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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규모 세계 2위’ 韓 공기업···KDI “국가적 모럴 해저드가 원인”

‘빚 규모 세계 2위’ 韓 공기업···KDI “국가적 모럴 해저드가 원인”

등록 2021.04.21 14:30

주혜린

  기자

한국 공기업 부채 OECD 2위···“정부 암묵적 지급보증 원인”석유공사, 완전자본잠식···광물공사 부채 규모 7조원 육박자원개발 2차 TF 권고안 곧 공개···“공적자금 투입은 미정”

‘빚 규모 세계 2위’ 韓 공기업···KDI “국가적 모럴 해저드가 원인”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 비금융공기업의 부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 부채는 유사시 정부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어 사실상 정부 부채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0일 발간한 KDI 포커스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 개선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추정치를 인용해 우리나라 비금융공기업 부채가 2017년 기준 GDP의 23.5%를 기록했다.

정부와 공기업의 부채를 합산한 것보다 월등히 많은 자산을 보유해 사정이 특수한 노르웨이를 제외하면 추정치가 존재하는 OECD 33개국 중 가장 많다. 33개국 평균(12.8%)을 크게 웃돌았고, 특히 기축통화국인 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일본보다도 더 많았다.

IMF의 추정자료는 국제기준에 따른 공식자료는 아니지만, IMF와 세계은행(World Bank)의 공식자료를 활용해도 우리나라의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2019년 기준 20.6%로 기축통화국인 영국, 캐나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보다 높다.

정부는 2017년 11월부터 6개월간 제1차 해외자원개발 혁신 TF를 운영했고, TF 권고에 따라 공기업의 부채를 최소화하고 경제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토록 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에 따른 저유가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 투자 위축 등으로 공기업 구조조정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공기업 재무상황도 지속해서 악화했다.

한국석유공사는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대외 차입금 의존도가 83%에 달하면서 이자 비용만 연간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의 지난해 총부채 규모는 18조6449억원으로, 전년보다 5139억원 늘었다. 반면 자산은 이 기간 18조6618억원에서 17조5040억원으로 1조1578억원 감소했다.

석유공사 부채는 2006년 3조5000억원대였으나 2011년 20조원을 넘어섰다. 2017∼2018년에는 17조원대에 머물다가 2019년 18조1000억원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결국 자산 규모를 넘어섰다. 석유공사의 차입금 의존도(이자부담부채/총자산)는 83%에 달했다.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는 14조6685억원으로, 연간 이자 부담은 4000억원이 넘는다.

가스공사의 부채규모는 2007년 8조7400억원 수준에서 2008년 17조8600억원으로 급증했다. 2019년 부채는 31조1653억원으로 2007년과 비교하면 약 356%가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엔 28조1746억원으로 부채가 소폭 줄었지만 2008년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다.

광물공사는 과거 이명박 정부시절 대규모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벌였으나 부실에 빠지며 2016년부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광물공사 부채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6조9000억원에 달한다. 오는 4월 만기가 도래하는 5억달러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파산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 공기업은 부채의 50% 이상을 공사채 발행으로 일으켰는데, 이는 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 때문으로 분석됐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한국석유공사 등 거의 모든 공기업이 건전성이나 수익성 등 자체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우리나라 국채의 신용등급과 동일한 국제신용등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기업은 재무건전성이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애써 노력할 필요가 없고, 정부는 재무적으로 무리한 정책사업도 공기업에 요구할 수 있게 되는 ‘이중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다고 KDI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모든 공사채를 원칙적으로 국가보증채무에 포함하고 공식적인 관리를 받도록 해야 하며, 최소한 은행에 비견되는 정도의 자본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평상시에는 일반 채권과 같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만, 발행기관의 재무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하면 해당 채권이 그 기관의 자본으로 전환되거나 원리금 지급 의무가 소멸하는 '채권자-손실분담형'(베일인) 채권을 공기업에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7월 활동을 시작한 '해외자원개발 혁신 2차 태스크포스(TF)'는 이르면 이달 중 권고안을 내는 것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TF는 약 9개월간 석유공사를 비롯한 자원 공기업의 재무 상황과 해외자원사업 현황, 경제성 및 사업 유지 여부 등을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권고안에는 공기업의 구조조정과 기능 개편 방향, 정부 지원 원칙 등이 포괄적으로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석유공사의 자력 회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TF 권고안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해라 마라와 같은 구체적인 지침은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식의 권고가 나온다면 여러 해결책을 고민해보겠지만, 아직 공적자금 투입 여부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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