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원유 수출 회복했는데 재고는 바닥···정유 4사 실적 개선 어디까지

산업 에너지·화학

원유 수출 회복했는데 재고는 바닥···정유 4사 실적 개선 어디까지

등록 2026.10.10 08:01

이건우

  기자

전쟁 이후 중동산 원유 수출 96% 회복경유 수급 문제, 정유 4사에 유리한 환경글로벌 석유 재고 최저, 향후 시장 변수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중동산 원유 수출이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하면서 국제유가를 둘러싼 공급 우려는 완화되고 있지만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원유 물동량은 회복되고 있는 반면 전쟁 기간 소진된 석유 재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공급 부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정제마진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중동과 러시아의 석유제품 공급 차질에 따른 정제마진 강세의 수혜를 받고 있다. 원유 가격보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원유를 정제해 판매할 때 남는 마진이 확대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수익성 개선은 이미 실적에 반영됐다. 올해 2분기 GS칼텍스는 2조5507억원, HD현대오일뱅크는 1조8241억원, 에쓰오일은 9650억원, SK에너지는 65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시에는 정제마진 상승과 함께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효과, 윤활기유 가격 급등 등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3분기와 하반기 이후에는 정제마진 자체가 얼마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느냐가 실적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특히 중동산 원유 공급이 회복되는 속도와 석유제품 재고가 정상화되는 속도 사이에 차이가 나타나면서 정유업황이 예상보다 오래 견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운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최근 7일간 중동 지역의 하루 평균 원유 수출량은 1830만배럴로 집계됐다. 전쟁 직전 수준인 약 1900만배럴의 96%까지 회복된 수치다.

하지만 원유 수출 정상화가 곧바로 석유제품 공급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호르무즈해협이 완전히 다시 열리더라도 글로벌 원유 수요에 맞는 재고를 확보하는 데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글로벌 석유 재고는 큰 폭으로 감소한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8월 세계 석유 재고는 한 달 새 9500만배럴 감소한 78억배럴로 2023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동전쟁이 본격화된 3월부터 8월까지 감소한 재고만 5억700만 배럴에 달한다. 전략비축유 방출과 미국·브라질 등 비중동 지역의 증산이 이뤄졌지만 전쟁으로 발생한 공급 공백을 모두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경유 수급이 빠듯한 상황이다. 지난 8월 걸프 지역의 경유·가스오일 순수출은 하루 39만배럴로 전쟁 이전의 25%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제시설 공격까지 겹치면서 같은 달 걸프 지역과 러시아의 경유·가스오일 순수출은 전쟁 이전인 2월보다 하루 160만배럴 감소했다.

경유 공급 부족은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9월 초 미국의 경유·가스오일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선 것도 이 같은 공급 차질의 여파로 풀이된다.

줄어든 석유제품 공급을 다른 지역의 정유시설이 단기간에 대체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 정유설비 가동률이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중국 역시 원유 투입량을 늘리고 있지만, 지난 8월 세계 정제설비의 원유 처리량은 하루 8140만 배럴로 전년 동월보다 420만 배럴 적었다.

겨울철 난방유 수요까지 증가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원유 공급이 빠르게 회복되더라도 정유시설의 처리 능력과 석유제품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유 수출량 회복만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단기간에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하반기 이후 정유업황의 방향은 중동산 원유가 얼마나 빨리 정상화되느냐보다 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재고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느냐에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등·경유 중심 정제 고마진 및 윤활기유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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