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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2년전 주주제안 '재탕'···한진칼 엑시트 명분쌓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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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주요주주 등판 후 분쟁 동력 상실
2년만에 정관 변경·사외이사 후보 추천
2020년 주총때 부결된 주주제안 똑같이 내놔
엑시트 계획 중, 부정적 여론 최소화 전략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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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한진그룹 2대주주 지위를 가진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2년 만에 목소리를 냈다. KCGI는 2020년 11월 산업은행이 한진칼 주요주주로 등판한 이후 경영권 분쟁 명분을 상실했다. 조원태 회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힘을 합친 3자주주 연합까지 와해되며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준비해온 만큼, KCGI의 이번 주주제안은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KCGI가 엑시트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한진그룹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했다는 이미지를 쌓고, 시장의 부정적인 여론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다.

KCGI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올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KCGI가 주주제안에 나선 것은 2020년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3자연합을 꾸리고 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을 공격했다. 하지만 주총 표결에서 완패했다.

특히 산은이 한진칼 주요지위를 확보하며 '경영 감시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단 한 건의 주주제안도 하지 않았고, 주총이 끝난 직후 3자연합은 와해됐다.

주주제안은 상법에 따라 주총 개최 6주전까지 제안서 송부가 완료돼야 한다. 지난해 주총이 열린 3월 마지막주 금요일을 기준으로 따져볼 때, 3월 마지막주 금요일인 25일로부터 6주 전인 2월 11일이 마감일이다. KCGI의 주주제안서가 기한 내에 한진그룹으로 도착했는지 여부는 파악하기 힘들다. 만약 이 시점을 넘겼다면,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

KCGI 측 주주제안서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방지와 주주총회 효율성 및 주주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전자투표 도입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기업가치와 주주권인 보호를 위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확정판결 받은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는 자격 강화 조건을 정관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외이사 후보로는 한국관리회계학회 회장을 지낸 회계전문가인 서윤석 후보를 추전했다. KCGI는 서 후보에 대해 "2004년 포스코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 감사위원장으로서 감사위원회를 이끌면서 투명경영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한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KCGI의 주주제안 명분이 약하다는 점이다. KCGI는 핵심 자회사 대한항공이 호실적을 냈음에도 한진칼의 영업적자가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현민 ㈜한진 사장의 승진이 과거의 후진적인 지배구조로 회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실적을 살펴보면, 대한항공과 ㈜한진을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들이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막대한 손실을 내고 있다. 조 사장 승진의 경우 ㈜한진이 지난해 달성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에 대한 성과 보상이다.

더욱이 이번 주주제안 내용이 '재탕'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집고 넘어가야 한다.

세부적인 정관 변경안과 사외이사 후보 선임안은 모두 2020년 3월 주총에서 이미 부결된 내용이다. 당시 KCGI는 연합전선을 꾸린 3자연합과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시 이사직을 상실한다'는 조항과 '전자투표제 도입' 조항을 정관에 새롭게 넣자고 주총 안건에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이 안건은 모두 높은 반대율로 부결됐다.

서윤석 후보도 마찬가지다. 2년 전 주총에서도 사외이사 후보로 나온 서 후보는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고, 이사회 진입에도 실패했다.

이 때문에 KCGI가 엑시트를 하기 전 '2대주주로서 견제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의도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나온다.

KCGI는 지난해 말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을 특별히 시장가격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는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대규모 물량이 장내에 곧바로 풀릴 경우, 시장 혼란과 충격이 불가피한 만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 등으로 지분을 정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한진칼 최대주주는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자다. 조 전 부사장(2.81%)을 제외한 지분율은 19.85%다. KCGI는 17.41%의 지분율(신주인수권 80만주 제외)을 유지하고 있다. 이어 반도건설은 17.02%이고, 조 회장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과 산은은 각각 13.21%, 10.58%씩이다.

한편, 한진칼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정기 주총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KCGI의 주주제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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