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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금융당국 투톱, 호흡 여전한가···업계는 불안↑

금융 금융일반 尹정부 1년 금융정책

금융당국 투톱, 호흡 여전한가···업계는 불안↑

등록 2023.05.10 16:09

수정 2023.05.10 18:44

차재서

  기자

'대통령 최측근' 금융감독원장 등판에'감독 당국 중심으로' 정책 시스템 재편

(오른쪽)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오른쪽)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과 대출금리 인하 그리고 과점시장 타파까지···"

첫 돌을 맞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간 이어온 금융정책은 단 한 사람의 행보로 요약할 수 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첫 '검사 출신' 최연소 감독 당국 수장 타이틀을 지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등판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정부의 '빅스피커'를 자처하며 CEO 교체와 금리인하, 취약차주 지원을 비롯한 정책과제의 동참을 주문했다. 대통령이 신뢰하는 감독 당국 수장의 날 선 발언에 금융권은 마지못해 움직였고, 결국 정부도 금융사 경영진을 측근으로 교체하고 정책 재원을 마련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실세 금감원장'의 등장은 이내 부작용을 낳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감원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금융 당국은 좀처럼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정권 실세'와 '정통 관료'의 동행

김주현 위원장과 이복현 원장이 나란히 금융당국 투톱으로 이름을 올렸을 당시부터 업계는 불안감을 거두지 않았다. 전혀 다른 배경과 철학을 지닌 이들이 각각 금융위와 금감원을 맡게 된 것을 계기로 두 기관의 관계가 모호해지고 정책에도 혼선이 생기지 않겠냐는 우려에서다.

비록 김주현 위원장이 "국민과 언론이 지켜보고 있다"며 미리 선을 그었지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결과적으로 상위 기관인 금융위가 금감원의 눈치를 보는 구조가 됐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그만큼 두 사람이 살아온 여정은 달랐다. 김주현 위원장이 행정고시 25회(1981년)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 재무부와 금융위 요직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라면, 사법연수원 32기 이복현 원장은 공직 생활의 모든 시간을 검찰에 몸담았을 뿐 아니라 '윤석열 사단'의 막내 특수통 검사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이복현 원장은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사 발표 당시 검찰 출신 인사를 지나치게 중용한다는 지적에 대통령이 직접 '적임자'라고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그를 추켜세웠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먼저 자리를 잡은 쪽도 이복현 원장이었다. 인사청문회 일정으로 김주현 위원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리스크관리와 대출금리 인하와 같은 민감한 주문을 쏟아내며 인상을 각인시켰다.

금융회사도 이복현 원장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금감원장의 말 한마디가 곧 대통령의 뜻이라는 인식에 각 기업은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최대한 자세를 낮췄다.

"과점 타파, 공매도 재개"···금감원장의 '말말말'

두 기관의 균형은 금세 깨졌다. 특정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금감원이 금융위보다 먼저 입장을 내놓거나 금융회사를 통제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다. 어디까지나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이들은 해명했지만 밖에선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금융사 지배구조나 성과급, 챌린지 뱅크 도입, 전세사기, 증시 폭락 등 핵심 이슈에 대한 이복현 원장의 성급한 발언도 문제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일례로 이복현 원장은 '현명한 판단'과 '정부의 뜻'이란 표현으로 전임 우리금융 회장의 퇴임을 종용했고, 거액의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서도 "국민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은행을 질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놓고는 원칙에 충실하고 어려운 시기 상생에 동참하자는 취지일지라도, 과연 금감원장이 금융위원장에 앞서 꺼내 들 화두였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공매도 재개' 발언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복현 원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공매도 규제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는데, 결정권을 쥔 금융위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개인적인 견해를 드러내 도마 위에 올랐다. '챌린저 뱅크' 건도 있다. 소비자 부담 완화를 명분 삼아 5대 시중은행 중심 과점 경쟁 체제를 깨뜨리자는 이복현 원장의 지시로 업권 전반에 파장이 일기도 했다.

반면, 김주현 위원장의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복현 원장이 강력한 인상으로 이슈를 선점하는 데다 김 위원장도 대통령 측 눈치를 보느라 조심스러워하는 탓으로 풀이된다.

이에 업계에선 차츰 금융 당국을 향한 기대를 거두는 모양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이번 정부에 접어들어 두 기관의 관계가 역전된 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해외IR 관련 해외투자자와의 대화(패널 Q&A)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해외IR 관련 해외투자자와의 대화(패널 Q&A)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유례없는 해외IR 동행···이복현의 '이색 행보'

이복현 원장의 갑작스런 해외 출장을 놓고도 말들이 나오고 있다. 특정 금융회사의 투자설명회(IR)에 감독 당국 수장이 동행하는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되면서다.

현재 이복현 원장은 4박5일(12일까지)의 동남아시아 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에서 금융사 IR에 참여하고 현지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와 면담을 갖는다. 금감원장이 해외 IR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감독 당국 수장이 피감기관 CEO와 함께 해외 출장을 떠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비용을 포함한 부담이 금융회사에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어서다.

금감원장이 반드시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자리도 아니다. 금감원도 '금융중심지 지원센터'를 통해 해외 IR 행사를 열지만 보통 수석부원장이나 부원장이 주관하며, 그마저도 조용하게 치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게다가 증시 폭락 사태나 전세사기 등 국내에도 현안이 산적한 만큼 이복현 원장이 굳이 해외 출장에 나설 필요가 있었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가운데 김주현 위원장은 국내에서 여론을 수습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지난주 용인 반도체 장비 제조기업 서플러스글로벌을 둘러보고 수출기업과 만나는 등 산업 현장 챙기기에 신경을 쏟는 모습이다. 다만 국내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는 금감원장에 비해 금융위원장의 행보는 다소 초라하다는 평가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금융위와 금감원이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정책을 수립하고, 금감원은 그 정책을 바탕으로 시장을 감독하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을 등에 업은 금감원장의 돌출 행보가 지속되면서 정책 시스템이 혼선을 빚는 모양새"라며 "이를 제때 바로잡지 않으면 정부로서는 정책 목표 실현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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