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코믹스 가운데 가장 많은 캐릭터와 가장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엑스맨’ 시리즈는 영화적으로도 스핀오프를 포함해 무려 총 7편이나 제작된 가장 방대한 히어로 무비다. 특히 ‘엑스맨’은 군단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캐릭터 집합체다. 분열과 변종 그리고 창조의 큰 틀 안에서 엑스맨은 존재해왔다. 그래서 히어로 무비 특유의 스케일과 함께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통해 선보인 고뇌와 본질에 대한 질문도 담고 있다.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기에 보는 맛도 최고다. 히어로 블록버스터의 끝판왕이란 말이 과언이 아니다. 이 시리즈의 정점에 바로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있다.
이번 영화의 시작은 지난 해 개봉한 ‘더 울버린’의 쿠키 영상에서 시작됐다. 이미 ‘엑스맨3:최후의 전쟁’에서 피닉스(진 그레이)에 의해 산산조각 난 ‘프로페서 X’(찰스 자비에:패트릭 스튜어트) 그리고 돌연변이 치료제 ‘큐어’ 공격으로 보통의 노인으로 전락한 ‘매그니토’(에릭 랜서:이안 맥켈런)가 울버린(로건:휴잭맨)에게 다가온다. 죽은 줄로만 알았고, 능력을 잃어버린 줄로만 안 두 사람의 등장에 울버린은 놀란다.
당시 쿠키 영상에서도 등장했지만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다소 복잡한 이론을 기본 배경을 삼는다. 시간여행이 그것이고, 실제 양자 물리학 이론에도 등장하는 ‘중첩’(superposition)이 그것이다. 즉, 사건의 결과가 아직 관측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는 이론이다. 이 같은 이론에서 출발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제목 그대로 ‘미래와 과거의 여러 날’을 교차하며 엑스맨 군단의 최대 위기를 그린다.
이미 시리즈를 통해 대립 관계에 선 프로페서 X의 엑스맨 군단 그리고 매그니토의 브라더 후드 멤버들은 2023년 모두의 생존을 위해 손을 맞잡는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매그니토가 말하는 “서로 대립했던 순간들이 후회가 된다”는 말처럼 돌연변이들은 전멸의 위기에 처한다. 결국 ‘중첩’ 이론을 통해 찰스와 에릭은 손을 맞잡고 인류와 돌연변이 모두를 멸족시키려는 변종 살인로봇 ‘센티넬’에 맞설 계획을 세운다.
사실 센티넬의 탄생은 ‘엑스맨’ 시리즈 사상 울버린과 함께 가장 인기가 높은 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의 어떤 선택에서부터 시작됐다. 여기서 한 가지 조건은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과거는 전작 ‘퍼스트 클래스’로부터 10년, 그리고 미래는 ‘엑스맨:최후의 전쟁’으로부터 10년 뒤 상황이란 점이다. 과거의 센티넬 탄생 조건이 미스틱을 통해 이뤄졌다면, 미래의 센티넬은 과거의 어떤 조건을 이어받아 절대 무적의 파워를 지닌 돌연변이들의 적으로 서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 중심에 미스틱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엑스맨 군단은 의식을 과거로 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키티 프라이드(엘렌 페이지)를 통해 울버린을 구세주로 선택한다. 자칫 잘못하면 과거 여행을 통해 자아가 붕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울버린은 신체와 정신 모두를 힐링팩터(자가 치유)로 되돌릴 능력이 있기에 선택됐다.
과거와 미래의 중첩으로 이뤄진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주된 스토리는 과거로 향한 울버린이 찰스와 에릭을 어떤 식으로 설득하고, 미스틱이 왜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는지에 포커스를 맞춘다.
먼저 과거와 미래의 찰스 그리고 에릭은 전혀 다른 인물이다. 과거의 두 사람은 ‘퍼스트 클래스’의 스토리로 인해 반목하게 되고, 그 깊어진 감정의 골로 인해 하나의 목적을 실현하기 힘들다. 물론 둘의 목적은 큰 틀에서 같다. 돌연변이의 생존이다. 하지만 그 방식의 차이다. 과거의 스토리에서 벌어지는 두 캐릭터의 계속된 반목은 현재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분쟁의 기본과도 일맥상통한다. 그 줄기는 미스틱이 일련의 사건 중심에 서게 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당연히 이들은 자신들이 벌이는 이 사건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 ‘나비효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과거와 미래의 사건을 교차 편집으로 선보이며 관객들의 긴장을 조이던 ‘데이즈 오프 퓨처 패스트’는 어떤 결과로 이어지고 ‘중첩’의 이론이 적용되면서 ‘제로 베이스’로 돌아가게 된다. 그 결과는 당연히 관객들이 예상하는 그것이다. 이후 모든 상황이 처음으로 돌아가고 ‘울버린’과 프로페서 X의 대화를 통해 ‘엑스맨’은 또 다른 새로운 시리즈를 예고 한다. 영화 자막이 올라가고 마블의 전매특허인 쿠키영상을 통해 다음 시리즈인 ‘엑스맨:아포칼립스’의 힌트도 선보인다.
연출을 맡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엑스맨’ ‘엑스맨2:엑스투’ 이후 11년 만에 다시 ‘엑스맨’에 복귀해 돌연변이 세계관을 완벽하게 완성시켰다. ‘엑스맨’ 시리즈가 담은 사회 정치적 메시지를 완벽하게 담아내면서 마블의 또 다른 세계인 ‘뮤턴트 유니버스’의 창조자로서의 진면목을 과시한다.
더욱 흥미를 끄는 점은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가장 늦게 공개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임에도 이전 시리즈에서 등장한 모든 캐릭터의 스토리를 알 수 있는 작품이란 점이다. 스핀오프에 해당하는 ‘엑스맨 탄생:울버린’ ‘더 울버린’의 또 다른 주역 윌리엄 스트라이커 대령의 전사(前史), ‘어벤져스:더 에이즈 오브 울트론’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 ‘퀵실버’의 탄생 배경, ‘엑스맨’ 시리즈 전작에서 보여진 ‘매그니토’와 ‘미스틱’ 그리고 ‘비스트’와 ‘미스틱’의 러브라인 관계, 그리고 ‘엑스맨’ 1편에서 등장했던 일부 돌연변이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퀵실버의 등장은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으로 이어지며 두 시리즈의 세계가 공유되는 또 다른 시리즈가 등장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불가능할 것 같은가. 마블의 세계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만 봐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드디어 엑스맨의 뮤턴트 유니버스가 완성됐다. 완벽하다. 개봉은 오는 22일.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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