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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삼성전자, 창사 55년만 첫 파업 선언···"6월7일 연차 소진"(종합)

산업 전기·전자

삼성전자, 창사 55년만 첫 파업 선언···"6월7일 연차 소진"(종합)

등록 2024.05.29 13:39

김현호

  기자

조합원 2만8천여명에게 파업 지침 1호 전달오늘부터 서초사옥 앞에서 버스 숙박 농성노조 "공정하고 투명한 임금제도 개선 선행"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사진=김현호 기자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사진=김현호 기자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던 파업이 오늘(29일) 시작됐다. 전날 본교섭이 결렬되면서 노조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이날 "오는 6월7일 2만8000여 명 조합원에게 연차 소진을 권유하는 파업 지침 1호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사 55년만 첫 파업···"일방적 교섭 결렬"


전삼노는 29일 오전 서울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며 "2023년, 2024년 임금교섭 병합조건으로 직원들의 휴가제도 개선에 대한 약속을 믿고 교섭을 타결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양보했다"며 "하지만 사측은 이를 비웃고 일방적으로 교섭을 결렬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화로 해결하고자 세 차례나 문화행사를 진행했음에도 사측은 어제 아무런 안건도 없이 교섭에 나왔다"며 "모든 책임은 노조를 무시하는 사측에 있으며 이 순간부터 즉각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1일 임금 실무교섭을 재개한 이후 28일에는 8차 본교섭에 나섰다. 노조는 사측 교섭 위원 2명에 대한 입장 대립으로 고성이 오갔고 사측이 교섭장을 이탈해 교섭이 파행됐다고 밝혔다. 이후 추후 교섭 일정도 정하지 못한 노조는 이날 최종적으로 기자회견에 나서게 됐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임금 1~2% 인상이 아니며 제도 개선을 통해 투명하게 지급해 달라는 것"이라며 "LG와 하이닉스도 영업이익 기준으로 (성과급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 기준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용 회장의 무노조 경영 철폐 선언에도 사측의 태도 변화는 없었다"며 "삼성의 실세인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에게 노동조합과 직접 만나 이 사태에 대해 해결을 촉구했으나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과 교섭에 대한 아무런 의지가 없는 사측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그렇기에 전삼노는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 측은 전국 사업장에 펴져 있는 조합원들과 6월 7일 연차 파업을 시작하고 이날부터는 홍보 트럭을 활용해 24시간 농성 투쟁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다만 연차 소진 외 다른 지침과 추후 계획 및 일정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9일부터 홍보트럭을 활용해 24시간 농성 투쟁에 나선다. 사진=김현호 기자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9일부터 홍보트럭을 활용해 24시간 농성 투쟁에 나선다. 사진=김현호 기자

"영업이익으로 성과급 받아야···노조리스크 아닌 경영리스크"



노조는 향후 본교섭에 대해서는 열려있다며 투명한 임금제도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우목 위원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임금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며 "직원들은 모르는 EVA 기준을 두고 사측에선 11조 영업이익이 나더라도 성과급을 줄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어 제도를 개선해 투명하게 (성과급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대표적 성과급 제도인 OPI(초과성과이익금)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지급된다. 여기서 초과이익은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이 차감된 EVA에 따라 산정되고 있다. 자본비용이 높다면 EVA가 낮아지는 구조인 셈이다. 노조 측은 EVA 산정기준을 회사가 밝히지 않아 성과급 제도가 '깜깜이' 식으로 지급된다고 지적한다.

또 일부에선 AI(인공지능) 시대의 필수재로 꼽히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이 과거 같지 않아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으나 노조는 이를 '경영 리스크'라고 잘라 말했다.

노조는 "삼성전자 직원들은 정당하게,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 사기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이 자체가 회사의 위기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HBM 위기는 직원들이 나서 열정을 다하면 극복할 수 있으나 정당한 보상 없어 마음먹기 쉽지 않다"며 "노동자들이 정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는 이 현실이 더 위기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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