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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택트’의 일상화···산업계, 디지털 전환에 생존이 달렸다

[위드코로나 시대④]‘온택트’의 일상화···산업계, 디지털 전환에 생존이 달렸다

등록 2021.08.23 11:30

수정 2021.08.23 11:34

김정훈

,  

이세정

,  

이지숙

,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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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SK·LG·한화 등 근무형태 변화 실감화상회의·자율근무 익숙해진 재계···비대면 협업툴 정착공유오피스는 대세···메타버스 채용설명회 바람가전 매장엔 무인 서비스·물류업계는 무인운송 도입

‘온택트’의 일상화···산업계, 디지털 전환에 생존이 달렸다 기사의 사진

#1. 삼성 계열사에 다니는 30대 남성 A씨는 요즘 회사에서 오프라인 회의를 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산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사내 모든 회의는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A씨는 “회사에서 하던 회의가 전면 화상회의로 바뀌면서 비대면 회의는 이제 일상적”이라며 “다른 부서 직원과의 만남도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2. 국내 완성차 회사 사무직군에서 일하는 40대 남성 B씨는 주5일을 모두 재택근무로 소화하고 있다. 회사에서 사무실로 출근해서 일하든, 재택을 하든 선택은 직원들 자율에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B씨는 “1시간가량 출근 시간이 없어지고 아침 출근후 직원들과 커피를 마시며 낭비하는 시간이 사라지니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면서도 “일하는 방식이 이메일에 의존하다 보니 직원들과 소통하며 아이디어 찾는 작업이 다소 번거로워졌고 뜻하지 않게 단체방에 초대받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털어놨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재계 및 산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상당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회사와 사업장 곳곳에서 온라인을 통해 대면하는 방식인 ‘온택트’가 일상화됐으며 이에 따라 디지털 전환에는 더욱 속도가 붙었다.

◇출근은 가까운 곳으로···자율근무제도 확대=코로나 대유행에 산업계 재택근무는 24시간 공장을 돌려야 하는 일부 반도체·전자 생산 현장을 빼면 완전히 정착된 분위기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거리두기 강화로 부서별로 순환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재택근무 비율을 상시 30%로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임직원 재택근무 비중을 50% 이상 확대했다. SK그룹은 필수 인력을 제외하면 100% 재택근무로 시행 중이다.

이처럼 재택 근무가 자리매김하면서 기업들마다 거점오피스 운영과 자율좌석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을 도입했다.

현대차는 서울 종로 계동사옥, 용산 원효로사옥, 동작 대방사옥, 강동 성내사옥, 인천 부평 삼산사옥, 경기 안양사옥, 의왕연구소 총 7개 수도권 주요 지역에 거점 오피스 ‘H-위크 스테이션’을 총 400석 규모로 마련했다.

직원들이 외부 미팅 등 외근 일정을 마치면 굳이 사무실로 복귀하지 말고 현장과 가까운 거점 오피스에서 업무를 종료하도록 한 것이다.

현대차는 올 3분기 중 추가로 판교에 100석 규모의 거점 오피스를 열 계획이다. 거점 오피스로 출근하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하면 되고, 집중 근무 시간을 포함하면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코로나 시작으로 재택근무제를 임시 시행했다가 지금은 재택근무를 공식 제도로 도입했다. 또 자율 좌석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출근하는 날에는 부문장급 이상 임원은 한 곳에 모이도록 하고 직원들은 매일 원하는 자리를 선택해 앉을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하루 8시간 근무체제 하에 출퇴근을 조율할 수 있는 ‘플렉시블(Flexible) 출퇴근제’ 운영하고 있다. 출퇴근 혼잡 시간에 대중교통 이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월부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거점 오피스를 열었다. 거점 오피스는 사무공간, 회의공간, 휴게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캠퍼스 외 위치한 업무공간인 만큼 보안구역 내에서는 문서를 출력할 수 없고 사외 문서 출력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타 캠퍼스 대비 강화된 보안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시스템은 ICT(정보통신기술)부문이 지난해 9월부터 ‘스마트워크 체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 3회 내에서 근무지 출근이나 거점 오피스 근무, 또는 재택근무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정유업계에서는 GS칼텍스가 재택근무제,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온라인 플랫폼 활용을 통한 비대면 보고 및 화상회의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에쓰오일 또한 사내 교육과 회의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 중이며 생산 현장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에서 50%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시차 출퇴근제와 식사시간 2부제 시행도 눈길을 끈다.

◇기업문화도 코로나 맞춤···‘디지털 혁신’ 속도=LS그룹은 올 하반기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디지털 기반의 ‘메타버스(Metaverse)’ 채용설명회를 도입할 예정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합한 공간을 의미한다. LS그룹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 채용설명회가 어려워져 올해는 디지털에 기반해서 메타버스 채용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은 타 기업에서도 다양하게 활용 중이다. LG화학의 경우 상반기 신입사원 연수에 메타버스를 도입했다. 이는 석유화학업계에선 첫 사례다. LG화학은 지난 6월 사흘간 온라인 가상공간 플랫폼을 활용해 석유화학사업본부 온라인 신입사원 교육 연수를 진행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비대면 교육 한계를 넘어 신입사원 참여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또한 올 7월부터 롤플레잉게임(RPG, 플레이어가 게임속 캐릭터의역할을 맡는 게임) 형태의 온라인 가상공간으로 구성된 메타버스 교육장에서 본인의 아바타로 주요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동기들과 소통하고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토록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약 900여명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총 8회에 걸쳐 이 같은 교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채용 과정도 ‘비대면’이 대세로 떠올랐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전면 비대면 채용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일반 전형’은 SKCT(신입사원 필기전형)를 제외하고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했으면 ‘글로벌 전형’은 모든 프로세스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코로나 발생 이후 작년 하반기 공개채용 때부터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삼성 고시’로 불리는 GSAT는 매년 수만명의 응시생이 몰려 비용 소모가 상당한데 삼성은 온라인 전환으로 비대면 경제 활성화 효과를 봤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 조직 내에서도 디지털 전환은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한화 계열사인 한화에너지는 업무용 PC가 없어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실무에 적용했다.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가 죽전 한화시스템 데이터 센터 서버에 구축돼 있어, 임직원은 장소와 장치에 상관없이 서버에 접속만 하면 어떤 장비로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회사에서 지급된 노트북이나 자택 PC에서만 외부 접속이 가능한 재택근무시스템 ‘하이콘(HyCon)’을 구축했다. 원격 근무 시대 반도체 보안을 더 강화한다는 취지다. 삼성전자도 재택근무 전환 이후 외부에서 접속하는 원격 근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보안을 고려해 외부에 공개하진 않고 있다.

LG전자는 비대면 디지털 전환 환경에 맞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벤처, 사외벤처, 사내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인 ‘아이디어팟’ 운영으로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SDI는 회사 차원의 ‘코로나 블루(우울감)’ 극복 활동도 펼쳤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우울감을 스스로 지키는데 도움이 되도록 온라인 상담을 비롯해 비대면 조직문화 활동인 라디오 방송, 북톡 캠페인 등을 진행 중이다.

◇위생가전·무인매장·무인운송 새 트렌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위생가전 수요가 증가한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전자업계는 의류관리기, 건조기, 공기청정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등 위생·환경 가전 라인업을 강화 중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위생 가전 매출이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콕’ 수요 확대에 인테리어 가전 사업도 효자로 급부상했다. 삼성전자는 주방 가전으로 첫 선을 보인 ‘비스포크’ 라인업을 거실 등 집안의 다양한 공간으로 확대하고 있고 LG전자는 공간 인테리어 가전 ‘오브제컬렉션’의 해외 시장 공략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가전 업계에선 무인매장 서비스가 등장하고 물류업계에선 사람을 대신하는 무인운송로봇도 속속 도입됐다.

LG전자는 가전 판매 대리점인 LG베스트샵에서 지난 5월부터 무인매장 서비스를 도입했다. 서울, 인천, 일산, 부산 등 전국 9곳에 구축해 직원들이 퇴근한 이후인 오후 8시30분부터 자정까지 운영한다. 무인매장은 비대면 상담을 지원하고 소비자들이 구매 부담없이 다양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다.

롯데 계열 물류회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는 경기 이천시 덕평 풀필먼트 센터에 국내 처음으로 ‘무인운송로봇’ 자동화센터를 운영 중이다. 제품 운반 및 분류, 포장 등에 자동화 라인을 구축했다. ‘집콕’과 ‘비대면’이 일상화하면서 택배 물동량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관련 업계에선 로봇 활용 비중이 커질 조짐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근무 환경 변화가 많이 왔으나 지금은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와 무관하게 스마트 워크에 대한 범위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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