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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방산 외길' LIG넥스원···로봇으로 '쌍끌이' 장착

산업 중공업·방산 투자의 '씬'

'방산 외길' LIG넥스원···로봇으로 '쌍끌이' 장착

등록 2023.12.14 08:35

김다정

  기자

美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 인수 추진···인수가 3419억원LIG넥스원 "미래 성장 플랫폼 확보, 미국 방산 시장 진출"경쟁사 대비 내수 방산 의존도 높아···수익 다각화 과제

LIG넥스원은 최근 공군 출신 신익현 C4ISTAR(지휘통제통신·감시정찰·표적획득)사업 부문장(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LIG넥스원은 최근 공군 출신 신익현 C4ISTAR(지휘통제통신·감시정찰·표적획득)사업 부문장(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방산 외길만 걷던 LIG넥스원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세계 방산 시장의 호황으로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LIG넥스원은 군수·내수 시장 탈피라는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미국 로봇 개발·제조업체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 인수를 추진한다. 인수 가격은 3149억원이다. 취득예정일은 내년 6월 30일이다.

LIG넥스원은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C)인 LNGR을 설립하고 SPC에 1876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나머지 금액 중 1259억원은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가 SPC가 고스트로보틱스 지분을 기반으로 발행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한화 김동관도 '눈독'···고스트로보틱스는 어떤 회사?
최근 방산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무인화·드론·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군(軍)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LIG넥스원은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를 통해 신기술을 접목해 자율적으로 작동하고 지능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무기체계 개발을 본격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군용 로봇의 경우 인명 살상을 최소화하자는 기조와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연구 개발에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다. 세계 군용 로봇 시장이 오는 2030년 4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로봇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2015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설립된 고스트로보틱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쌍벽을 이루는 로봇견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4족 로봇에만 주력하는 만큼 이 분야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보다 기술력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비전60'은 12개의 액추에이터(구동장치)를 갖춰 바퀴형이나 궤도형과 비교해 자갈밭이나 언덕 같은 자연환경이나 계단처럼 평탄하지 않은 지형에서 민첩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 로봇은 미군과 영국군이 도입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미국 틴들 공군기지에서는 4대를 도입해 순찰용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국군도 10대를 도입한 뒤 보급·기밀·감시·정찰 등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대통령 집무실 경호용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1월에는 고스트로보틱스 한국법인이 한화그룹 본사에 방문했을 당시 김동관 부회장이 4족 보행 로봇 시연에 직접 참관해 이목이 쏠린 바 있다.

'내실 탄탄' LIG넥스원의 한계와 과제
LIG넥스원은 고스트로보틱스를 통해 민수와 수출 '투트랙 전략'으로 매출 다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미래 성장 플랫폼을 확보하고 미국 방산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고 이번 인수 추진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산 호황에 힘입어 LIG넥스원은 수익성 개선에는 성공했으나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일찌감치 민수 사업에 진출한 다른 방산업체들과 달리 방산 한 우물을 판 탓에 매출 대부분을 국내 방산 수주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LIG넥스원의 주요 매출처는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로, 그 비중은 전체매출의 약 60.4%에 달한다. 이는 곧 매출의 절반이 국내 군수 사업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현대로템은 철도 사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항공기 부품 제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 엔진, 우주·위성 산업 등 다른 방산업체들이 방산 외 다른 주력 산업에 진출해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체 매출 대비 해외 매출 비중도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폴란드와 대형 계약을 터뜨리지 못해 상대적으로 글로벌 방산 호황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올해 3분기 말 누적 기준 LIG넥스원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 해외 매출액은 2856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17.5% 수준이다. 지난해 작년 3분기 누적 해외 매출액 3135억원과 비교해도 8.9% 줄어들었다.

민수 진출 본격화···방산과의 시너지도 기대
방산 외길만 걷던 LIG넥스원은 로봇 사업을 통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위 산업은 수요처가 확실하다는 장점만큼 한계도 뚜렷하다. 기업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는 민수 분야 진출이 필수다. 특히 내년부터 신임 신익현 사장 체제에서 본격적으로 민수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LIG넥스원은 최근 공군 출신 신익현 C4ISTAR(지휘통제통신·감시정찰·표적획득)사업 부문장(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지난 5년간 LIG넥스원을 이끌었던 김지찬 사장은 고문으로 물러난다.

신 부문장이 몸담았던 C4ISTAR 사업부는 지상·함정 전투체계, 각종 레이더와 수중 감시체계, 드론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주력으로 한다. 성장할 여지가 큰 사업 중심으로 업무를 이행했던 점에서 신 부문장 취임 이후 신사업 발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에 인수한 로봇산업은 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이 모두 집결된 분야인 만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군용만 아니라 로봇 플랫폼 중 하나로서의 다양한 활용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고열과 짙은 연기 등으로 진입이 어려운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을 대신해 인명 구조에 나설 수도 있다. 실제로 비전 60은 내부 센서를 통해 화재를 감지해 화재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로봇견이 현장에 투입되도록 개발됐다.

주가 연일 상한가···기대와 우려 공존하는 이유는?
이번 LIG넥스원의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를 두고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이번 인수 소식이 들려온 후 LIG넥스원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52주 신고가를 다시 쓰기도 했다. 그만큼 시장의 기대가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 추진 발표는 방산사업 확장의 미래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군의 현대화, 첨단화는 무인화, 디지털화, 자동화를 바탕으로 이뤄지며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LIG넥스원의 인수는 선제적인 기술 투자 및 사업 아이템 확보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4족 보행로봇은 단순히 군사용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로봇 플랫폼으로서 민수 분야에서도 다양한 활용이 기대되는 로봇 유형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고스트로보틱스가 개발한 비전60에 대한 국내 판권에 따른 불확실성은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스트로보틱스는 로봇 생산을 위한 기술 이전 및 한국 내 로봇 생산 권리 및 한국 내 독점총판권을 확보한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가 경북 구미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고 보도됐다"며 "국내에서 이미 비전60을 판매 중인 업체와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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