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핀란드 모델' 추진에 현지 조선소 전략적 가치 높아져코친 합작은 접고 투티코린 개발은 지속···印투자도 선별美 인수 대상·印 출자 규모 구체화되면 해외전략 윤곽 드러날 듯
HD현대가 해외 조선소 확장 방식을 사업별로 달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지 조선소 인수와 지분투자까지 검토하고, 인도에서는 코친조선소와 논의해온 블록공장 합작 투자를 중단했다. 동시에 인도 투티코린의 대형 신규 조선소 개발은 이어가고 있다. 해외 생산거점을 일률적으로 늘리기보다 현지 자산 확보가 실제 수주와 사업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따져 투자 대상을 고르는 모습이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1일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와 지분투자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미국 서부와 남부의 조선소 2~3곳을 인수 후보로 압축했다는 보도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회사는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 및 지분투자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소 확보가 거론되는 배경에는 미군 함정 신조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이 있다. 미국법은 미군용 선박과 선체·상부 구조의 주요 부분을 원칙적으로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국내 조선소에서 함정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미국 신조시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는 구조다.
최근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도 현지 조선소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 해군과 조선산업 기반 재건을 위한 대통령 각서에서 이른바 '핀란드 모델'을 최대 3개 함종·선종 프로그램에 적용하도록 지시했다.
외국 조선사가 미국에 조선소를 신설하거나 기존 조선소를 인수·과반 지분을 확보하고 미국인 인력 양성, 조선기술 이전, 현지 공급망 구축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초기 최대 2척을 본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후 물량은 미국에서 건조하는 구조다. 외국 조선사의 미국 투자 초기 물량 확보와 후속 현지 생산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마련된 셈이다.
HD현대는 이에 앞서 기술협력과 유지·보수·개조(MRO)를 통해 미국 사업 기반을 넓혀왔다. 지난해 미국 최대 군함 건조업체인 헌팅턴잉걸스인더스트리(HII)와 협력 관계를 맺은 데 이어 이달 초에는 HII 조선소에 지능형 기계화 용접장비를 적용하는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9월 시작한 미 해군 군수지원함 'USNS 앨런 셰퍼드' MRO도 올해 1월 마쳤다. 기술과 MRO 협력에서 시작한 미국 사업이 현지 생산기반 확보 검토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인도에서는 개별 사업별로 투자 방식을 나누고 있다. 최근 HD한국조선해양은 코친조선소와 검토해온 블록 제작공장 합작법인 설립 논의를 중단했다. 양측이 검토했던 시설은 코친조선소 인근 약 80에이커 부지에 연간 12만톤(t)의 블록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인도 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예상 투자액은 약 370억루피(5300억원)다. 대형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코친조선소의 신규 도크에 블록을 공급해 상선 생산능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블록공장 합작 검토가 끝났지만 코친조선소와의 협력은 이어간다. HD한국조선해양은 설계와 조달 지원, 엔진 등 주요 기자재 공급을 이어갈 계획이다. 코친조선소가 올해 2월 프랑스 CMA CGM과 계약한 1700TEU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 연료 컨테이너선 6척 건조에도 HD현대가 기술 협력 파트너로 참여한다. 생산시설에 직접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도 기술과 핵심 기자재를 공급해 현지 조선시장 성장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코친 합작 중단을 인도 사업 축소로 보기는 어렵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4월 인도 타밀나두주 투티코린에서 추진되는 대형 그린필드 조선소 개발을 위해 현지 특수목적법인, 인도 국영 금융기관과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도 정부가 제시한 연간 생산능력은 250만GT로 정상 가동 이후 약 1만5000명의 직접고용이 예상된다. 기술·경제성 타당성 검토는 끝났고 현재 세부사업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보면 HD현대의 해외 조선소 전략은 국가별로 투자 여부를 나누기보다 사업별로 필요한 역할을 따져 진출 방식을 달리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에서는 현지 생산기반 확보가 미군 함정 신조 시장 진입과 후속 물량 수주에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조선소 인수·지분 투자까지 검토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코친조선소와 기술·기자재 협력을 이어 가는 동시에 투티코린 신규 조선소 개발에 참여하는 식으로 사업별 투자 방식을 나누고 있다.
추후 미국 조선소 인수 대상, 투자 규모와 투티코린 사업에서 HD현대가 맡을 역할이 구체화되면서 해외 생산거점 전략의 윤곽도 보다 선명해질 전망이다. 조선소를 직접 보유하는 것이 수주 확대와 수익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와 기술·기자재 협력만으로도 충분한 사업인지에 따라 투자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해외 확장의 성패도 시장별 투자 효율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HD현대 관계자는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와 지분투자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인도에서는 코친조선소와 논의해온 블록 제작공장 합작법인 설립 검토는 중단했지만 설계·구매 지원과 생산성 향상 등 기존 기술협력은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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