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금융 비대면 확대···영업점 중심 대출구조 변화인터넷은행 넘어 시중은행도 디지털 경쟁···수익성 개선 포석국감서 점포 폐쇄 질타···대면 금융 기능 유지 시험대
KB국민은행이 대출 창구를 모바일로 옮기고 있다. 가계대출은 개인도 손쉽게 온라인에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간소화했고, 개인사업자대출은 부동산담보대출까지 비대면 신청할 수 있게 선택지를 넓힐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고객 편의과 업무 효율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고(高)비용'의 오프라인 점포를 더 줄이기 위한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의심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디지털 기반 가계대출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하고 비대면 대출 신청과 심사 절차를 개편했다. 이번 개편으로 복잡한 신청절차가 대화형 프로세스를 통해 보다 직관적으로 개선됐다. 고객이 제출한 서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계여신 통합이미지 플랫폼'도 구축해 대출 심사 속도를 끌어올렸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여신지원 업무와 공통 기반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한 데 이어, 이번에는 비대면 가계대출 영역까지 확대하며 코어뱅킹 현대화 1단계 사업을 마무리했다. 현재는 내년 4분기 차세대 금융 플랫폼 가동을 목표로 2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코어뱅킹 현대화를 통해 디지털 금융 혁신의 기반을 한층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강화해 고객에게 더욱 편리하고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비대면 대출 범위도 기업금융으로 확대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연말 출시를 목표로 'KB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가칭)'을 준비하고 있다. 가계대출뿐 아니라 개인사업자도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신청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은 일반 신용대출보다 취급 절차가 복잡한 상품이다. 담보물의 가치와 권리관계를 확인해야 하고 사업자의 매출과 소득, 상환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대면 업무 비중이 높았던 분야다.
특히 이번 비대면 전환은 모바일 상품 확대를 넘어 기존 영업점 중심의 기업금융 업무를 디지털 채널로 옮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계대출 규제로 여신 성장에 제약이 커진 상황에서 개인사업자 금융을 통해 새로운 영업 기회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비대면 전환에 따른 영업 효율화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대출 신청과 서류 확인 등 반복 업무를 디지털 채널로 옮기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대출 취급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일부 기업대출을 비대면으로 취급하면서 영업점 업무량을 줄이고 고객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며 "향후 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 신상품 출시 등 비대면 취급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비대면을 통한 효율화 전략이 기존 대면 금융서비스의 역할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은행권의 점포 폐쇄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는 점에서 최근 속도를 내는 KB국민은행의 디지털 전환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점포 폐쇄에 따른 금융소외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2023년까지 한해에 약 60개가량 점포를 폐쇄했었고, 2024년 2개에 그친 뒤 지금은 점포 폐쇄가 거의 정체돼 있다"며 "취약 지역 점포 폐쇄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점포 축소를 지양하고 금융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대면서비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점포 폐쇄를 자제하는 것만으로 금융서비스가 충분히 보장될지는 미지수다. 영업점 수를 유지하더라도 실제 금융거래와 상담 업무가 비대면으로 이동한다면 고객이 영업점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범위와 방식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면 상담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이 충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행장이 강조한 점포 유지 방침이 실질적인 금융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영업점의 수뿐 아니라 상담 인력과 서비스 기능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확보한 업무 효율성을 대면 금융의 질적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지목된다.
실제로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모바일 금융 이용률은 2021년 28.9%에서 2024년 53.8%로 높아졌다. 하지만 모바일 금융을 향후에도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이용률 증가와 별개로 디지털 금융에 대한 심리적·기술적 장벽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그동안 비대면 대출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표적인 경쟁력으로 여겨졌다. 영업점 없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은행과 달리, 시중은행들은 전국적인 영업망과 대면 상담을 앞세워 고객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을 포함해 시중은행들도 영업점 중심 기업금융의 일부를 모바일로 옮기면서 인터넷은행과의 고객 확보 경쟁과 함께 기존 대면 영업의 역할까지 재정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KB국민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심사 절차를 개편한 데 이어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까지 비대면으로 확대하면서 기존 영업점이 담당하던 상담 기능을 어디까지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사업장의 매출 구조와 영업 환경, 자금 사정 등에 따라 고객별 상황이 다르다. 비대면 대출이 편리한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개별적인 상담이 필요한 고객이나 디지털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 자영업자에게는 대면 창구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
국민은행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상담 기능을 유지하거나 보완할 것인지, 비대면 대출 확대가 기존 영업점의 역할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대출 확대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대면 상담이 필요한 영역은 앞으로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며 "고령층 등 디지털 이용이 어려운 분들의 접근성 문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다양한 보완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