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계빚 급증에 '50년 주담대' 예의주시 "정부 정책 발맞춰 움직였는데"···은행권은 '냉랭'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등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가계부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현장 점검을 예고하자 은행권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 방침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상품으로 도마에 오른 것은 물론, 이번에도 정책 실패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급격히 증가한 가계대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은행 현장 점검에 착수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체계 등이 적정한지 여부를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소득 범위를 과도하게 넘어가는 지점이 있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DSR 모델을 만들었을 수 있다"면서 "주담대 산정과정에서 DSR 산정이 적정한지 실태를 파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당국의 갑작스런 행보는 몇 달 사이 많이 늘어난 가계부채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원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상태다.
이 가운데 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4대 은행의 해당 상품 취급액이 출시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1조2000억원을 웃도는 등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이는 탓이다.
특히 관련 상품이 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게 아닌지 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실제 분할 상환 주담대의 경우 만기가 길어지면 총이자액은 증가하더라도, 대출자가 한 달에 내는 원리금은 감소한다. 일례로 연 4.4% 금리로 주담대 5억원을 빌리면서 만기를 30년으로 설정하면 월 원리금이 약 250만원으로 책정되는데,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 그 액수는 206만원으로 44만원 줄어든다.
이 때 소비자 입장에선 이자 부담을 낮추면서 대출 한도를 늘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행 DSR 규제에선 총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 대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한다.
이에 당국은 은행별 DSR 모델의 적정성을 살피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50~60세 소비자에게도 지금의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50년 만기 대출을 내줬는지를 들여다보겠다는 얘기다. 동시에 '50년 만기' 주담대의 대상 연령을 만 34세까지로 제한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은행권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상품 판매를 부추긴 정부가 오히려 은행에 책임을 떠넘긴 격이 돼서다.
사실 초장기 주담대는 당국이 주도한 상품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최장 50년 만기의 '특례보금자리론'을 설계한 게 그 시작이었다. 이에 시중은행도 정책 기조에 부응해 '40년 주담대'를 운영했고, 지난달부터는 '50년 주담대'를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만큼 은행권에선 정부가 DSR 모델을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짙다. 게다가 당국은 그간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의 DSR 체계를 수시로 조율해왔다. 따라서 인제 와서 그 시스템을 들여다본다는 자체가 '뒷북'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업계 일각에선 당국이 초장기 주담대 가입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낮추려는 데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다른 소비자에 대한 역차별일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 연령층에선 집을 장만할 여력을 지닌 사람도 많지 않다는 이유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50년 만기 등 초장기 주담대는 어디까지나 각 은행이 정책 방향에 발맞춰 내놓은 상품"이라며 "애초에 가입 연령 제한과 같은 가이드라인도 없었던 만큼 정부가 관리 책임을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담대 차주의 평균 상환기간이 7년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가입 연령을 제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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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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