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AQAP-2110 획득···유럽 진출 교두보 마련유럽 재무장 수요 속 빠른 생산·납기로 공급역량 입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지상군 전력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한국형 주력전차(K2)가 새로운 대안 전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독일 레오파르트2 중심으로 구축돼 온 유럽 기갑 전력 체계에 변화가 감지되는 가운데 현대로템의 K2 전차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품질보증 인증을 확보하며 나토 표준 체계와의 연계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최근 K2 전차를 비롯해 구난전차, 교량전차, 장애물개척전차 등 기갑 전력체계에 대해 나토 품질보증시스템인 'AQAP-2110' 인증을 획득했다.
AQAP-2110은 나토 회원국이 방산 물자를 획득할 때 적용하는 핵심 품질보증 기준이다. 단순한 제조 공정 평가가 아니라 무기체계의 설계·개발·양산 과정과 품질관리, 군수지원 체계 전반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인증이 K2 전차가 나토 회원국의 무기체계 획득 기준에 부합하는 품질관리 체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성능 중심의 무기 경쟁을 넘어 전력화 이후 안정적인 운용과 유지가 가능한 체계임을 입증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전차와 같은 지상 전투체계의 가치는 단순한 화력과 방호력에만 결정되지 않는다. 현대전에서는 전장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양산 능력과 예비 부품 공급망, 정비·창정비 능력, 후속 군수지원 체계가 필수적이다.
AQAP 인증은 K2 전차가 이러한 장기 운용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요건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인증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변화한 유럽 기갑 전력 환경이 있다.
냉전 이후 유럽 주요 국가는 국방비 축소와 병력 감축 기조 속에서 기갑 전력을 줄여왔다. 그 결과 현재 상당수 국가가 노후 전차 교체와 부족한 전력 보강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기존 유럽 주력전차 시장은 독일 크라우스마파이베그만(KMW)의 레오파르트2가 주도해왔다. 레오파르트2는 유럽 20여 개 국가가 운용하면서 부품 공급망, 정비 인프라, 운용 경험 공유 등 강력한 연합 운용 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존 질서에 변화를 가져왔다. 전쟁 과정에서 전차 손실이 발생하고 유럽 각국이 기갑 전력 증강에 나서면서 신규 전차 확보 수요가 급격히 커졌다. 반면 장기간 축소된 유럽 방산업체 생산라인만으로는 단기간 내 확대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K2 전차의 강점인 신속한 전력화 능력과 생산 대응력이 부각되고 있다.
폴란드와 체결한 대규모 K2 도입 사업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 단기간 내 양산과 공급 능력을 보여주며 긴급한 전력 보강이 필요한 유럽 국가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K2는 자동장전장치, 첨단 사격통제체계, 복합장갑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한 3.5세대급 주력전차다. 특히 높은 기동성과 운용 효율성은 다양한 지형 조건에서 작전 수행이 요구되는 유럽 전장에서 경쟁 요소로 평가된다.
다만 K2가 유럽 기갑 전력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전차는 한 번 도입하면 수십 년간 운용하는 핵심 방위 자산이다. 기존 레오파르트2 운용국들이 구축한 정비 체계와 부품 공급망, 교육·훈련 기반은 신규 전차 도입 과정에서 여전히 중요한 경쟁 요소다.
결국 향후 주력전차 경쟁은 단순히 화력과 방호력 등 성능 비교를 넘어 전투 지속 능력과 군수지원 체계 구축 역량 경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유럽 국가들이 무기체계 도입 과정에서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정비시설 구축, 후속 군수지원(MRO) 등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폴란드의 K2 도입 사업 역시 단순 전차 구매가 아니라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을 포함한 장기 기갑 전력 현대화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번 AQAP 인증은 K2 전차가 단순 수출 대상 장비를 넘어 나토 회원국들이 요구하는 품질관리 체계와 운용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한국 방산의 경쟁력은 무기체계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 능력, 글로벌 군수지원망, 현지 방산 협력 체계를 얼마나 구축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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