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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도시 개조 과제···민간에만 맡기면 역사에 죄짓는 꼴

오피니언 기자수첩

도시 개조 과제···민간에만 맡기면 역사에 죄짓는 꼴

등록 2024.06.11 16:24

수정 2024.06.11 16:27

장귀용

  기자

reporter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대론 1기 신도시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서울 외곽 베드타운, 지방 도시 내 단지들을 정비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도정법이 제정되던 당시엔 1980년대 이전에 지어진 단지를 상정하고 법을 만들었다. 4층 이하 저층 주거지 주 대상이었고, 재건축 대상인 공동주택(아파트)도 5층짜리가 대부분이던 시절이다. 간혹 중층이상 단지도 있었지만 사업성이 충분한 강남이나 동일한 전용면적으로 새 아파트를 받는 수평 이동이 주를 이뤘다.

최근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최근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는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준공한 노후 아파트들은 12층 이상의 중층이 대부분이다. 땅값도 비싸지 않다 보니 일반분양을 해도 공사비 전액을 충당하기 어렵다. 집 크기도 10~20평대 소형인 곳이 많아, 평수를 넓히면서 발생하는 추가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정부와 자치단체들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노후계획도시정비법에서 용적률 상한을 올려주면서 녹지기부채납의무는 면제해 주는 내용을 포함했다. 인천과 부산, 경기권에선 임대주택을 줄여주고 일반분양을 늘리는 혜택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공시지가가 낮은 지역에 임대주택을 줄여주는 '보정계수' 도입 등 정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공사비가 급등한 데다 금리마저 오른 탓에 여전히 '억대'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선 사업구조와 자금조달 방법을 혁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각에선 정부와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사업 주체로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조합이나 시행대행자가 사업 주체이면서 동시에 지방의 행정력 부족을 보완하는 준 행정기관 역할을 해왔다. 문제는 자금이 없고 토지만 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시공사가 자금을 대고 공사비와 금융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소유주들은 자신이 낸 땅값을 계산해서 사업에 든 돈과의 차액만큼 돈을 더 내거나 돌려받았다. 인허가 관청은 건물이나 현금으로 기부채납을 받는 데 급급했다.

이제는 일반분양 수익만으로 기부채납도 하고 공사비도 챙기고 금융비용도 충당하던 시대가 끝났다. 반드시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지 않고 민간에 비용 절감을 맡기면 결국 안전하고 쾌적해야 한다는 '건축물의 기본'이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단지에선 층간소음이 심하고 리뉴얼이 힘든 벽식아파트에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패널을 답습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싸다는 이유에서다. 겉만 번지르르하지 속은 1990년대 100만호 공급 정책 때 지은 아파트를 새로 짓는 격이다.

이미 2000년대~2010년대 재개발‧재건축을 마친 단지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지어졌다. 사용주기가 100년인 콘크리트 건물을 설비 노후로 인해 30~40년 만에 부숴야 하는 악순환이 이미 예고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주도의 펀드를 조성하거나 지자체 예산을 투입하면 당장에라도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공에서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사업비를 빌려주거나, 무이자로 사업비를 빌려주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기부채납을 받는 방안이 거론된다.

우리는 한민족의 역사 이래 가장 많은 인구가 빡빡하게 모여 사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동시에 집이 없어서, 교육하기가 어려워서 아이를 낳지 않는 바람에 '멸종'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도 하다.

당장의 손익보다 LCC(Life Cycle Cost, 생애주기비용)을 따져야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익을 추구하기 마련인 민간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공공이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역사에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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