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형님 먼저' 깨졌다···현대차 10년 만 전면 파업, 기아는 타결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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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먼저' 깨졌다···현대차 10년 만 전면 파업, 기아는 타결 수순

등록 2026.08.21 10:45

신지훈

  기자

현대차와 기아, 상반된 임단협 전략 부각기아, 생산 유지하며 보상안 상향 이끌어노사관계 새 기준점 될지 주목

그래픽=홍연택 기자(제미나이 활용)그래픽=홍연택 기자(제미나이 활용)

현대자동차그룹의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가 먼저 협상을 마무리하면 기아가 뒤따르는 이른바 '형님 먼저' 공식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현대차 노조가 10년 만에 전면파업에 돌입한 반면 기아 노사는 추가 제시안을 주고받으며 타결 수순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특히 현대차가 생산라인을 멈춰 사측을 압박하는 강경투쟁에 나선 사이 기아는 생산을 유지하며 추가 제시안을 끌어내는 등 서로 다른 협상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아가 현대차보다 높은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받은 데 이어 먼저 타결할 경우 그룹 노사관계의 기존 공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날 8시간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차 노조가 하루 전면파업을 벌이는 것은 2016년 단체교섭 이후 10년 만이다.

이날 파업으로 울산·전주·아산공장 등 현대차의 국내 모든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췄다. 오전 조와 오후 조가 각각 8시간씩 파업에 참여하면서 생산라인은 사실상 하루 16시간 멈춰 서게 됐다. 생산직뿐 아니라 사무직을 포함해 전체 조합원 약 3만9000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9~20일에도 조별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날 전면파업에 이어 오는 24~25일에도 조별 4시간 부분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 집행부와 대의원 등은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으로 이동해 금속노조가 주최하는 자동차 업종 공동파업대회에도 참여한다. 생산현장뿐 아니라 그룹 본사를 직접 압박하면서 사측의 추가 제시안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날 전면파업까지 포함해 현대차의 올해 누적 파업 시간이 60시간에 이르면서 생산라인 기준 누적 가동 중단 시간이 120시간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간당 약 460대 생산량을 적용하면 누적 생산 차질은 약 5만5200대, 매출 차질 규모는 2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예정된 추가 부분파업까지 더해질 경우 생산 차질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 노사가 이처럼 강경 대치에 들어간 것은 임금 인상뿐 아니라 정년과 고용 문제 등 구조적인 사안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지난해 순이익 30% 성과급을 요구하는 한편 상여금 50% 인상, 정년 연장, 과거 노조 활동 과정에서 해고된 조합원의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특히 기본급 등 고정임금 비중이 낮아 잔업과 특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임금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상여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년 연장 역시 과거 노사 합의를 통해 이뤄낸 전례가 있는 만큼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과 월 기본급의 350%에 10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자사주 15주 등을 제시하고 있다. 상여금 인상과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나 합리적인 기준 없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사는 지난달 8일 제15차 본교섭 이후 40여일간 협상을 중단했다가 지난 18일 제16차 본교섭을 재개했지만 다시 합의에 실패했다. 노조 측은 진전된 협상안이 나와야 교섭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추가 협상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사진=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사진=현대차그룹

기아 노사는 현대차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아 사측은 지난 19일 제10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9만8000원 인상과 성과금 400%+1200만원, 자사주 45주,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등을 담은 3차 제시안을 내놨다.

앞선 2차 제시안보다 기본급은 3000원, 성과금은 50%와 50만원씩 각각 상향됐다. 정년 연장과 신규 채용 확대 등 일부 쟁점이 남아 있지만 사측이 교섭이 진행될수록 제시안을 높이면서 타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기아의 3차 제시안은 현대차보다 기본급과 성과금, 자사주 등 주요 보상 항목에서 모두 높은 수준이다. 과거 현대차가 먼저 임단협의 기준을 만들고 기아가 이를 따라가는 흐름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기아 노조 역시 이날 6시간 부분파업과 서울 양재동 본사 앞 상경 투쟁에 나설 예정이지만 전 조합원 전면파업 대신 실무 협상을 병행하고 있다. 생산을 멈추기보다 교섭을 이어가면서 사측의 추가 양보를 끌어내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양사의 대응이 엇갈리는 배경에는 생산·판매 여건과 노사협상의 쟁점 차이가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 인상과 성과급 확대뿐 아니라 상여금,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 구조적인 문제까지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AI와 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 보장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한 임금협상 이상의 성격을 띠고 있다.

반면 기아는 사측이 교섭 과정에서 제시안을 계속 상향하면서 주요 보상안에서 일정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다. 이에 따라 노조 역시 전면적인 생산 중단보다는 생산을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양보를 끌어내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현대차가 '파업을 통한 압박'에 나섰다면 기아는 '생산 유지와 협상'을 통해 실리를 챙기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와 기아 노조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으로 사측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기아 노조가 생산을 유지하면 그룹 차원의 공동투쟁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양 노조가 공동투쟁의 틀까지 깨진 것은 아니다. 양측은 금속노조가 추진하는 자동차 업종 공동파업에 참여하는 등 큰 틀에서는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임단협에서는 파업 수위와 협상 전략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국 올해 임단협의 최대 변수는 기아가 현대차보다 먼저 잠정합의에 도달할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기아가 전면파업을 피하면서 먼저 타결할 경우 단순히 협상 순서가 뒤바뀌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현대차가 임금·성과급 협상의 기준을 만들고 기아가 이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작동해온 그룹 노사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현대차가 전면파업을 통해 기아보다 높은 수준의 합의안을 끌어낼 경우 기아 노조가 추가 요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임단협 결과가 어느 쪽의 협상 전략이 더 효과적이었는지를 가르는 동시에 향후 현대차그룹 노사협상의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현대차와 기아가 같은 그룹 안에서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현대차가 전면파업까지 선택한 상황에서 기아가 먼저 타결해 더 나은 결과를 얻는다면 '현대차 선타결, 기아 후타결'이라는 기존 공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현대차가 파업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기아 역시 추가적인 보상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올해 결과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 노조 모두 향후 임단협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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