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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HMM호,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간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HMM호,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간다

등록 2024.03.21 13:25

김다정

  기자

reporter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여러 사람이 자기주장만 내세우면 일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는 이 속담은 국내 최대 국적선사 'HMM 매각'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뒤얽힌 이해관계자들이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며 결국 HMM 민영화 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6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HMM의 민영화는 기대만큼 우려도 컸던 게 사실이다. 해운산업은 국가 수출입 화물의 99.7%를 담당하는 국가 기간산업인 데다가 '세계 8위' 해운 공룡기업으로 몸집을 키운 매머드급 M&A는 그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HMM 인수전이 시작됐을 당시에도 현대차, 포스코, 한화 등 대기업이 아니면 체급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니 재계 19위인 HMM을 재계 27위 하림이 인수한다는 것부터 예견된 실패인 셈이다.

그럼에도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무리하게 실패가 예견된 매각을 밀어붙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 답은 공적자금 회수에 있다. 산업은행은 2016년 HMM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린 뒤 7년간 HMM 지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왔다. 이에 따라 HMM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금융감독당국이 권고하는 '건전성 지표' BIS비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하루라도 빨리 HMM 매각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BIS 자기자본비율을 관리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HMM 매각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HMM 노조RK "산은은 금융 논리로 공적자금 회수에만 몰두한 나머지 유보금만 10조원인 HMM을 졸속으로 넘기려고 한다"고 지적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금융 논리를 내세워 매각을 밀어붙였다면 또 다른 대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애초 매각 의지가 없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국내 해운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명분으로 HMM을 판 뒤에도 계속해서 HMM 경영에 개입하고 싶다는 의중을 드러낸 게 치명적이다.

결국 HMM 매각은 애초에 무리한 시도였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대주주끼리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침체기로 접어든 해운업계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세계 2위 선사인 머스크를 중심으로 한 거대 해운동맹 재편에 따른 출혈경쟁도 우려된다.

하지만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 재매각을 둘러싸고 관계 부처 입장도 '갈팡질팡'하면서 혼란을 가중하는 모양새다. 해양수산부는 HMM 재매각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했다가 일주일 만에 '시기나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국가 재정이 대거 투입된 만큼, 팔아야 하지만 깐깐하게 따져야 하는 정부의 고뇌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그러나 앞선 HMM 매각 무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공동 매각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다시 매각 작업을 한다고 해도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하루라도 빨리 인수주체자들 사이에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해운업황이 침체되기 전에 적정한 몸값을 산정해 국민 세금을 회수해야 하지만 시간에 쫓겨 국내 유일 국적선사를 졸속 매각하길 바라지는 않는다. 해운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대승적 명분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이런 금융 논리와 산업 논리 사이의 시너지를 찾아낸다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우리 속담은 '사공이 많으면 배가 더 빨리 간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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