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AI가 깨운 '은둔의 경영자'···네이버 이해진, 경영 전면서 광폭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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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깨운 '은둔의 경영자'···네이버 이해진, 경영 전면서 광폭 행보

등록 2026.07.23 07:09

정단비

  기자

7년 만에 의장 복귀 후 대외 행보 확대젠슨 황 연쇄 회동 이어 북미 출장길AI 팩토리 앞세워 새 성장동력 모색

8일 오후 경기 성남 네이버 본사 사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제공8일 오후 경기 성남 네이버 본사 사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제공

인공지능(AI)이 이해진 네이버 의장을 깨웠다. 약 7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네이버 창업주 이 의장이 경영 전면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릴 만큼 대외 활동을 자제해왔던 그가 최근 공식 행보도 마다하지 않는 데는 AI라는 패러다임 전환 속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네이버가 도약하려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이 의장은 이번 주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출장길에는 이 의장뿐만 아니라 최수연 네이버 대표, 김희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 임원들도 함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 의장을 비롯한 네이버 경영진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 브룩필드 본사를 방문하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출장에서는 브룩필드와 대규모 투자 및 자금 조달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브룩필드 방문 역시 AI 팩토리 구축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전력 등 인프라 확보를 위한 투자 협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 CEO와의 회동에는 이 의장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함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초 젠슨 황이 방한해 이 의장과 최 회장을 비롯해 삼성·현대차·LG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 연쇄 회동을 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 CEO는 지난달 5일 홍대입구역 인근 삼겹살집에서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에 이어 2차 '치맥(치킨·맥주) 회동'을 가졌다. 당시 이 의장도 자리에 함께했다. 이 의장은 1차 장소였던 삼겹살집에서는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며 골든벨을 울리기도 했다.

직후 지난달 8일에는 젠슨 황 CEO가 네이버 사옥 1784를 방문해 이 의장과 만났고 네이버와 엔비디아의 협력으로 이어졌다. 양사는 기가와트(GW)급 초대형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공동 사업에 합의하고, 글로벌 수요 발굴부터 자본 협력까지 AI 인프라 사업 전반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오는 2027년 55MW 규모를 시작으로 향후 GW급까지 AI 인프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스스로 "은둔의 경영자 이해진입니다"라고 소개할 정도로 노출을 꺼려왔던 이 의장이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작년 3월말 네이버는 제26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 창업자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했고 안건은 통과됐다. 약 7년 만의 이사회 의장 복귀였다. 물론 이 의장은 그전에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 활동하며 네이버에 몸담았지만, 경영 전면에 다시 나선 것이다.

그는 복귀 후 활발한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의장은 지난해 5월 복귀 후 첫 해외 일정으로 대만을 찾아 젠슨 황 CEO를 만났다.

한 달 후인 같은 해 6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해외투자법인 '네이버 벤처스' 설립을 앞두고 진행된 네트워킹 행사에 직접 등장하기도 했다. 이 의장은 행사에서 "AI 시대에도 다양성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네이버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네이버는 역량 있는 스타트업과 인재들을 찾아 투자하고 지원하며, 네이버의 경험과 연결해 함께 성장하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AI 시대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로 이 의장과 젠슨 황 CEO는 또 한 차례 조우했다. 뒤이어 이 의장은 같은 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중동 사업을 직접 챙겼다.

그의 행보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의장이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선 배경에는 AI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시대로 전환하면서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글로벌 기업 간 합종연횡도 활발해지고 있어서다. 과거 PC에서 모바일로의 전환기에 네이버의 성장을 이끌었던 것처럼 AI라는 또 한 번의 패러다임 전환기에도 그의 성공 경험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가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점으로는 오랜 기간 축적해온 방대한 콘텐츠와 데이터가 꼽힌다. 검색과 커머스 등 기존 서비스에서 쌓아온 데이터 자산을 활용해 제조업에 특화된 AI나 피지컬 AI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한편, 소버린 AI 분야에서도 입지를 다질 여지가 있다.

여기에 AI 팩토리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네이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도 있다. 기존 검색·광고·커머스 등 서비스 영역에서 나아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진 의장이 이전에도 필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행보가 부쩍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AI처럼 산업의 판이 크게 바뀌는 시기에는 창업자가 가진 경험과 네트워크, 상징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이 의장의 역할도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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