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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프로듀스 101’ 본다

[포커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프로듀스 101’ 본다

등록 2016.03.19 08:00

이소희

  기자

‘프로듀스 101’ 제작발표회.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프로듀스 101’ 제작발표회.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모두가 욕하면서도 꼭 시청은 한다는 마성의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이러다 미운 정이 들 것 같다.

지난 1월 22일 첫 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101’는 국내 46개 기획사에서 모인 101명의 여자 연습생들이 참가한 초대형 국민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다. 참가자는 만 13세부터 28세까지, 연습기간이 10년 4개월 차인 최장수 연습생 등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대중이 국민 프로듀서가 되어 데뷔 멤버들을 발탁하고 콘셉트와 데뷔곡, 그룹명 등을 직접 정하는 방식이다. 최종 선발된 11명의 멤버들은 CJ E&M 소속 프로젝트 걸그룹으로 데뷔해 약 1년간 활동을 펼치게 된다.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방식에 시청자들의 주도권과 선택권을 더한 모양새다.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잡음은 처음부터 끊이지 않았다. 시청자들에게 선택권은 있었지만 주도권은 없었다. 제작진의 철두철미한 계획 하에 편집된 방송, 방송사에 유리하게 만든 계약서, 투표권은 주어졌지만 존재하지 않는 공정성 등이 있었다.

◆ ‘불금’에 뜨겁게 불타는 ‘프로듀스 101’

Mnet의 아이콘이 되어 버린 ‘악마의 편집’은 없다더니 관련이 없는 장면을 짜깁기해 시청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출연진들이 뭘 하든 제작진의 구성 하에 재편집돼 마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와 같았다. 또 특정 연습생의 분량에 치우쳐 있고 실력이 턱 없이 부족한 연습생을 띄워주는 그림은 끝없는 논란을 야기했다.

악마의 손길은 계약서에도 닿아 있었다. ‘프로듀스 101’ 출연 계약서가 유출된 것인데, 이 계약서는 프로그램의 독립성을 위해 출연진의 의무를 지나치게 요구하고 있었다. 악마의 편집을 당하더라도 항의할 수 없고,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하지도 못한다. 어쨌거나 연습생들은 어떤 상황이 와도 방송사 측에 법적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했다.

투표 시스템 또한 문제가 있었다. 한 네티즌이 가상의 이메일을 입력할 경우 얼마든지 중복투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리며 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른 것.

현장 투표에서도 마찬가지로 팀의 인원에 따라 득표수가 달라진다는 변수를 감안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Mnet 측은 황급히 새로운 투표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미 신뢰도는 하락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프로듀스 101’ 본다 기사의 사진


최근 ‘프로듀스 101’ 연습생 일부의 소속사가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에 Mnet 측은 “바로 모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돌을 키우겠다는 ‘프로듀스 101’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프로듀스 101’은 총 11부작으로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동안 ‘프로듀스 101’은 방송 직후뿐만 아니라 항상 이슈거리로 떠오르며 좋든 나쁘든 서바이벌과 오디션 프로그램계의 한 획을 그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대중들은 위에서 언급된 수많은 논란과 상관 없이 욕을 하면서도 본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들은 특성상 늘 도마에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청하는 데 있어 이처럼 반응이 뜨거운 일은 또 드문 일이다. 실제로 ‘프로듀스 101’은 4%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결과인 즉, 시청자들이 금요일 오후 방송을 보기 위해 ‘불금’을 포기할 만한 그리고 방송사의 행태와 무관하게 시선이 끌리는 ‘프로듀스 101’의 매력이 존재한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송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Mnet '프로듀스 101' 화면 캡처사진=Mnet '프로듀스 101' 화면 캡처


◆ 간절한 소녀들, 눈물샘 자극한다

‘프로듀스 101’ 연습생들의 눈물샘은 마를 날이 없다. 특히 순위 발표날이 되면 울음바다가 따로 없다. 이들의 눈물을 보면서 지겹다고 생각한 이들도 분명 있을 터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응당 등장하던 것이 바로 눈물 아닌가. 참 아이러니하게도 잘 알고 있는 뻔한 그림인데, 방송을 보다 보면 어느새 함께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는 바로 소녀들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바탕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은 참가자의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자극하지만, ‘프로듀스 101’은 과정을 보여주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앞서 대중은 아이돌이라는 직업에는 말 못할 고통과 노력이 따른다는 것은 막연하게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속사정은 잘 알지 못한다.

‘프로듀스 101’에는 대형기획사를 비롯해 이름을 처음 듣는 생소한 기획사들까지 참가했다. 또 현재 가수의 꿈을 꾸고 있는 이들 중 극소수만 모아놨을 뿐인데, 벌써 101명이라는 숫자다.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돌이 되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는지 보여준다.

더 나아가 밤새 노래하고 춤추며 도전하는 모습, 꼭 무대에 서고 싶다며 진심 어린 눈빛을 보내는 모습의 소녀들은 가슴이 아프도록 절실해 보인다.

사진=Mnet '프로듀스 101' 화면 캡처사진=Mnet '프로듀스 101' 화면 캡처


◆ 노력은 성장을 빚고 연습생을 키운다

앞서 말한 ‘프로듀스 101’이 보여주는 과정은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 이는 연습생들에게도 해당된다. 연습과정이 방송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가 된다면 평소보다 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공개되는 연습 과정이 시청자들에게는 자신의 간절함을 대변하는 척도가 된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기에 연습생들은 어제도 오늘도 또 밤을 샌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한 극단적인 예는 바로 레드라인 김소혜다. 김소혜는 첫 개인 심사 결과 초등학생만도 못한 실력으로 많은 질타를 받았다. 게다가 당초 배우 지망생임이 밝혀져 더욱 비난은 극심했다.

이에 김소혜는 될 때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나아졌다고 해도 월등한 다른 연습생들에 비할 수는 없기에 실력과 별개의 성장 스토리라고 치부해왔던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의 김소혜는 분명 그 이상을 향해 가고 있다. 무대 위 모습이 어색하지 않으며, 아이돌에게 가장 중요한 가능성이 비춰졌다. 다른 연습생들도 마찬가지다. 보컬을 하던 친구가 랩에 도전하며 의외의 호평을 얻기도 하고, 완전히 다른 콘셉트에 도전하며 영역을 넓혀가기도 했다.

사진=Mnet '프로듀스101' 화면 캡처사진=Mnet '프로듀스101' 화면 캡처


◆ ‘걸(girl)’스러운 것? 다채로운 무대의 향연

‘프로듀스 101’ 방송 초반, 트레이너들이 걸즈힙합 팀에게 “소녀다운 걸 해봐”라고 조언을 해 시청자들의 빈축을 산 바 있다. 걸그룹이라고 해서 꼭 소녀다울 필요는 없지 않으며, 이런 고정관념은 아이돌의 획일화에 일조를 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소녀답다’라는 것이 꼭 여성스러운 것만 뜻하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요즘의 걸그룹은 일관된 이미지는 유지하되 그 안에서 다양한 장르들을 소화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이후 ‘프로듀스 101’은 연습생들에게 다양한 미션을 부여하며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소화하게끔 했다.

그 결과 연습생들이 펼치는 무대에는 각각 발라드와 섹시, 파워풀, 청순, 몽환 등 여러 콘셉트가 담겼다. 그 안에는 요즘 흥행하는 걸그룹의 필수 요소인 소녀들의 걸크러쉬가 저절로 묻어났다. 다양한 무대를 통해 팬들을 불러 모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존 발매 곡이 아닌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곡으로 경연을 펼쳤다. 연습생들의 적응력과 소화력을 평가하는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볼 거리를 선사한 셈이다.

사진=Mnet '프로듀스 101' 화면 캡처사진=Mnet '프로듀스 101' 화면 캡처


◆ 이 안에 인생 있다···흥행의 가장 큰 이유 공감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분명 ‘프로듀스 101’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상황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는 시청자로부터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방송이 인기를 끄는 데 큰 일조를 한다. 아이돌이라는 환상의 세계 속에서 우리와 별 다를 바 없는, 살아가는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는 건 묘한 동질감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김소혜처럼 뜻하지 않게 흘러 들어온 사람을 만나게 된다. 게다가 배우를 꿈꾸던 김소혜는 이제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상황.

분통이 터지고 원망도 된다. 하지만 아무도 비난할 수 없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아이돌 지망생이 아니었다고 해서 타인의 꿈까지 관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김소혜와 그를 둘러싼 말들이 마냥 낯설지만은 않은 이유다.

더 나아가 연습생들은 매번 다른 동료들과 팀을 이뤄 무한 경쟁을 벌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F등급이었던 친구가 A등급으로 배정받는다. 팀의 센터와 리더, 파트를 정하는 과정에서 서로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갈등을 빚기도 한다. 대화를 통해 풀기도 하고 꽤 오랜 기간 묵혀 두기도 한다. 때로는 미션 방출자를 결정해야 하기도 하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도 한다. 우리의 모습과 꽤 닮아 있는 연습생들의 모습은 공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대중은 더욱 감정이입을 한 채 ‘프로듀스 101’을 시청할 수 밖에 없다.

이소희 기자 lshsh324@

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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