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 증인 채택 놓고 여야 충돌···두 총수 출석은 일단 불발김동관·조원태까지 총수 소환 잇따라···반도체·KAI·항공 현안별 증인 신청신청·철회 반복에 재계 "실질 검증보다 총수 소환에 치우쳐"
국정감사 개막을 앞두고 주요 그룹 총수들의 국회 증인 채택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반도체 투자부터 방산 지배구조, 항공·유통 현안까지 기업 경영과 관련된 사안마다 총수 출석 요구가 잇따르면서다. 여야가 증인 신청과 철회를 반복하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개별 경영 현안을 검증하기보다 총수 소환 자체가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10월 6일부터 27일까지 2026년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각 상임위원회가 증인·참고인 채택을 논의하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의 이름이 잇따라 거론되고 있다.
특히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한 곳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다. 국민의힘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대규모 투자 결정 과정에 정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개입이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정치 공세로 규정하며 반대했다.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두 총수의 증인 채택은 일단 불발됐다.
기업의 대규모 투자 결정 과정은 국회가 국정감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이번 사례에서는 투자 의사결정에 대한 검증 필요성 못지않게 '누구를 증인으로 세울 것인가'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부각됐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개입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이를 '망신주기식' 증인 채택으로 비판하고 있다. 양측의 정치적 주장이 맞부딪치면서 정작 국감에서 무엇을 확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가려지는 양상이다.
방산 분야에서도 기업의 투자와 지배구조를 둘러싼 총수 출석 요구가 나왔다. 국방위는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와 경영 참여 배경 등을 확인하기 위해 김동관 수석부회장과 김종출 KAI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한화그룹은 KAI 지분을 15.89%까지 확대해 2대 주주에 올랐고 지분 보유 목적도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국회에서는 추가 지분 확대 여부와 KAI 경영 참여 범위,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 국내 방산업계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 등이 질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사안 역시 지분 확대와 경영 참여라는 구체적인 현안을 따져볼 필요가 있지만 재계에서는 기업의 경영 판단을 국회가 검증하는 것과 그룹 총수의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특히 지분 취득 과정과 향후 경영 참여 계획을 확인하려면 관련 자료와 실무 책임자를 통한 검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복수 상임위의 출석 요구 가능성이 거론된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는 대한항공 기내식의 국산 농수산물 사용 실태와 관련해 증인으로 신청됐고 국토교통위에서는 통합 진에어 본사의 부산 유치 문제와 관련한 출석 요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명의 총수가 서로 다른 상임위에서 각기 다른 현안으로 증인 신청 대상이 되는 구조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증인 채택이 확정되기 전부터 총수와 최고경영진의 일정을 조정하고 예상 질의를 검토하는 등 국회 대응에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가 특히 문제로 보는 것은 증인 신청과 철회가 반복되는 과정이다. 실제 지난해 국감에서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국감 직전 철회됐다. 기업인 증인 채택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다.
지난해에는 기업인 증인이 195명까지 늘어나면서 '무더기 증인 채택' 논란이 일었고 이후 상당수 기업인의 출석 요구가 철회됐다. 증인으로 불러놓고 실제 질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사례까지 거론되면서 기업인 증인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비판도 제기됐다.
올해도 비슷한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총수 증인 요구를 '망신주기식'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반도체 투자 과정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정면으로 맞서는 가운데 총수 증인 채택 문제가 국감의 정치적 쟁점으로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회 내부에서도 기업인 증인 채택은 구체적인 감사 목적과 질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수의 출석 여부 자체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것보다 투자 결정이나 지배구조 변화 등 실제 현안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따져보는 것이 국정감사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투자와 사업 재편을 국회가 검증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면서도 "총수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정작 무엇을 확인하려는 것인지가 흐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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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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