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내 잇단 문제 제대로 털자···“기본에 충실” 재도약 다짐'고객과 국민 신뢰' 최우선 원샷 인사·역검사제 등 쇄신책 발표
본격적인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에 앞서 그룹 내 터진 사고 수습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닥에 떨어진 고객들의 신뢰를 다시 끌어올리는 동시에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되찾는 데는 무엇보다 한 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수장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걸 임 회장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국민을 먼저 생각합니다’를 KB금융그룹 핵심가치로 내걸고 고객과 국민 신뢰 회복과 함께 2만5000여 전 임직원에게 정신 재무장과 강력한 쇄신을 주문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고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내실 경영을 토대로 고객과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 받는 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하자는 그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올 1월 조직문화 쇄신위원회를 발족해 3개월간 그룹 전반에 걸친 쇄신작업을 진행한 후 곧바로 결과물을 내놨고 임직원들을 불러 모아 내부통제 개선 방안을 주제로 끝장토론을 벌이는 등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임 회장 취임 때부터 강조해온 말 살펴보니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 “필요할 때 내리는 비, 시우(時雨)”
임영록 회장이 작년 7월 취임 때부터 줄곧 강조해온 말이다. 지난 3년간 KB금융지주 사장으로 지내면서 느낀 점을 반영한 결과다.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경영을 통해 그룹의 체질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고객과 국민의 신뢰 회복’이 큰 뼈대다.
KB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적정 수준의 수익을 창출해야만 고객과 사회에 효율적인 기여를 할 수 있고 그러한 사회공헌이 기반이 됐을 때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우(時雨, 때 맞춰 내리는 비) 금융’은 고객에게 꼭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 혜택 등을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지난해 9월 KB저축은행에서 출시한 ‘착한대출’은 임 회장의 시우금융 철학이 잘 담겨진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부업체 상품을 이용할 경우 평균 300만원 대출한도에 금리는 최고 연 39%가 적용된다. 착한대출을 통해 지난해 말 기준 평균 440만원 한도에 연 17.3% 금리로 대출해줬다.
출시 두 달도 안 돼 400건이 넘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석 달만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1000건 가까이의 대출이 이뤄졌다.
◇KB금융 강점 살린 사회공헌활동 강화 선언
임영록 회장은 사회공헌도 꾸준히 강조해왔다. 특히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첫 실행 과제로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부각했다.
KB금융은 직원 개개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사회참여를 확대하고 체계적인 사회공헌을 위해 2011년 11월, 재해발생 시 신속한 지원을 돕는 ‘신속드림봉사단’과 임직원의 재능을 기부하는 ‘재능드림봉사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전 직원이 1인 1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인당 12.6시간, 총 34만 시간의 지역밀착형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내친걸음에 KB금융은 금융업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국내 선두금융그룹의 노하우를 국민과 함께 나누기 위해 그룹 대표 사회공헌사업을 ‘경제·금융교육’으로 정했다.
KB금융공익재단 및 자회사 등 수많은 직원들이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그룹 사회공헌활동 핵심테마로 ‘청소년’과 ‘노인복지’을 꼽고 테마별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해오고 있다.
아울러 임 회장은 내부소통은 물론 고객 및 지역사회와의 소통 ?通행보’실천에도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내부소통 특히 ‘각별’
특히 최근에는 조직 내 소통 문화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반복된 낙하산 인사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연이어 터진 각종 사건사고로 주인의식이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함께 직원들의 영업현장 아이디어를 경영전반에 반영하면서 조직분위기 쇄신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 달 24일 사내 직원기자 20명을 초청해 ‘CEO와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이날 임 회장은 그룹 내 소통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직원 기자들을 격려하고 저녁으로 도시락을 함께하며 다양한 주제에 관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조직 문화 쇄신에도 적극적이다. 올 1월 그룹 전반의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쇄신을 위해 외부 전문가가 주축이 된 ‘KB금융그룹 조직문화 쇄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지난 4월 3개월간의 노력에 대한 결과물을 내놨다.
위원회는 쇄신의 첫 단추로 ‘인사 혁신’을 꼽고 부서장(임원)과 팀원의 인사를 동시에 실시하는 원샷 인사를 통해 인사청탁 및 줄서기 문화 근절을 유도했고, 대내외 공모제를 확대해 KB금융 출신이 아니더라도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KB금융의 임직원이 될 수 있을 길을 열었다.
◇조직쇄신 위해 끝장토론도 열어
또 내부통제 쇄신을 위해 감사실명제, 수검부점의 검사역 역평가 방법 등을 제시했고, 금융사고 예방 아이디어 공모 및 제안제도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지난 달 18일에는 경기도 일산 국민은행 연수원에서 조직문화 쇄신을 위한 ‘끝장토론’을 열기도 했다.
이 자리는 임 회장과 각 자회사 임원이 총출동해 최근의 그룹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폭넓은 내부 의견 청취를 위해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들로 함께했다.
이날 토론회는 인사쇄신, 단기성과주의 개선, 내부통제 등 세 가지 주제로 다음날 새벽까지 진행됐으며, 그동안 입 밖에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과 통렬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임 회장은 “최근 회사에 불어 닥친 일련의 어려움들은 더 나은 KB로 도약하기 위한 값진 경험이라 생각한다”며 “KB금융그룹 전임직원은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보다 건강하고 투명한 조직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한다”고 당부했다.
◇프로필
임영록 회장은 행정고시 20회 출신으로 1977년 총무처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재무부로 자리를 옮긴 뒤 대통령비서실 SOC 투자기획단을 거쳐 1994년 문민정부 시절 금융실명제 실시단에 파견됐다. 이후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에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자금시장과장, 1998년 은행제도과장을 지냈다. 2005년에는 금융정책국 국장을 거쳐 2006년 차관보, 2007년 2차관에 임명됐다. 2010년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사장을 역임했다.
이나영 기자 lny@
뉴스웨이 이나영 기자
lny@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