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규제로 보험·카드사 이용 증가보험사는 수익성 개선, 카드사는 연체 부담 확대
은행권 대출 규제로 보험계약대출·카드론과 같은 제2금융권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보험·카드 업권에 희비가 갈렸다. 보험사는 수익성·건전성을 동시에 잡은 반면, 카드사는 연체율 상승과 비용 부담이 겹치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빚투·생활자금 수요에 제2금융권 대출 확대···당국도 관리 강화
15일 금융감독원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빅5 생명보험사(삼성·교보·한화·신한·농협)의 올해 1분기 가계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40조6501억원으로 전분기(40조3161억원)보다 334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8개 전업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카드론 취급액도 10조9674억원으로 전분기(10조5299억원)보다 4375억원 늘었다.
보험계약대출과 카드론이 동시에 증가한 것은 은행권 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이 어려워진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제2금융권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나 급전 수요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5월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상반기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13조3000억원 증가했으며 보험권은 보험계약대출 등을 중심으로 2조원, 여신전문금융사는 4000억원 각각 늘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 확대 신호로 해석한다. 생활비나 긴급자금 마련을 위해 보험계약대출과 카드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 대출 비중 확대는 경기 둔화 국면에서 취약차주의 자금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분석이다.
같은 대출 증가인데···보험은 수익성 개선, 카드는 건전성 부담
대출 증가가 보험사와 카드사에 미치는 영향은 달랐다.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은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하는 구조다. 고객이 적립한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고 차주가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환급금에서 대출금을 차감할 수 있어 부실 발생 가능성이 낮다. 이 때문에 대손충당금 부담도 제한적이며 대출이 늘수록 이자수익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대출은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만큼 연체 리스크가 사실상 없다"며 "대출이자 수익이 발생해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금리 환경 역시 보험업계에는 우호적이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채권 등 운용자산에 투자하는 구조여서 시장금리가 오르면 신규 투자수익률이 개선되고 자본적정성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업종의 신용도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자본비율 개선 효과와 투자손익 중심의 이익창출력이 신용도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도 금리 상승이 보험사의 운용수익 개선과 자본비율 관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카드업계는 대출 확대가 실적 개선으로 직결되지 않는 구조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는 대부분 무담보 대출이어서 취약차주 비중이 높아질수록 연체율과 대손비용이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의 대환대출을 포함한 1개월 이상 연체채권비율은 평균 1.60%로 전분기 말(1.56%)보다 0.04%p포인트 상승했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올해 1분기 카드론 수익은 1조1082억원으로 전분기(1조1239억원)보다 167억원 감소했다.
취급액은 늘었지만 수익이 감소한 것은 중금리대출 확대에 따른 평균 금리 하락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의 평균 금리는 지난해 1분기 연 14.64%에서 올해 1분기 13.50%로 1.14%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같은 기간 1조2625억원에서 2조5708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카드론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카드론 잔액은 5월말 기준 43조253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하반기 연체율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이 높다 보니 취급액이 늘수록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이 아닌 여신전문금융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이 높아 시장금리 상승 시 조달비용 부담도 커진다. 카드론 확대에 따른 이자이익보다 충당금 적립과 조달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빠를 경우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산업전망 보고서에서 "생명보험의 경우 단계적인 규제 도입과 금리 환경을 감안할 때 자본적정성을 양호한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손해보험 역시 할인율 규제 완화와 우호적인 금리 환경을 바탕으로 산업 전반의 전망이 중립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카드업에 대해선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영업자산 성장세가 둔화되고 건전성 회복도 지연되면서 업권 전반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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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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