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간판 새로 단 전경련이 진짜 바꿔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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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새로 단 전경련이 진짜 바꿔야할 것

등록 2023.05.22 14:15

이지숙

  기자

reporter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간판 교체 카드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의 주된 내용은 ▲한국경제인협회로 기관명 변경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전환 ▲권력의 부당한 압력 차단 ▲젊은 세대 회장단 확대해 위원회 활성화 ▲국민소통 강화 등이다.

특히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경련이 정부 관계에 방점을 두고 회장, 사무국 중심으로 운영됐던 과거의 역할과 관행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앞으로 변화를 강조했다.

또한 "윤리위원회는 옳은 일에 옳은 주장을 할 수 있는 인물로 구성해 회장과 사무국의 독단적 결정을 제어하게 할 것"이라며 "과거 미르재단 지원과 같은 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 여전히 전경련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냉랭하다. 특히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후 꾸준히 정경유착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고 외치고 있으나 외부에서 느낄 수 있는 큰 변화는 없다는 평가다.

실제 재계에서도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에는 '명분'이 중요하나 지금의 전경련에서는 명분을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전환한다는 것도 이미 여러 차례 언급이 있었던 만큼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6개월로 임기를 못 박아 뒀으나 정치인 출신인 김 직무대행이 정치와 거리를 둬야하는 전경련의 수장 역할을 하는 것도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일부에서는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가 필요한 상황에 전경련과 한경연의 합병이 '꼼수'라는 뒷말도 나온다. 한경연의 경우 4대 그룹이 아직 회원사인 만큼 두 단체가 합병할 경우 자연스럽게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가 가능해진다는 시나리오다.

단 전경련 측은 이에 대해 "아직 이사회 등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해석"이라며 선을 그었다.

결국 김 직무대행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계 맏형' 전경련을 이끌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차기 기업인 회장 선임과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실행력이다. 앞서 허창수 전 전경련 회장의 경우 후임자를 찾지 못해 12년간 자리를 지킨 만큼 차기 회장에 걸맞은 인물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월 선임된 김 직무대행의 임기는 약 3개월이 남았으나 아직까지 전경련은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현재 재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경련이 혁신안에서 밝힌 선제적으로 글로벌 수준의 정책개발과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 또한 경제단체로서 전경련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패싱' 당했던 위치에서는 벗어났으나 전경련에 남은 기회는 많지 않다. 단순히 간판을 바꿨다는 것으로는 이미지를 바꿀 수 없다. 제대로 된 혁신을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재계 맏형 자리는 영영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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