡스의 추가 항소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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