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바이오 "안 될 이유 없었는데···" 디엑스앤브이엑스, 거래재개 보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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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될 이유 없었는데···" 디엑스앤브이엑스, 거래재개 보류 이유는?

등록 2023.01.11 15:58

수정 2023.01.11 16:57

유수인

  기자

거래소, 심의 속개 결정···긍정적이던 예상과 엇갈려 한미 임종윤 투입, 경영진 교체 및 내부통제 강화 실적 개선으로 흑자전환, 차기 성장동력 확보 나서 박상태 대표 등 한국거래소 방문 추가 면담 진행 예정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투자한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의 거래재개 결정이 미뤄졌다.

임 사장이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흑자 전환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힘썼던 만큼 회사는 물론 소액주주들까지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하고 디엑스앤브이엑스에 대해 '심의 속개'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5년 코스닥에 상장한 디엑스앤브이엑스는 2019년 감사의견 거절로 매매거래가 정지 중이다. 거래소는 회사에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으며, 이에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지난달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거래소가 요구한 구체적인 개선과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디엑스앤브이엑스가 경영진 교체 및 사업구조 다각화 등을 공격적으로 단행하고, 지난해 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거래재개에 성공해 업계는 디엑스앤브이엑스의 거래재개 가능성도 높게 점쳐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및 증권가 관계자들, 애널리스트들은 디엑스앤브이엑스의 거래재개를 긍정적으로 봤다. 지난해 신라젠, 코오롱티슈진 등 개선기간이 종료된 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거래재개에 성공한 만큼, (디엑스앤브이엑스의) 거래재개가 안 될 이유는 없다고 본 것"이라며 "오히려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속개 결정은 결국 거래재개 판단을 보류하겠다는 건데, 이는 거래소가 시장 분위기 등 어떤 이유로 결정에 책임을 지기 싫거나 회사가 뭘 안했으니 안 해주는 것"이라며 "다만 업계에선 디엑스브이엑스가 경영진 교체 등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매출도 개선하고 있기 때문에 (속개 결정) 사유를 궁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엑스앤브이엑스의 거래가 정지된 주된 배경으로는 '적자경영'이 꼽힌다.

회사는 지난 2015년 엠지메드라는 이름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2017년 회사명을 '캔서롭'으로 변경했다. 당시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손익은 각각 47억원, -32억원, -37억원이었다. 이후 매년 적자를 이어가며 지난해 매출액 75억원, 영업손실 -48억원, 당기순손실 -79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회사는 지난 2019년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주권거래가 정지됐다.

"안 될 이유 없었는데···" 디엑스앤브이엑스, 거래재개 보류 이유는? 기사의 사진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실적개선과 내부통제, 책임경영 강화에 나서며 거래재개에 힘썼다. 지난해 10월 임 사장을 최대주주로 맞이한 후 사내이사로 임명해 그의 경영 참여를 확대했다. 현재 임 사장의 지분율은 19.57%다.

이사진에도 임 사장의 최측근을 배치했다. 지난해 12월 임시주총을 열고, 박상태 코리컴퍼니 미국법인대표와 이용구 코리컴퍼니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코리컴퍼니'(코리)는 임 사장이 2009년 홍콩에 본사를 설립한 개인 기업이다. 신생아와 산모를 위한 다양한 연구 및 바이오‧디지털 헬스케어, 차세대 신약 개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재 디엑스앤브이엑스를 이끌고 있는 박 대표이사는 지난 2019년 유전체 회사 마크로젠의 미국 계열사인 소마젠 미국법인에서 대표로 재직했을 때부터 임 사장과 알고 지낸 인물이다. 이용구 부사장은 임 사장이 2004년 북경한미약품 기획실장을 맡아 중국시장에 진출했을 당시부터 손발을 맞춰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미약품 관계사인 북경룬메이캉 헬스케어사업부 대표, 한미약품/북경한미약품 영업부, 마케팅전략실 팀장 등을 역임했다.

임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들은 오랜 기간 중국 등에서의 경력을 발판 삼아 중국 시장을 겨냥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에 100% 자회사 '북경디아이웨이스생물과기유한공사'를 설립해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회사는 이미 코리그룹이 중국에서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유아 헬스케어 제품들을 중국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또 중국 최대 의약품 및 의료기기 유통회사인 구주통과 전략적 업무협약(MOU)를 체결해 체외진단 의료기기를 포함한 다양한 제품을 중국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준비도 해왔다.

기존 주력 분야였던 유전체 진단 사업은 재정비를 통해 사업영역 확장과 수익성을 개선했다. 산부인과에 특화돼 있던 고객과 서비스는 내과 클리닉, 건강검진센터로 목표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올해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이미 지난해 상반기에 매출액 131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전년 연매출도 뛰어 넘었다. 3분기에는 86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누적 매출 217억원, 영업이익 15억원, 순이익 8억원을 달성했다.

이밖에도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지난해 회계 전문가를 외부감사로 선임하며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강화에도 힘을 기울였다. 이전에도 내부통제시스템이 있었으나 외부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한수 경기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안세회계법인 이사 및 수원세무서 국세심사위원 출신이다.

차기 성장동력 확보에도 전력을 쏟고 있다. 거래재개 이후에도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올 하반기에만 약 35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함에 따라 이를 기반으로 연매출 100억원 규모의 건강기능식품 제조기업인 한국바이오팜 지분 100%를 150억원에 인수했다. 또 추가 GMP 생산기반 구축, 약품 파이프라인 확대 등 유무형 자산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디엑스앤브이엑스 관계자는 "내부통제를 강화했고, 실적도 크게 개선했다. 특히 일회성 매출에 그치지 않도록 다양한 사업들을 검토‧마련‧확장하고 있었다"며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이유로 거래소가 속개 결정을 했는지, 언제 재개할지는 알지 못한다"며 "거래소와 추가 논의 후 향후 진행 과정에 대해 추가 안내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 등은 이날 오후 거래소에 방문해 면담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진다.

박 대표는 홈페이지 안내문을 통해 "당사는 최근 1년여 동안의 경영 실적을 중심으로 한 이행결과를 시장위원회에 잘 보고했다. 거래소는 속개결정과 함께 추가적인 미팅을 요청한 상태"라며 "미팅 진행 후 빠르게 업데이트해 보고하겠다. 주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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