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가격 80달러 아래로 떨어져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잠정 합의하면서 공급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다, 주요 월가 은행들이 가격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주요 시장 지표들이 하락한 영향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8.96달러로 전날보다 5.1% 하락했다.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3월 2일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직전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2월 27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72.48달러, WTI는 배럴당 67.02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 타결이 임박한 지난 11일 이후 4거래일 연속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브렌트유는 최대 4%까지 급락하며 올해 들어 가장 긴 연속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이란이 아직 합의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양측은 오는 19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잠정 합의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모건 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모두 향후 분기별 가격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지역의 수출량이 기존 예상보다 한 달 앞당겨진 오는 7월 말이면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의 원유 기준 가격인 두바이유와 무르반유 모두 공급 과잉을 시사하는 약세 콘탱고 구조로 전환됐다. 이는 중동 지역의 추가 원유 생산이 예상되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가 입찰을 통해 원유를 판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유가가 지난 3월 초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전쟁 기간에 나타났던 상승분의 대부분을 반납했다. 이는 마침 이번 주 금리 결정을 앞두고 고심 중인 미 연방준비제도(Fed) 정책 입안자들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덜어주게 됐다.
하지만 선박 안전과 운항 규칙, 전쟁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을 실어 나르던 이 요충지가 앞으로도 통행료 없이 유지될지 여부 등 잠정 합의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둘러싸고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구체적인 세부 조항이 부족하다 보니 재개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페르시아만 지역의 에너지 당국 관계자들은 원유 수송이 다시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지 묻는 구매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마르틴 라츠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보고서에서 "아직 협상해야 할 부분이 많고 주요 위험 요인도 남아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번 조치가 갈등 완화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출 확대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9월까지는 생산량의 50%, 12월까지는 80%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전 예상보다 다소 빠른 속도"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의 단 스트루이벤 선임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4분기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기존 전망치보다 10달러 낮은 배럴당 80달러로 예상했다.
RBC캐피탈마켓츠는 좀 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 헬리마 크로프트를 비롯한 분석가들은 보고서에서 "전쟁 전인 2월 27일 수준에 근접할 만큼 회복하는 데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송량이 정점을 찍었던 시기는 사실상 이미 지나갔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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