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사람 줄였지만 기술 투자 늘렸다···석화업계 '생존 방정식'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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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줄였지만 기술 투자 늘렸다···석화업계 '생존 방정식' 변화

등록 2026.07.10 15:15

수정 2026.07.10 15:17

김제영

  기자

직원 수 감소, 첨단 분야 투자 고수반도체·전력·전기차용 신소재 강화기술 경쟁력 중심 체질 개선 본격화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벼랑 끝에 몰린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생존 전략을 바꾸고 있다. 과거처럼 설비를 늘리고 범용 제품 생산량을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비용은 줄이고 미래 소재 기술 투자는 유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들어갔다. 신규 채용은 줄이는 대신 반도체·전력망·전기차 등 성장 산업을 겨냥한 연구개발(R&D)은 강화하며 산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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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 신규 채용 인력 2023년 2252명에서 지난해 1039명으로 53.9% 감소

LG화학 연구개발비 2023년 2조857억원에서 지난해 2조3915억원으로 증가, 매출 대비 비중 3.8%→5.2%

롯데케미칼 연구개발비 1204억원→1351억원 확대

한화솔루션 R&D 투자액 감소, 매출 대비 비중 2.9%→3.5% 상승

배경은

중국이 대규모 증설로 에틸렌 등 기초 석유화학 제품 생산 능력 빠르게 확대

글로벌 시장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 지속

국내 기업, 기존 방식으로는 중국과 경쟁 어려워져 새로운 성장축 모색

자세히 읽기

LG화학, 반도체용 스트리퍼·첨단 패키징 소재 등 전자소재 사업 확대 추진

롯데케미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SS 소재 등 차별화된 에너지 소재 강화

한화솔루션, AI 데이터센터·전력망 투자에 맞춰 초고압 케이블용 소재 사업 확대

금호석유화학, 전기차 시장 대응 고기능성 합성고무 SSBR 개발 집중

향후 전망

고부가 소재 사업은 단기간 성과 어려움, 설비 축소 과정에서 비용 부담 발생

생산 구조 전환에 시간 필요

경쟁력 기준이 '생산량'에서 '차별화된 소재 개발'로 이동

첨단 산업 연계 소재 기술력이 기업 생존 좌우할 전망

10일 업계와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등 주요 석화 기업들은 최근 수익성 악화 속에서도 연구개발 투자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반면 신규 채용 규모는 크게 줄이며 고정비 관리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규 채용과 R&D 투자 흐름의 변화다. 3사의 신규 채용 인력은 2023년 2252명에서 지난해 1039명으로 2년 만에 5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은 561명에서 107명으로, LG화학은 1025명에서 613명으로, 한화솔루션은 666명에서 319명으로 줄었다.

반면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R&D 투자는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 LG화학의 연구개발비는 2023년 2조857억원에서 지난해 2조3915억원으로 증가했고, 매출 대비 비중도 3.8%에서 5.2%로 높아졌다. 롯데케미칼 역시 연구개발비를 1204억원에서 1351억원으로 확대했다. 한화솔루션은 투자액은 줄었지만 매출 대비 R&D 비중은 2.9%에서 3.5%로 상승했다.

업계가 이처럼 기술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기존 범용 석유화학 사업만으로는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은 대규모 증설을 통해 에틸렌 등 기초 석유화학 제품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했고,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설비를 확보하고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느냐에 있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생산 규모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경쟁 기준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제는 반도체 공정 소재, 전력 인프라 소재, 전기차용 고기능 소재 등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LG화학은 반도체 소재를 미래 성장 분야로 정했다. 반도체용 스트리퍼와 첨단 패키징 소재, 저유전 소재, 열관리 소재 등 전자소재 사업 확대에 나서며 기존 석유화학 중심 구조에서 첨단 소재 기업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자동차·로봇 등에 활용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에너지 소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소재 등 기존 범용 제품과 차별화된 분야를 키우는 전략이다.

한화솔루션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망 투자 확대 흐름에 맞춰 초고압 케이블용 가교 폴리에틸렌(XLPE) 등 전력 인프라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AI 시대 전력 수요 증가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전기차 시장 확대에 맞춰 고기능성 합성고무인 SSBR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용 타이어 수요 증가와 함께 기존 범용 합성고무에서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다만 사업 재편 과정은 쉽지 않다. 고부가 소재 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고, 기존 설비 축소 과정에서 비용 부담도 발생한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 특성상 생산 구조를 바꾸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국내 석화업계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에서 '얼마나 차별화된 소재를 만드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의 물량 공세가 촉발한 위기가 국내 기업들에게 사업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 석화 제품만으로는 중국과 가격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가 됐다"며 "앞으로는 반도체·전력·모빌리티 등 첨단 산업과 연결되는 소재 기술력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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