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8476→5593···사흘 폭락 뒤 장중 17% 급등시총 1~5위 동반 폭등···반도체가 지수 통째로 끌어올려증권가 "밸류 정상화 과정이지만 추세 전환은 확인 필요"
코스피 지수가 한 달 동안 30% 넘게 폭락한 뒤 하루 만에 역사상 가장 강한 반등을 연출했다. 장 초반부터 17% 안팎 급등하며 금융위기 당시 기록했던 역대 최고 상승률을 갈아치웠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폭등했다. 증권가는 그동안 과도했던 낙폭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보면서도 본격적인 V자 반등의 출발점인지 여부는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6548.64까지 치솟으며 전 거래일 대비 17.08% 상승했다. 이는 종전 최대 상승률인 2008년 10월 30일(11.95%)을 크게 웃도는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지난달 말 8476.48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한 달 만에 34% 가까이 빠지며 5593.56(30일 종가 기준)까지 밀렸다. 특히 지난 28일부터 사흘 연속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될 정도로 투매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은 개장 직후부터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며 시장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코스피의 가파른 반등은 반도체와 AI 관련 대형주가 주도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29.73% 급등해 상한가에 근접했고 삼성전자도 25% 넘게 뛰었다. 시가총액 4위 SK스퀘어와 5위 삼성전기는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최상위권 종목들이 동시에 가격제한폭에 도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AI 우려 걷히자 반도체 폭등···외국인 7조원 순매수
이날 오전 기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7조1384억원을 순매수했다. 이탈했던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되면서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상승폭을 빠르게 키웠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697억원, 6조9799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코스피 급반등의 출발점은 전날 뉴욕증시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15.51% 급등했고 아마존도 견조한 클라우드 실적을 내놓으며 시간 외 거래에서 9% 넘게 뛰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8.19% 상승한 가운데 TSMC 등 주요 반도체주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증권가는 이번 급등을 단순한 기술적 반등으로 해석하기보다 그동안 과도했던 낙폭을 되돌리는 '정상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호실적으로 AI 투자 지속성이 다시 확인되면서 반도체 업황 우려가 완화됐고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국내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 연구원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급락 과정에서 AI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됐는데 국내 반도체주가 워낙 큰 폭으로 하락했던 만큼 반발 매수가 강하게 유입됐다"며 "미국 반도체주와 ADR도 급등하면서 국내 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견조한 펀더멘털에도 수급적인 요인으로 시장이 과도하게 하락했던 만큼 정상화 과정으로 보고 있다"며 "빅테크 실적을 통해 AI발 클라우드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고 반도체 시황 강세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큰 폭의 반등에도 여전히 국내 증시는 펀더멘털 대비 상당 폭 저평가된 상태"라며 "단기 반등 경로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상향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도 당분간 하락보다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둘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신 팀장은 "미국 대형 헤지펀드의 마진콜 이슈가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낙폭 과대 매력이 다시 부각됐다"며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5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배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대비 현저한 저평가 구간"이라고 언급했다.
바닥 확인한 코스피···"1만포인트 시나리오 유효"
시장의 관심은 이번 반등이 추세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평가하면서도 V자 반등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기업이익 개선과 밸류에이션 회복이 이어질 경우 코스피 1만포인트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박석현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연구원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는 바닥을 확인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며 "기업이익과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코스피 1만포인트 자체가 비현실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AI 투자 지속성과 반도체 업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등이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오늘을 기점으로 V자 반등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시장이 바닥을 다져가는 과정으로 판단한다"며 "하나증권이 제시한 향후 12개월 코스피 1만포인트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돈을 버는 기업은 정당한 가치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거시경제 변수와 각종 리스크는 목표 시점을 다소 늦출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추세 자체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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