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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미중 갈등 최대 수혜는 원료의약품···"'가격경쟁력' 확보 관건"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미중 갈등 최대 수혜는 원료의약품···"'가격경쟁력' 확보 관건"

등록 2024.06.20 17:12

수정 2024.06.21 08:57

유수인

  기자

황만순 대표 "中 의존도 높은 '원료 시장' 잡아야" 주변국가에 기회요인···인도는 품질 이슈 무시 못해한국 자급률 11%대 불과···약가 우대 등 환경조성 필요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결국은 원료를 잡아야 한다. 미중 갈등 수혜 분야로 CDMO(위탁개발생산)가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원료의약품(API)이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이같이 말하며 원료의약품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세계 제약바이오업계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생물보안법은 중국 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내 사업 활동 제한을 골자로 한다. 지난 11일 개최된 미 하원 규칙위원회에서 생물보안법이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흐름은 바뀌지 않을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은 값싸고 빠른 서비스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의 의존도가 높았다. 특히 제네릭의약품(복제약)에 사용되는 원료의약품은 시장경쟁과 가격경쟁이 심해 대부분의 국내외 기업들이 값이 저렴한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2022년 기준 중국에서 수입한 원료의약품 규모만 1조 2000억원(9.1억 달러)에 달한다. 2위인 인도(4000억원)와 비교해서도 큰 격차를 보였다. 인도조차 복제약 주원료의 70%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원료의약품도 중국산 비중이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21년 기준 미국은 완제약 제조시설의 60%가 외국에 존재하고, 원료 제조시설의 14%만 미국에 존재하는 등 해외 의존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를 받을 분야가 최종적으로는 원료의약품 시장이 될 거란 의견에 동의한다.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미국 기업 역시 공급처를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럴 경우 나름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주변 국가들에겐 기회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만큼의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인도다. 인도는 '세계의 약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 세계 제약 산업의 생산 기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미국 복제약의 약 40%를 공급하고 있다.

인도 또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를 원료의약품에 적용한 상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실제 타이레놀 중간체 등 일부 중요한 의약품원료의 자국 내 생산 확대에 있어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에는 원료의약품, 복제약 등을 넘어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도 진출을 시도 중이다.

황 대표는 "최근 인도에서도 생물보안법안의 기회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품질 이슈가 크다. 품질 면에선 한국이 우세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치고 나갈 수 있도록 투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원료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간한 '2023 식품의약품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11.9%로 10년 전인 2013년 31%에 비해서도 크게 감소했다. 전년과 비교해선 반토막 났다.

앞선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중국 대비 가격 경쟁력이 낮은 상황이라 그 점에선 보완이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선 수익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 비싼 국산 원료 대신 중국, 인도산을 쓰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인건비가 중국의 3배다. 인건비는 곧 원가가 된다. 가격경쟁에서 게임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금전적 지원을 포함한 근본적이고 과감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국가의 보건 안보 차원에서도 필수적이다. 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으면 위기 상황에서 대처할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초반인 2020년 초순 인도와 중국이 몇몇 원료의약품목의 수출금지 조치를 취함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 미국, 유럽 등에서 심각한 의약품 공급난을 겪은 바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여러 차례 법안 발의와 행정명령을 통해 주요 의약품의 자급도를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정책 제시,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원료의약품 자국 생산 등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한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도 유럽연합(EU) 내 공급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마련에 힘써왔다. 유럽의약품청(EMA)는 필수의약품 목록 관리를 강화해 왔고, 원료약 제조 활성화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

국산 자급화에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는 약가 우대, 연구개발(R&D) 지원, 세제 혜택 등이 꼽힌다. 그 일환으로 보건복지부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국산 원료를 쓴 국가필수의약품의 약가를 우대해주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의약품 자급률 제고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1월에는 '혁신형 신약·개량신약의 원료의약품 개발·제조' 세제 지원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도 개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를 이끌어 내기에 앞서 국산 원료의약품을 팔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국산 원료를 사용한 완제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가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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