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공급은 속도전, 세제는 브레이크...엇박자 부동산 정책

오피니언 기자수첩

공급은 속도전, 세제는 브레이크...엇박자 부동산 정책

등록 2026.09.23 08:58

서현진

  기자

공공택지 7만3000가구 공급 방안 추진세금 규제로 실수요자 진입장벽재건축·재개발 속도와 규제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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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닥공(닥치고 공급)' 기조를 재확인했다. 인허가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 신규 공공택지 7만3000가구 추가 공급 방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속도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말 그대로 '속도전'이다.

반면 세제와 부동산 규제의 움직임은 정반대다. 부동산 세제개편안은 최근까지도 계속 손질되고 있고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유예 조치도 몇 달 새 두 차례 손질됐다. 불과 한 달 전에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여론에 밀려 원안에서 후퇴하기도 했다. 정부 스스로도 이런 흐름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흔든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패턴이 처음도 아니다. 집값이 오르면 규제를 강화하고 시장이 위축되면 완화하는 흐름은 정권마다 반복돼 왔으나 이번에는 그 흐름이 어긋난다는 게 문제다. 공급은 속도를 내겠다며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반면 세제개편안은 강화와 후퇴를 오가며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한 모습이다.

문제는 이 '예측 불가능성'이 추상적인 리스크가 아니라는 데 있다. 정비사업은 조합원 동의, 사업성 분석, 시공사 선정, 분담금 산정까지 수년에 걸친 의사결정의 연쇄다. 세제나 규제가 바뀔 때마다 조합은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하고 시공사는 수주 여부를 다시 저울질해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인허가 기간을 줄인다 해도 사업 주체들이 '지금 결정해도 되는지' 확신하지 못하면 속도는 나지 않는다.

특히 타격을 받는 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건설사와 소규모 정비사업 조합이다. 대형 건설사는 정책 변화에 대응할 인력과 법무·재무 조직을 갖추고 있으나 소규모 사업장은 제도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사업 일정 전체가 흔들린다. 결국 정책 불확실성의 비용은 시장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전가되는 구조다.

모순이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급은 '중장기 과제'로, 세제·규제는 '즉각적인 시장 안정 수단'으로 따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집값이 조금만 들썩여도 규제 카드를 먼저 꺼내 들고 공급은 그 다음 순서로 밀린다. 결과적으로 공급 정책은 몇 년 단위로 흘러가고 세제개편안은 몇 달 단위로 바뀌는 엇박자가 만들어진다.

엇박자는 통계로도 감지된다. 서울시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은 전월보다 1.93% 올라 1년 새 14.56% 상승했다. 반면 8월 거래량은 3143건으로 전월(5838건) 대비 46.2% 급감했다. 가격은 잡히지 않고 거래만 얼어붙은 이 흐름은 지금의 세제·대출 규제가 정작 실수요자의 진입장벽만 높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택지 몇만 가구를 더 발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건 '한번 정한 규칙은 함부로 흔들지 않는다'는 신뢰를 주는 일이다. 규제가 필요할 때도 있고 완화가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그 방향이 수개월 단위로 뒤집히는 한 시장은 정부의 어떤 발표도 '이번에도 곧 바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공급이 정책의 우선순위라면 그 방향이 세제 설계 단계에서부터 일관되게 유지될 필요가 있다. 택지 물량이나 인허가 기간 못지않게 시장이 정부 발표를 믿고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도 속도전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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