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추모식 참석 여부 주목러트닉 장관과 협력 의미 커지난해 추모식이 협상 전환점 된 사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미 투자 프로젝트 최종 조율을 위해 지난 10일(현지시간) 사흘 일정으로 미국을 찾았다.
김 장관은 워싱턴DC 대신 뉴욕 인근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통상적인 협상 무대인 워싱턴DC가 아닌 뉴욕을 찾은 것은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일정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CEO를 지낸 러트닉 장관은 2001년 9·11 테러 당시 친동생 게리를 비롯해 회사 임직원 600여명을 잃었다. 이후 매년 9월 11일 뉴욕에서 열리는 추모 행사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 관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던 지난해 9월 11일 김 장관도 뉴욕에 머물렀다. 당시 양국은 한국의 대미 3500억달러 투자와 관련해 투자처와 수익 배분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는 등 협상 분위기도 악화됐다. 실무진 간 협의조차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협상 결렬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이 과정에서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의 대화에서 알게 된 그의 개인적인 사정을 계기로 접점을 찾았다. 협상 논의를 하는 대신 러트닉 장관이 매년 참석하는 9·11 추모 예배에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김 장관은 당시 추모식에서는 협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겠다고 밝혔고, 러트닉 장관도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이 주관하는 추모 예배에 참석한 첫 외부 인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에서부터 거침없는 발언과 강한 협상 스타일로 알려진 러트닉 장관도 김 장관의 진심 어린 위로에는 마음을 열었다는 후문이다. 추모 예배 다음 날에는 오히려 러트닉 장관이 먼저 만나자는 연락을 보냈고, 이를 계기로 막혀 있던 협상에도 변화의 물꼬가 트였다는 게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년 뒤 다시 찾은 뉴욕에서도 김 장관의 행보는 대미 투자 협상의 중요한 고비와 맞물렸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투자 사업과 최종 규모뿐 아니라 자금 집행 방식, 수익 및 위험 분담 등 세부 조건까지 테이블에 올라 있다. 첫 사업으로는 220억 달러 규모의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후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등이 뒤를 이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양국이 큰 틀에서 합의점을 찾았다면 이제는 실제 사업에 돈을 투입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확정해야 하는 단계다. 여기에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 압박, 파병을 비롯한 안보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협상 변수가 더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방미 기간 김 장관의 9·11 추모식 참석 여부와 러트닉 장관과의 만남 일정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김 장관은 뉴욕 인근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진행 중인 대미 투자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최종 타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사인하기 전까지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뉴스웨이 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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