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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산업은행 부산이전 갈등 격화···자취 감춘 강석훈 회장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차재서의 뱅크업

산업은행 부산이전 갈등 격화···자취 감춘 강석훈 회장

등록 2022.08.26 06:00

차재서

  기자

reporter
"기업은 가장 어려운 숙제를 사훈에 담는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때 이런 농담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잘 지켜지지 않으니까 사훈으로까지 담아 대외적으로 포장하고 구성원에게도 이를 각인시키려는 것이란 의구심을 담고 있다. 가령 어떤 기업이 '인화단결'이란 사훈을 내걸었다면 실제 내부 상황은 무척 복잡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는 얘기다.

이 정부에선 '소통'이란 단어가 그런 대상이 아닌가 싶다. 연일 국민과 대화하고 소통한다고 강조하지만 돌아보면 당국의 입장만 부각되고, 정작 당사자와 현장의 부담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딱 그렇다. 정부 방침에 따라 본점의 부산이전을 관철시키려는 강석훈 회장과 이에 반대하는 임직원이 대치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상대방의 의견을 배제한 채 어느 한쪽에서만 일방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지난 24일 산업은행이 내부적으로 마련한 현안 설명회에서도 이런 장면이 연출됐다. 사실상 산업은행의 가장 중요한 사안인 부산이전 건을 놓고 노사가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는 자리였음에도 이렇다 할 소득 없이 일단락되면서다.

사측은 과거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당시의 절차와 현 정부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을 설명하고 법 개정 등과 같은 앞으로의 절차를 언급했지만, 직원의 연이은 질문에는 원론적인 내용 외엔 답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를 쥔 강석훈 회장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를 대신해 김복규 은행 정책담당 부행장이 전면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결국 알맹이 없는 내용과 형식뿐인 만남에 갈등만 키운 셈이 됐다.

산업은행 직원 사이에선 아쉬움이 감지되고 있다. 소문으로만 전해 듣던 부산이전 계획을 직접 확인하고도 불안을 덜어낼 만한 답변을 듣지 못한 탓이다.

어쩌면 강 회장은 설명회를 마련했다는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설령 향후 산업은행 본점 이전이 가시화했을 때 자신은 정보를 충분히 공유했고 '소통'했으니 책임을 다 한 것이 아니냐며 발을 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대면'을 진정한 소통이라고 봐야할까. 혹자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소통으로 정의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고, 상대방의 의견이 타당하다면 자신의 뜻을 내려놓겠다는 것을 전제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은 '일방통행식' 정보 전달은 강요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산업은행의 지방이전과 관련해선 사회적으로 이견이 상당하다.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주장 이면엔 기업 구조조정과 혁신생태계 조성, 해외투자, 신사업 육성을 아우르는 정책금융기관의 기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옮겨간 공공기관이 반드시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진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대부분 직원이 가족과 함께 이동하지 않고, 기관별로 주요 업무를 여전히 서울에서 처리하고 있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즉, 현 시점에서는 산업은행이 서울에 위치해 있는 게 정책과제를 수행하는 데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런 의견에 대한 최소한의 검토와 해명도 없이 '정부 방침이니 무조건 해야만 한다'는 주장으로 일관한다면 산업은행 내에서 과연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강 회장은 출근 첫 날 자신을 막아선 노조 앞에서 "직원과 소통해 해법을 찾겠다"면서 "어디서든 경청하고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직원 앞에 나서길 꺼려하는 강 회장에게 그 약속이 유효한지 의문이 앞선다.

특히 산업은행 직원들은 아침마다 정규 출근 시간을 앞두고 본점 1층 로비에서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여는데, 시위가 이어진 80일 동안 강 회장은 단 한 차례도 이들과의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소통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강 회장은 취임 당시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구성을 위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 이전은 금융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국가에도, 환경의 변화를 감내해야 하는 직원 개개인과 그 가족에게도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그런 만큼 더욱 건강하고 치열한 토론이 요구되며, 이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그 조차 두렵다면 애초에 계획부터 잘못된 게 아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안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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