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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보다 ‘현재’···기업이 죽어가고 있다

[신년기획]‘미래’보다 ‘현재’···기업이 죽어가고 있다

등록 2015.01.05 11:14

수정 2015.01.07 17:21

손예술

  기자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부채비율 하락세미래위해 과감한 투자보다는 적립에 신경성장 동력 부재로 수익률 감소 악순환기업들 돈 안 쓰니 경제 성장률도 정체

‘미래’보다 ‘현재’···기업이 죽어가고 있다 기사의 사진

2014년 기업을 정의할 마땅한 단어가 없다. 1990년 세계화에 맞춰 해외기지를 적극 발굴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던 기업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맨 몸으로 부딪혀 그야말로 국가의 성장 동력을 이끌어갔던 기업가와 기업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제조업은 성장하는 중국에 역전 당한지 오래고,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계가 불투명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도전정신은 없다. 단지, ‘몸을 사리는’ 기업만이 남은 상태다.

◇재무안전성 치중하는 기업들
기업의 동태를 살피는 가장 좋은 지표는 ‘부채비율’이다. 부채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빚의 비율로 이 수치가 작아질수록 부채가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채비율이 높지 않다는 것은 분명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좋은 면으로 작용한다. 부채비율이 적을수록 자금조달 금리도 낮아지기 때문에 먼 미래를 내다봤을 때 기업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기업이 안정성을 구축하는데 치중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돈을 빌리는 비율보다 갚는 금액이 많아졌거나 아예 돈을 빌리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투자활동에 자금을 투입하는 비중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서도 부채비율은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보고 있다. 부채 비율의 감소는 기업의 체질 개선 측면에서 분명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부채비율의 급속한 감소는 외환위기를 경험한 기업들이 수많은 기업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안정 지향적 경영을 체질화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안정성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한국기업의 부채비율은 1980년대와 외환위기 발생 이전 기간(1991~1997년)동안 대부분 300%를 상회하여 100%대의 미국과 200%대의 일본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거친 뒤 2002~2005년에는 평균 116%로 미국(150%), 일본 (145.9%)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선진국 경제에 들어선 미국, 일본 기업보다도 재무 안정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기업의 몸 사리기는 여전하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0~2013년까지 제조업의 평균 부채비율 102.86%를 차지했다. 2010년 108.28%, 2011년은 소폭 높아진 109.19%로 집계됐으나 2011년 101.04%, 2013년 92.93%로 대폭 줄어들었다.

전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전산업은 1990년도 높은 투자율을 보였으나 평균 부채비율
은 하락세다. 2010년 150.14%였던 부채비율은 2013년 140.98%로 10%포인트 가량 감소됐다. 부채비율 외에도 제조업과 전산업의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 규모도 점차 감소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313억3400만원, 2010년 298억5600만원, 2011년 284억3900만원, 2012년 220억6900만원, 2013년 233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은 투자부문에 관한 현금 투자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보수적 사업 기조 확대 우려
보수적인 분위기는 경영 전략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국제경영원(IMI)이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125명을 대상으로 ‘2015년도 경영환경 전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2%가 내년 우리나라 경제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삼성과 한화의 ‘빅딜’이라고 불렸던 삼성의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한화 매각 역시 다른 차원에서 고유 사업 역량 강화로도 볼 수 있다. 현대제철이 매각한 동부특수강 인수 역시도 수직계열화 완성을 위한 전략이었다. 내부 계열사 정리와 수직계열화 완성은 엄밀히 말해 신사업 개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안정적인 사업 전략을 구축이라는 해석이 더욱 지배적이다.

물론 안정적인 사업구조와 수직계열화 완성으로 인한 비용 절감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국가를 이끌어갈 산업이 없다는 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추격도 한층 빨라졌다. 국내 경제를 이끌어갔던 차, 조선업계는 이미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9일 우리나라 10대 수출품목을 8개 산업군으로 재구성해 분석한 결과 6개 산업의 시장점유율이 중국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산업 8개 가운데 4개가 10년 만에 중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세계시장 4위권의 경쟁력을 유지하지만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한 10~12차 경제5개년 계획을 통해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해 석유화학산업을 세계시장 2위로 키웠다.

한 경제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돈을 쌓아만 놓고 사업도 보수적으로 운영하면 기업은 안정적으로 굴러가겠지만 경제는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내실도 중요하지만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 투자를 늘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예술 기자 kunst@

뉴스웨이 손예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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