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은행 5개 부문 평가···우수·양호 등급 과징금 최대 10% 감경장기연체채권 상환능력 따져 소각···기업은행, 2030년까지 30조원 지원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포용금융 실적을 종합 평가해 등급을 공개하고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과 과징금 등에 차등을 두는 평가체계를 도입한다. 공공기관의 장기연체채권 관리도 채무자의 상환능력과 재기 가능성을 중심으로 개편한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서울 양재동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제7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 도입방안과 금융공공기관 부실채권 관리 개선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체계는 금융회사가 포용금융을 일회성 정책 참여가 아닌 경영 전반의 과제로 추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금융권이 포용금융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실적 점검과 모니터링만으로는 지속적인 확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배구조·자금공급 등 5개 부문 평가···우수은행 출연금·과징금 감경
평가 대상은 국내 은행 17곳이다. 자산 규모와 영업 형태에 따라 대형은행, 중소형은행, 인터넷은행 등 3개 군으로 나눠 상대평가를 실시한다. 금융감독원이 평가 실무를 맡고, 민간위원장이 참여하는 평가위원회가 결과를 심의·확정한다. 매년 전년도 실적을 평가해 3월 중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제2금융권은 내년부터 평가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평가는 ▲지배구조(10%) ▲자금공급(35%) ▲채무조정(35%) ▲사회적 배려(10%) ▲비금융서비스(10%) 등 5개로 나눠 진행한다. 지배구조 부문은 포용금융 관련 전략과 체계, 절차 등을 정성 평가해 금융회사 경영체계에 포용금융이 내재화되도록 유도한다. 자금공급 부문은 서민·중저신용자 대상 정책·자체상품 공급 실적을 비롯해 대출금리 수준, 성실상환자 혜택, 소외계층 대출 실적 등을 평가한다.
배점 비중이 가장 큰 채무조정 부문은 신용회복위원회·법원 채무조정 참여와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 개인연체채권 소각·매각 실적 등을 평가한다. 자체 채무조정은 원리금 감면 정도와 채무조정 이후 상환 유지 여부 등 질적 측면도 반영한다. 사회적배려 부문은 청년 전용 우대 예·적금 취급 실적과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감면금액 등을 평가해 청년의 자산 형성과 차주의 금리 부담 경감을 유도한다. 비금융서비스 부문은 금융·고용·복지 연계 지원과 재무상담·금융교육 실적 등을 평가한다.
평가 결과는 S·A·B·C 등급으로 구분해 대외 공개한다. 등급에 따라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부담을 최대 20% 범위에서 가중하거나 감경하고, 우수·양호 등급 은행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을 10% 이내에서 감경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평가 결과는 경영실태평가에도 반영한다.
올해 실적을 대상으로 한 평가는 첫 시행인 만큼 시범 운영으로 진행하며 이번 평가 결과는 우수기관에 한해 공개할 예정이다. 인센티브와 페널티는 차년도 평가부터 적용한다. 평가 결과는 내년 3월 공개되며 보도자료와 금융감독원·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내년부터는 평가 대상을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고 시장 여건과 현장 의견 등을 반영해 평가지표도 보완할 계획이다.
장기연체채권 상환능력 따져 소각···채무조정 시점도 앞당긴다
금융당국은 금융공공기관의 부실채권 관리체계를 채무자의 상환능력과 재기 가능성을 중심으로 개편한다. 연체 후 5년이 지나 최초 소멸시효가 도래하면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평가하고, 상환능력이 없는 경우 소멸시효를 완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연금수급자, 생계지원금을 받는 국가유공자 등은 연체 금액과 관계없이 별도 심사 없이 시효를 완성한다.
2차 소멸시효가 도래하는 연체 15년 이상 채권은 재산 은닉 등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소각한다. 기존 장기 부실채권도 정리 대상이다. 금융공공기관은 연체 15년 이상 채권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최초 소멸시효가 지난 연체 5~7년의 5000만원 이하 채권도 심사를 거쳐 자체 소각하거나 캠코에 매각할 계획이다. 다만 회수 가능한 재산이 있는데도 상환하지 않거나 재산을 은닉한 경우는 정리 대상에서 제외한다.
보증부 대출의 채무조정 절차도 개선한다. 기존에는 보증기관의 대위변제 전까지 채무조정이 어려워 채무자가 보증부 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채무를 먼저 조정한 뒤 대위변제가 이뤄지면 다시 채무조정을 신청해야 했다. 대출 금융회사는 채권이 보증기관으로 넘어갈 예정이라는 이유로 채무조정에 소극적이고, 보증기관은 대위변제가 이뤄지지 않아 조정에 참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절차상 공백으로 채무조정이 지연되는 데다 대위변제 과정에서 대지급 정보가 신용정보에 등록돼 신용상 불이익이 발생하는 문제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대위변제 전에도 채무조정 의사를 원채권 금융회사와 보증기관에 공유해 조기 채무조정이 가능하도록 절차를 개선하고, 조기 대위변제 이후에는 대지급 정보가 등록되지 않도록 해 채무자의 신용상 불이익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기존에는 상각 이후에만 가능했던 원금 감면을 상각 전에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금융공공기관의 위탁추심 기준도 마련한다. 외부 추심업체가 채권 회수율을 중심으로 수수료를 받는 관행이 있는 만큼, 과잉 추심을 방지하기 위해 업체의 내부통제 체계와 거버넌스 등을 고려해 위탁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위탁기준 시행 준비기간에는 장기부실채권 일제 정비 일정 등을 고려해 위탁 비중과 채권 범위 등을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공공기관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채권 관리와 채무조정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관련 실적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되도록 재경부와 평가지표 개선을 협의한다. 채권 추심과 채무조정, 상각, 소멸시효 완성 등 관련 활동도 주기적으로 공시하고 관리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2030년까지 포용금융 30조원 지원···고정금리 대출 1조 공급
이날 회의에서는 IBK기업은행의 포용금융 확대 방안도 공개됐다. 기업은행은 소상공인·중소기업과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2030년까지 30조원 이상을 지원하는 '희망On-IBK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중·저신용자의 금융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최대 2000만원을 10년간 연 4.9%의 단일 고정금리로 지원하는 '착한금리 포용금융 대출'도 총 1조원 규모로 공급한다. IBK미소금융재단에는 최대 1000억원을 추가 출연하고, 성실상환 소상공인의 금리 부담을 낮추고 대출 한도를 높이는 'IBK 소상공인 더드림 패키지'는 총 8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 스스로 포용금융에 나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할 때"라며 "금융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금융 패러다임을 재설계하는 체질 개선인 만큼 정부와 금융권, 공공기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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