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반도체급 살균에 당일 도정···햇반 30년 이끈 기술 혁신

유통 식음료 현장

반도체급 살균에 당일 도정···햇반 30년 이끈 기술 혁신

등록 2026.10.25 08:30

선다혜

  기자

산지 관리부터 당일 도정까지···원료 품질 유지에 집중발아현미·배아도정 기술 확보···저칼로리·영양설계 연구도 강화

사진=선다혜 기자.사진=선다혜 기자.

지난 21일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서 열린 '햇반 30주년 기자간담회'는 생산시설 견학으로 시작됐다. 햇반 생산라인에서는 쌀이 담긴 용기들이 공정을 따라 이동하며 한 공기의 밥으로 완성되고 있었다. 쌀을 살균하고 밥을 짓는 과정부터 밀봉과 포장에 이르기까지 각 공정에는 일정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이 적용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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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 30주년 기념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서 햇반 30주년 기자간담회 개최

생산시설 견학 및 제조 기술과 연구개발 성과 소개

비상식에서 일상적인 한 끼로 자리 잡은 햇반의 발전 과정 설명

햇반 제조 기술

햇반은 용기에 쌀을 담아 고온·고압 스팀으로 살균 후 밥을 짓는 방식

쌀과 물의 양, 온도, 압력 등을 세밀하게 관리해 일정한 밥맛 구현

클린룸에서 살균된 포장재로 밀봉해 미생물 오염 최소화

쌀 품질 관리

CJ제일제당 연구원들은 벼 재배 단계부터 품질 모니터링

수확한 벼는 당일 운송해 건조, 저온 보관 후 도정

당일 도정을 통해 수분 손실과 산패 방지

제품 다변화

잡곡밥과 별미밥으로 제품군 확장

현미발아기술과 배아도정기술 등 전처리 기술 개발

신 무균밥 공정 통해 별미밥 생산 가능

헬스앤웰니스 분야 확장

탄수화물 섭취 조절 및 건강 기능성 기술 개발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 높이고 칼로리 낮추는 기술 연구

앞으로도 맛, 식감, 영양 고려한 제품군 다양화 계획

이날 CJ제일제당은 햇반 출시 30주년을 맞아 생산시설을 공개하고 그동안 축적해 온 제조 기술과 연구개발(R&D) 성과를 소개했다. 과거 비상식(非常食)으로 여겨졌던 햇반이 일상적인 한 끼로 자리 잡기까지 어떤 기술을 발전시켜 왔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일반적으로 즉석밥은 완성된 밥을 용기에 담는 방식으로 생산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햇반의 제조 방식은 다르다. 햇반은 용기에 쌀을 담은 상태에서 고온·고압 스팀으로 쌀 표면의 미생물을 살균한 뒤 물을 넣고 용기째 밥을 짓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는 쌀과 물의 양은 물론 온도와 압력 등을 세밀하게 관리해 일정한 밥맛을 구현한다. 밥을 지은 뒤에는 열이 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용기를 뒤집은 상태에서 약 15분간 뜸을 들이는 과정도 거친다.

햇반은 반도체 공정 수준의 청결도를 유지하는 클린룸에서 살균된 포장재를 이용해 밀봉된다. 제조 과정에서는 헤파필터(HEPA Filter)로 공기 중 미세입자를 걸러 미생물 오염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처럼 원료 살균부터 취반, 포장까지 미생물 오염을 관리하는 것이 햇반 무균화 제조 기술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별도의 보존료 없이도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쌀의 종류와 수분 상태 등 원료의 특성이 달라지더라도 소비자가 느끼는 밥맛의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조 조건을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생산시설 견학에서는 햇반 용기의 구조에 담긴 기술도 확인할 수 있었다. 햇반 용기는 전자레인지 조리 시 열이 고르게 전달되도록 원형의 대칭 구조로 설계됐다. 용기 바닥 역시 마이크로파가 원활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오목하게 제작됐다.

용기 외부에는 충격에도 쉽게 변형되지 않도록 20개의 각을 적용했다. 각각의 각이 기둥 역할을 하며 용기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용기에는 산소 유입과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한 3중 구조를 적용했으며 상단을 밀봉하는 필름도 4중 구조로 제작해 보관 기능을 강화했다.

안전성도 고려했다. 햇반 용기는 젖병이나 의료기구에도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로 만들어져 내열성이 높고 전자레인지로 가열해도 쉽게 변형되지 않는다. CJ제일제당은 외부 공인기관과 자체 검사를 통해 용기의 안전성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수확부터 보관까지···밥맛 좌우하는 품질관리

사진=CJ제일제당사진=CJ제일제당

생산시설 견학에 이어 오예진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이 햇반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축적해 온 연구개발(R&D) 기술을 소개했다.

오 연구원은 햇반의 일정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원료 선별 △적정 온도 건조 △저온 보관을 꼽았다. 국내에서는 쌀을 1년에 한 번 수확하는 만큼 수확한 쌀을 어떻게 건조하고 보관하느냐에 따라 제품의 품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 연구원들은 벼 재배 단계부터 산지를 방문해 병해 발생 여부와 품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매년 수확 시기에는 전국 산지를 돌며 쌀의 상태와 수매 과정을 확인한다. 수확한 벼는 당일 운송해 건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오 연구원은 "건조 과정은 쌀의 품질을 좌우하는 첫 단추"라며 "고온에서 빠르게 건조하면 쌀이 깨질 수 있고 보관 온도가 높으면 수분이 감소해 밥을 지었을 때 일정한 밥맛을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건조와 저온 보관을 거친 벼는 햇반 생산 당일 도정한다. 쌀은 왕겨와 쌀겨로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지만 도정 과정에서 보호층이 제거되면 수분 손실과 산패가 진행돼 품질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이 국내 제조사 중 유일하게 당일 도정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공정 기술 개발로 "세상의 모든 밥은 햇반으로"


오예진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 사진=선다혜 기자.오예진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 사진=선다혜 기자.

이렇게 쌀의 품질관리부터 제조 공정까지 기술력을 축적해 온 CJ제일제당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과 식생활 변화에 맞춰 햇반의 제품군을 넓혀왔다. 초기 흰쌀밥 중심이었던 제품군을 잡곡밥과 별미밥으로 다양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글로벌 소비자들의 취향과 저탄수화물 식단 수요를 반영한 제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오 연구원은 "세상의 모든 밥을 햇반으로 구현하는 것이 연구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우리나라에서 즐겨 먹는 잡곡밥과 솥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쌀 요리까지 햇반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제품 다변화에는 잡곡의 특성에 맞춘 전처리 기술이 뒷받침됐다. CJ제일제당은 △현미발아기술 △배아도정기술 △통곡물·두류 전처리 기술 등을 개발해 잡곡 특유의 거친 식감을 개선하고 맛과 영양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발아현미밥에 적용된 현미발아기술이다. 현미는 발아 과정에서 온도와 수분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특유의 불쾌한 냄새가 발생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발아 조건을 조절해 현미의 조직감을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을 확보했으며 이를 발아현미밥 제품에 적용했다.

배아도정기술은 특허받은 저속균압 도정기술을 활용해 쌀눈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백미의 부드러운 식감과 현미의 영양적 특성을 함께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통곡물과 두류에도 각각의 특성에 맞는 전처리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잡곡마다 단단한 정도와 두께, 익는 속도가 다른 만큼 불리거나 찌는 등의 과정을 조절해 한 공기 안에서도 재료별 식감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CJ제일제당은 잡곡밥을 넘어 다양한 재료와 풍미를 살린 별미밥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기존 무균밥 제조 기술을 발전시킨 '신(新) 무균밥 공정'이다.

기존 무균밥 공정은 쌀 표면을 고온·고압 스팀으로 살균한 뒤 밥을 짓고 무균 상태에서 밀봉하는 방식으로 흰쌀밥 생산에 특화돼 있었다. 반면 다양한 건더기와 밥물을 사용하는 별미밥은 재료의 크기와 형태가 달라 기존 공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다.

CJ제일제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쌀알 사이에 남아 있는 공기방울을 진공으로 제거한 뒤 고온·고압 스팀을 주입하는 진공가압살균 기술을 개발했다. 스팀이 쌀알 사이사이까지 빠르게 전달되도록 해 살균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건더기와 풍미를 더하는 밥물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햇반솥반 등 별미밥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맛있는 밥'에서 '건강한 밥'으로

최근 CJ제일제당은 건강한 탄수화물 섭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헬스앤웰니스(Health&Wellness) 분야까지 개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조절하거나 흰쌀밥 대신 통곡물과 식물성 단백질이 포함된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 연구원은 "햇반은 일반 가공식품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건강 기능성 관련 기술을 개발해 왔다"며 "쌀 단백질 함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기술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최근에는 저칼로리 제품과 영양설계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통곡물이나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한 밥은 건강한 식품으로 받아들이는 만큼 이러한 수요를 반영해 건강한 탄수화물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을 높이거나 탄수화물과 칼로리를 낮추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양한 곡물의 특성을 연구하고 성형쌀 기술 등을 활용해 기존 밥의 맛과 식감을 유지하면서도 영양성분을 차별화하는 방식이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도 쌀과 곡물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맛과 식감뿐 아니라 영양까지 고려 한 제품군을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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