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정리하고 각자 길 갔으면"···절연 의사도 밝혀"父, 임종 전까지 고소·고발 취하 말라"···반성 요구 강조공익재단 동의 뒤에도 비상장 지분·유류분 갈등 이어져

12년째 이어진 효성가(家) 형제간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법정에서 동생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재산 문제를 정리한 뒤 관계를 끊고 싶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부친의 유언과 상속·유류분 문제까지 얽히면서 형제간 분쟁이 단순한 경영권 갈등을 넘어 가족 간 재산·법적 다툼으로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이성열 판사는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강요미수 혐의 사건 공판을 열고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두 형제가 법정에서 직접 마주한 것은 2014년 '효성 형제의 난'이 불거진 이후 처음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자신이 회사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조 회장을 압박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퇴사 과정에서 자신의 경영 성과를 부각하는 내용의 보도자료 배포와 배우자 관련 소문에 대한 사과 등을 효성 측에 요구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조 회장과 부친인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 관련 비리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겠다는 취지로 압박했다는 게 공소사실의 요지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효성 측이 사들이도록 요구한 것도 검찰이 보고 있는 강요 행위 중 하나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이 같은 요구가 효성 및 가족과의 관계를 끊기 위한 지분 정리 차원이었다는 입장이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조현준 회장은 당시 조 전 부사장 측의 요구를 압박으로 받아들였다고 증언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요구한 보도자료 내용부터 사실과 달랐다고 반박했다. 조 전 부사장이 효성의 성장과 중공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취지의 문구에 대해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중공업 부문이 거의 망가진 것도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있을 때의 일"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이 배우자 관련 소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일에 대해서도 조 회장은 "저희가 그런 지라시를 만든 적 없다"며 "정 원하면 직접 경찰서에 가서 누가 작성했는지 알아낼 수도 있는데 왜 그걸 우리에게 사과하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처벌 원한다"···재산 정리 뒤 절연 뜻도
조 회장은 이날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처벌 의사를 분명히 했다. 조 전 부사장의 처벌을 원하는지를 묻는 검찰 질문에 "네. 원합니다"라고 답했다.
10년 넘게 이어진 형제 간 분쟁을 정리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조 회장은 "재산 문제라면 재산 어프로치(정리)를 하고 각자의 길을 갔으면 한다"며 "동생이 원하는 대로 절연하고 끊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우리 집안을 고소·고발로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이 거듭 언급한 인물은 부친 조 명예회장이었다. 이번 고소·고발이 자신의 판단만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조 명예회장이 생전 이를 허락했고, 마지막까지 취하하지 말라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이 사건에 대한 고소·고발은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었다"며 "아버지가 둘째 아들을 깨우치게 하려고 이 방법밖에 없다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선택한 소송"이라고 증언했다.
이어 조 명예회장이 "이 방법 외에는 현문이를 뉘우치게 할 수가 없다. 이렇게 해서라도 반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회장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임종 직전까지도 조 전 부사장이 반성하기 전에는 관련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말라는 뜻을 유지했다.
"父, 끝까지 고소 취하 말라"···주식·가족 갈등도 증언
조 회장은 부친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과거 주식 문제와 부모와의 갈등도 언급했다.
효성 일가의 지분 문제는 조 전 부사장이 회사를 떠날 당시부터 형제 갈등의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조 전 부사장은 효성을 떠나면서 자신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지분 처리 방식 등을 두고 가족 및 효성 측과 마찰을 빚었다.
조 회장은 이와 별개로 과거 조 전 부사장이 경영권과 관련된 실물 주식을 가져간 과정도 언급했다. 해당 주식은 명의가 누구에게 있든 처분 과정에서 부친과 가족의 동의를 거치는 것이 집안의 원칙이었지만, 실제로는 이 같은 협의가 없었다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조 회장은 "아버님은 동생이 고동윤 재무본부 임원을 겁박해 우리은행 대여금고에 넣어둔 주식을 강탈해 갔다고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주식을 처분하려면 아버지께 와서 주식을 사달라고 하든가 주식을 가져가라고 하든가 하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우리은행에 내용증명까지 보내면서 주식을 강탈해 갔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부친이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부모와의 갈등도 거론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든 것이 2015년 조 전 부사장의 부모 자택 방문이다.
조 회장은 당시 조 전 부사장이 부모에게 "독사 같은 어머니 몸속에서 나온 것을 후회한다", "지옥에 떨어뜨려서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썩게 하겠다"는 등의 말을 했고, 이로 인해 부모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특히 모친은 조 전 부사장이 언젠가 가족에게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며 집에 그의 스키 타는 사진 등을 붙여뒀지만, 당시 일을 겪은 뒤 조 명예회장이 그것을 모두 떼어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당시 상황을 "명백히 협박"이라고 표현했다.
재단 설립 협조했지만 또 유류분 소송
조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상속 문제가 다시 갈등의 소재가 됐다. 조 명예회장은 유언을 통해 가족과 의절했던 조 전 부사장에게도 유류분을 웃돈 재산을 남겼다. 조 전 부사장은 2024년 7월 상속재산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공익재단 설립 계획을 발표했고, 조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도 재단 설립에 필요한 협조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같은 해 9월 '단빛재단'이 출범했다.
조 회장은 재단 설립에 협조한 이후에도 비상장 계열사 지분과 상속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일부 비상장 계열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주주총회 안건에는 반대표를 던지면서도 배당금은 받고 있다며 "이율배반적 행동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류분 소송에 대해서도 "아버님이 살아생전에 현문이 문제를 많이 걱정하셨는데 상속 지분을 남겨 주신 것에 대해 또 유류분 소송을 하면서 가족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또 싸우자는 건데 재산 문제면 재산만 논의하면 된다"며 "고소만능주의에 빠져서 아버님 유류분까지 소송하는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조 회장을 상대로 조 전 부사장 측의 반대신문이 진행 중이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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