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서 전 사전수요예측 허용···희망 공모가 산정 합리성 제고6개월 이상 보호예수 조건 코너스톤 투자자 사전 배정 제도 신설계열사 특혜·위험 떠넘기기 차단···11월 시행 맞춰 하위법규 정비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시장의 공모가 산정 정확도를 높이고 상장 직후 주가 급락을 줄이기 위해 사전수요예측과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을 위한 하위법규 마련에 착수했다. 희망 공모가를 정하기 전 기관투자자 수요를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 투자 성향의 기관투자자를 상장 전 확보해 IPO 시장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사전수요예측과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오는 9월 8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달과 이달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금융투자협회 등 업계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마련됐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IPO 절차를 기존보다 한 단계 앞당겨 시장 수요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현재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희망 공모가 밴드가 공개된 뒤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하지만 앞으로는 희망 공모가를 결정하기 전부터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희망 공모가 자체가 시장 수요를 보다 충실히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전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 자격도 구체화했다. 일반 사모집합투자업자와 투자일임업자는 총 위탁재산 300억원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현행 수요예측 참여기준과 동일한 수준이지만 등록 후 2년이 지나면 50억원으로 완화해주는 기존 예외는 적용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금융투자협회 규정을 통해 기업가치 평가 역량과 미공개정보 관리 체계 등 최소 자격요건도 마련할 예정이다.
운영 절차도 강화된다. 주관사는 기업 실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뒤 자격을 갖춘 기관투자자에게 향후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시될 예정인 정보를 제공하고 희망 가격과 물량 등을 문의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정보는 아직 공시되지 않은 내용인 만큼 반드시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해야 하며 정보 제공 시점과 대상, 내용 등을 모두 기록하고 관리해야 한다. 비밀유지계약을 위반해 제3자에게 정보를 이용하도록 할 경우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국내 IPO 시장에 처음 도입되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세부 기준도 담겼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기관 배정 물량 가운데 일부를 상장 전 미리 배정받는 대신 최소 6개월 이상 주식을 팔지 않는 조건을 수용하는 기관투자자다. 금융위는 장기 투자자를 미리 확보함으로써 IPO에 대한 시장 신뢰를 높이고 상장 직후 대량 매도로 주가가 급락하는 이른바 '공모주 잔혹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참여 자격은 사전수요예측보다 한층 강화된다. 기관은 청약하려는 공모주 물량의 20배 이상에 해당하는 자기자본 또는 위탁재산을 보유해야 한다. IPO 규모가 기업마다 크게 다른 점을 고려해 절대 금액이 아닌 상대 기준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대형 기관뿐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운용 역량을 갖춘 중소형 기관에도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보호예수 기간도 단계적으로 나눴다. 배정받은 물량의 50%는 6개월, 30%는 8개월, 나머지 20%는 10개월 동안 의무보유하도록 했다. 특정 시점에 보호예수가 한꺼번에 해제돼 매도 물량이 집중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코너스톤 투자자에게 배정할 수 있는 물량도 시장별로 차등 적용한다. 일반투자자와 우리사주조합, 정책펀드를 제외한 기관 배정 물량 가운데 코스피는 전체 기관 물량의 20%, 개별 투자자는 10%까지 배정할 수 있다. 코스닥은 공모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정책펀드 배정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해 전체 30%, 개별 2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를 전체 공모 물량 기준으로 환산하면 코스피는 최대 10%, 코스닥은 최대 4.5~10.5% 수준이다. 페이지 4의 표에는 현행 공모주 배정 구조와 시장별 코너스톤 투자자 배정 상한이 함께 제시됐다.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대주주나 특수관계인 등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투자자와는 코너스톤 투자자 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코너스톤 투자자 계약을 조건으로 직·간접적인 이익을 주고받는 행위도 금지된다. 금융위는 경쟁률이 높은 IPO에서 계열사에 특혜를 제공하거나 청약 미달 우려가 있는 기업이 계열사를 활용해 인위적으로 흥행을 연출하는 사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전수요예측과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정착되면 IPO 가격 결정 과정의 신뢰성과 시장 안정성이 함께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는 이번 시행령과 규정 개정안을 오는 9월 8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오는 11월 13일 자본시장법 시행 일정에 맞춰 개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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